본문 바로가기
종류별 암/유방암

[스크랩] "암, 잘 대처하면 9회말 홈런이 될 수 있어요"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6. 4. 7.

[환자와 의사] 유방암 이겨낸 배숙주씨 & 주치의 문병인 교수

큰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고 충격받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이때 환자를 잘 이끌어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주치의다. 주치의와 원활하게 소통하고 깊은 신뢰를 쌓은 환자는 병을 이길 힘이 강해진다. <헬스조선>은 중증질환을 이긴 환자와 의사를 한 자리에서 만나 이들의 역경 극복 스토리를 매호 생생하게 소개할 계획이다. 첫 번째 주인공은 유방암 경험자 배숙주씨와 주치의 이대목동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 문병인 교수(센터장)다.

이대목동병원 내 조그만 상담실에서 문병인 교수와 배숙주씨를 만났다. 둘은 서로 어제 만난 사람처럼 친근했고,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이른바 '눈빛만으로도 알 수 있다'는 사이가 이들을 표현하기 적당해 보였다. 함께 이야기하는 두 시간 동안 문 교수는 배씨를 향해 다섯 번도 넘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헬스조선 : 두 분의 사이가 각별해 보입니다.

배숙주 그럼요. 저한테는 교주 같은 분이세요(웃음). 힘든 투병 생활을 잘 이겨내도록 이끌어주셨으니까요. 문 교수님에게 치료를 받은 건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인터뷰도 문 교수님이 참가 의향을 물어보셔서 바로 오케이했어요, 하하.

문병인 배숙주씨는 제가 권유한 일에 모두 적극적으로 임했고, 실제로 누구보다 회복이 빨랐어요. 주치의로서 항상 적극적인 마음을 가지고 병을 이겨내는 배숙주씨 같은 분들이 감사하죠.

 

헬스조선 : 유방암을 어떻게 발견했고, 당시 상태는 어땠나요?

배숙주 주기적으로 받던 건강검진 중에 암이 발견됐어요. 암이 3기까지는 아니고 2.7기 정도였대요. 암 진단을 받고 한 달 정도 뒤인 2009년 6월 30일에 수술받았어요.

문병인 암이 많이 퍼져서 오는 분도 많은데, 숙주씨는 1년 반에 한 번씩 검사를 받던 중이라서 일찍 발견된 편이죠. 하지만 암 덩어리가 세 개나 있는 상태였어요. 림프절 세 군데에 전이가 있었고요. 암 덩어리가 가까이 모여 있으면 가슴을 어느 정도 남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태였죠. 전절제술을 하는 것에 대해 숙주씨가 많은 고민을 했지만, 결국 한쪽 가슴을 다 떼어냈습니다.

배숙주 암 진단을 받았을 때는 '올 것이 왔다'라고 생각했어요. 게으르고 운동 안 하고, 과식하고, 고기를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암 예방에 좋다는 생활규칙을 지키며 살아도 암 안 걸리는 사람도 있잖아요. 일종의 복불복이라는 생각도 해요. 가슴 한쪽을 떼어내야 하는 것도 처음엔 막막했어요. 퇴원 후에는 샤워하러 화장실 들어갔는데, 내 가슴 한쪽이 없는 게 무서워서 옷을 못 벗고 펑펑 운 적도 있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렇지 않아요. 공중목욕탕도 아무렇지 않게 다닌다니까요. 내가 위축되지 않으니까 남들도 나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어요.

문병인 다른 사람을 의식하는 순간 자신이 더 위축되어요. 결국 스스로의 면역 기능을 떨어뜨리는 꼴이 됩니다. 당당할 필요가 있어요. 병에 걸렸지만 내 탓이 아닌 우연이라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건강해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돼요.

헬스조선 : 힘든 시기를 어떻게 극복했습니까?

배숙주 저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했어요. 원래 명랑한 성격이기도 하고요. 처음에 머리 빠진 환자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었는데, 막상 제 머리를 다 밀었을 때 처음 한 생각이 '두상이 너무 예쁘다'는 거였어요. 남편이 눈물을 글썽이긴 했지만, 저는 언제 이런 머리로 한 번 다녀보나 하는 마음을 가졌죠. 머리카락이 없으니까 샤워하기도 편하고, 오히려 머리가 났을 때 한동안 불편하다고 느꼈어요(웃음). 그리고 모근 자체가 빠지기보다는 머리카락 뿌리 쪽이 톡톡 부러지더라고요. 왜 아무도 제게 이런 말을 해주지 않았는지 몰라요. 모르는 사람들한테 알려주고 싶어요.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요. 참고로 저는 가발을 만들었는데 맘에 안 들어서 비니를 쓰고 다녔어요.

