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藥문問약藥답答
![약](http://health.chosun.com/site/data/img_dir/2016/02/25/2016022502426_0.jpg)
식도 점막에 달라붙어 구멍을 낼 수 있어
정제나 캡슐 같은 약은 물과 함께 빠른 속도로 식도를 타고 위장으로 내려가 그 안에서 녹아 약 성분을 내어놓도록 설계되어 있다. 알약이 위장으로 내려가던 도중, 식도에서 멈추는 것은 고속도로에서 달리다가 급정차하는 자동차만큼 위험하다. 유명한 의사이며 작가인 맥스 팸버튼에게 그런 응급상황이 벌어졌다. 그는 2011년 가을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메일>에 기고한 칼럼에서 자신의 뼈아픈 체험담을 소개했다.
바쁠 때 물 없이 약을 삼키던 습관대로 항생제 알약을 물 없이 복용했다가 식도에 구멍이 나는 바람에 일주일 동안 병원에 입원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가슴을 칼로 후벼 파는 듯한 통증에 고통스러웠던 당시를 회상하며 펨버튼은 누구든 알약을 충분한 물 없이 삼키는 건 위험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펨버튼의 식도를 뚫고 들어간 독시사이클린이란 항생제 외에도 다수의 항생제가 점막을 손상시키는 부식성이 있는 약이다. 철분제, 비타민C정제부터 골다공증치료제, 소염진통제까지 식도에 들러붙으면 위험한 약의 가짓수는 100종이 넘는다. 알약 한 알 때문에 응급실에 실려가는 상황을 맞지 않으려면 평소 약은 반드시 물과 함께 복용하는 걸 습관으로 해야 한다.
물을 얼마만큼 마셔야 할까? 알약이 멈추지 않고 얼른 위까지 전달되게 하려면 한 컵을 쭈욱 마셔주는 게 좋다. 뜨거운 물은 곤란하다. 입으로 호호 불면서 조금씩 마시는 물로는 알약을 시원하게 내려 보내기 어려우니 약이 중도에 멈춰 설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너무 차가운 물도 피하는 게 좋다. 약을 먹고 바로 눕는 것도 피해야 한다. 특히 골다공증약처럼 식도를 자극할 수 있는 약은 복용 후 30분 이상 바른 자세로 앉거나 서 있는 걸 습관으로 해야 한다. 알약을 입에 넣기 전 물 한두 모금으로 입안과 목을 적셔주면 더 부드럽게 삼킬 수 있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알약을 혀에 미리 올려둘 때는 앞쪽 가운데 부분에 두면 넘기기 좋다. 알약이 혀 안쪽으로 너무 깊이 들어가면 구역질이 날 수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참고로, 고개를 살짝 앞으로 숙이고 턱을 가슴 쪽으로 당기는 게 알약을 삼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알약을 물과 함께 복용하고 나서는 바로 눕는 것보다는 되도록 서 있거나 바로 앉아 있는 자세를 유지하는 게 좋다.
우유나 주스와 함께 먹으면 탈나는 약은?
평소보다 물을 더 많이 마셔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의사나 약사가 어떤 약을 복용 중에 물을 많이 마시라고 권한다면, 하루 6~8잔의 물을 마시라는 의미이다. 그렇다고 한 번에 물 여덟 잔을 마시라는 건 아니다. 그저 물을 자주 마시라는 이야기다. 약은 우리 몸에 계속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 간에서 해독되어 장으로 빠져나가거나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물과 함께 우리 몸에서 빠져나간다. 이때 일부 약물은 소변 중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결정을 만들어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물을 많이 마시면 소변 양이 늘어나고, 그로 인해 소변 중 약성분이 희석되어 요로에서 약이 결정으로 굳는 걸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물이 아닌 다른 음료로 약을 복용하는 건 어떨까? 답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 어떤 약은 순수한 정제수가 아니면 곤란할 정도로 음료의 미네랄 함량에 민감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다른 음식이나 음료, 차, 커피를 마시기 30분 전에 약을 복용하라는 골다공증치료제가 대표적이다. 이런 약을 비스포스포네이트라고 하는데, 긴 이름만큼이나 분자 덩치도 커서 약이 몸안으로 흡수되기 어렵다. 겨우 5%만 흡수되고 나머지는 대변으로 빠져나간다. 음료 속에 녹아 있는 미네랄 성분이 골다공증약과 결합하면 물에 안 녹는 성질이 커져서 흡수가 더 어려워진다.