문병인 항암 치료는 주기적으로 계획돼 있지만, 환자의 몸 상태가 안 좋아 미루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배숙주씨는 한 번도 미룬 적이 없고, 제 기간에 잘 맞춰 끝낼 수 있었죠. 그 배경에는 숙주씨가 긍정적인 생각으로 생활한 게 중요하게 작용한 것 같아요. 이건 이론적으로도 설명이 가능해요. 긍정 에너지가 생기면 몸속 면역 기능이 살아나거든요. 죽기 싫어서 다시 기어 나오던 암세포도 면역 기능이 활발해지면 쏙 들어가버리죠. 병은 의사 혼자 치료하는 게 아니에요. 환자가 먼저 바뀌어야 해요. 그걸 의사가 돕는 거고요.

배숙주 제 사돈도 유방암이 초기에 발견돼서 문 교수님한테 치료를 받았어요. 제가 사돈에게 처음 전화받았을 때 한 말이 "사돈 유방암 걸린 것 축하합니다"였어요. 오히려 자신의 몸을 돌아보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계기가 되니까요. 치료도 가능하고요. 저도 아직 재발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지만, 만약 재발하면 다시 치료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마음먹고 있어요.

문병인 바로 이런 마음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드는 겁니다(웃음).

 

헬스조선 : 배숙주씨는 원래 성격이 명랑했고 병을 담담히 받아들인 편이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습니다. 바뀔 수 있나요?

문병인 사흘 밤낮을 우는 사람도 있어요. 치료될 거라고 말해줘도 귀에 안 들어오는 거죠. 그런데 한 번은 겨우겨우 노래교실에 모시고 가고, 웃음치료실에도 갔어요. 슬퍼 죽겠는데 노래하고 웃으라니까 기가 막힌다고 생각했겠죠. 그런데 처음엔 긴가민가하다가 막상 웃어보니까 속이 시원한 걸 느끼면서 확 바뀌시더라고요. 지금은 '행복 바이러스 합창단'이라는 병원 내 합창단에서 노래도 부르고 숙주씨 이상으로 긍정적인 분이 됐어요. 마음이 바뀌면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배숙주 저는 친구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어요. 항암치료 할 때 1인실에 입원했는데, 친구가 오면 매트를 깔아놓고 음료수랑 족발 등을 사오라고 해서 그 위에서 먹으라고 하고 이야기 나눴어요. 같이 웃고 떠드는 시간이 너무 좋았어요. 아픈 사람이 듣기 싫은 말이 '괜찮을 거예요', '나아질 거예요'이에요. 평소랑 똑같이 얘기하고, 웃고 떠드는 게 제일 좋더라고요. 그리고 친구가 했던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이거였어요. "숙주야, 너는 독한 약으로 온몸 깨끗이 소독했으니까 다시는 그런 병이 안 생길 거야"라는 말이요.

문병인 적절한 표현입니다(웃음). 

헬스조선 : 여러 의사들 중 문병인 교수를 택한 이유가 있었나요?

배숙주 원래 더 큰 병원의 유명 의사 선생님한테 갔었어요. 그런데 초진을 받고 나서, 그 교수가 아무리 유명하고 수술 잘한다 해도 내 몸을 못 맡기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의자에 제대로 앉지도 않은 채 제 차트를 대충 보고, 건성으로 상담해주는 거예요. 문 교수님은 완전히 반대였죠. 문 교수님 환자들은 다 알 거예요. 진료시간이 길어서 오래 기다리는 환자들이 많은데 불만을 표하지 않아요. 교수님이 한 명 한 명 다 성심껏 진료하는 걸 아니까요. 수술 직전도 잊을 수 없어요. 문 교수님이 제 손을 잡으면서 "제가 수술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한숨 푹 자면 끝날 겁니다"라고 말했어요. 그래서 정말 편안한 마음으로 수술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헬스조선 : 유방암 환자들에게 해주시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문병인 유방암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 저는 유방암에 대한 정의부터 알려줍니다. '유방암은 낫는 병이다'라고요. 실제로 유방암은 평균 92%가 완치되는 병이에요.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고 치료를 시작하는 게 환자에게 좋아요. 또 암은 일종의 만성병이 되어가고 있어요. 암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끝이라는 생각을 하지 말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생각해야 해요. 실제로 암에 걸리면서 생활습관을 돌아보고 몸을 관리해 더 건강해지는 사람도 많아요. 야구로 치면 그야말로 9회말 투아웃에 홈런을 치는 격이죠.

음식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는데, 저는 항상 이렇게 말합니다. 명약이 독이 될 수도 독이 약이 될 수도 있다고요. 좋다는 음식만 몰아서 먹고, 나쁜 음식이라고 무조건 안 먹으면 더 해가 될 수 있어요. 음식 하나 먹었다고 건강 여부가 다 결정되는 건 아니니까요.

배숙주 암에 걸렸어도 '나는 괜찮아'라고 되뇌라고 말하고 싶어요. 나는 머리카락이 없어도, 혹은 한쪽 가슴이 없어도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요. 또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쓸데없는 정보에 혹하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그리고 주치의를 신뢰하고 말을 잘 따라야 돼요. 그러려면 저처럼 좋은 주치의를 만나야겠죠?(웃음).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3/31/2016033101093.html


출처 : 암정복 그날까지
글쓴이 : 정운봉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