칼슘이 풍부한 우유나 오렌지주스와 골다공증약을 함께 먹는 건 최악이다. 증류수나 역삼투압 정수기로 거른 물이 제일 좋고, 생수로 마실 때는 라벨 표시를 확인해서 되도록 미네랄 함량이 적은 걸 고르는 게 바람직하다. 우유와 항생제를 함께 먹지 말라는 이야기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이야기다. 우유 속 칼슘이 항생제와 결합하면 약의 흡수가 저해되기 때문이다. 장에서 녹도록 만든 장용정의 경우, 우유나 제산제와 함께 복용하면 약이 위에서 미리 녹아 자극을 줄 수 있어 좋지 않다. 반면에 물보다 우유와 함께 먹는 게 나을 때도 있다. 가령 소염 진통제 알약은 식후에 물 한 잔과 함께 삼키는 게 제일 좋지만, 어쩔 수 없이 빈속에 먹어야 할 때는 우유와 함께 복용하는 게 위에 부담이 덜하다.
갈거나 씹어서 먹는 것도 곤란
약과 주스를 같이 마셔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자몽주스가 그렇다. 사람의 장 점막에는 약을 분해하는 효소가 있다. 원래 목적은 혹시라도 음식에 들어 있을 수 있는 유해성분을 해독하기 위한 것이지만, 약 또한 이런 효소에 의해 분해된다. 자몽에는 특유의 쓴맛을 내는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 성분이 장 점막의 효소를 억제한다. 이로 인해 효소에 의해 분해되어야 할 약이 덜 분해되고 더 많이 흡수되니 약의 효과와 부작용이 모두 높아질 수 있다. 고지혈증치료제로 흔히 사용되는 스타틴 계열의 약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약을 복용 중에 자몽주스를 마시면 알약을 2.5알 먹은 것과 비슷한 정도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자몽주스를 약과 다른 시간대에 마셔도 상호작용을 피할 수 없다. 장내 효소에 미치는 자몽 속 쓴맛 성분의 효과가 72시간까지 지속되기 때문이다. 약을 과일주스로 마시면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알레르기에 자주 쓰이는 펙소페나딘이라는 항히스타민제 자몽, 오렌지, 사과주스와 함께 먹으면 혈중 농도가 절반까지 줄어든다. 알약 한 알을 먹었는데, 반 알 효과를 얻는 셈이니 낭비가 심하다.
약 먹을 때 물 대신 커피나 녹차를 마시는 건 어떤가? 뜨거운 커피나 녹차는 알약을 삼키기에 적당치 않다는 문제도 있지만, 이에 더해 일부 약물(예: 갑상선호르몬제)은 흡수가 방해되어 약효가 떨어지기도 하고, 감기약·두통약처럼 카페인이 들어 있는 약에 음료 속의 카페인이 더해지면 카페인 과잉으로 인한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다. 물론 다른 모든 음료보다 약과 섞지 말아야 할 음료는 술이다. 소염진통제를 알코올 음료와 함께 복용하면 위장 출혈이 증가하고, 두통약을 술과 함께 먹으면 간독성이 증가한다. 진정제를 술과 함께 복용하는 것도 위험하다.
삼키기 어렵다고 정제를 갈거나 씹어 먹으면 곤란하다. 갈아도 되는 약인지, 다른 대안은 없는지 먼저 약사와 상담해보는 게 좋다. 물 없이 복용할 수 있도록 혀 위에 올려놓기만 해도 녹는 필름이나 웨이퍼 제형도 있고, 혀 밑에서 녹는 설하정이나 피부에 붙이는 패치제도 있다. 구역감이 심할 때는 먹는 약 대신 좌약을 쓸 수도 있다. 하지만 25쌍의 근육을 움직여 자연스럽게 알약을 삼킬 수 있는 사람이라도, 여전히 알약은 충분한 물과 함께 삼키는 게 좋다. 본래 정제는 정제수와 함께 먹는 약이다.
![정재훈 약사](http://health.chosun.com/site/data/img_dir/2016/02/25/2016022502426_1.jpg)
정재훈
과학, 역사, 문화를 아우르는 다양한 관점에서 약과 음식의 이면에 숨겨진 사실을 탐구하는 데 관심이 많은 약사다. 현재 대한약사회 약바로쓰기운동본부 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방송과 글을 통해 약과 음식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대중에게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정재훈의 생각하는 식탁》이 있다.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2/25/2016022502524.html
출처 : 암정복 그날까지
글쓴이 : 정운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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