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쓰는 메디컬 리포트
![사람 얼굴 모양의 나무](http://health.chosun.com/site/data/img_dir/2015/11/03/2015110302848_0.jpg)
팔다리의 힘이 빠져 걷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만 지내는 노인이 있습니다. 어느 날 동창생인 친구 두 명이 문병을 왔습니다. 한 명은 지팡이를 짚으며 겨우 걸어서 왔고, 다른 한 명은 젊은이처럼 활기차게 걸어서 왔습니다. 세 노인은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미래의 자화상입니다. 누워 지낼 수도, 지팡이를 짚을 수도, 활기차게 걸을 수도 있겠지요. 우리 뇌 역시 다양하게 늙어갑니다. 비유하자면 누워 지내야 될 정도로 뇌의 근력이 약해지면 치매, 지팡이를 짚어야 할 정도는 치매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활기차게 걸을 수 있는 근력이 남아 있으면 건강한 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100세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정신 놓고 살다 보면 어느새 노후의 오랜 시간을 정신 나간 치매 환자로 보낼 수도 있겠지요. 100세 시대를 축복으로 받아들이려면 팔다리와 신체가 멀쩡하고, 정신이 온전해야 합니다. 앞으로 5회에 걸쳐 정신을 온전하게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치매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먼저 1회에서는 치매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 2회는 치매 증상, 3회는 치매 전 단계와 치매로 발전하는 과정, 4회는 치매 환자와 더불어 살기와 예방, 5회는 치매 치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치매란 이런 것이라고 단순하게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는 위장병을 간단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것과 비슷합니다. 위장병에는 급성위염, 만성위염, 위궤양, 위암, 위하수, 기능성위장장애 등 여러 가지 병이 있지요. 급성위염은 병명이지만 위장병은 병명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말입니다. 위에 탈이 난 병을 통칭한 말로, 위장병집합체 또는 위장병증후군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와 마찬가지로 알츠하이머 치매는 병명이지만 치매는 위장병증후군처럼 치매증후군 또는 치매병집합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치매 역시 종류가 많고 그에 따라 발생 원인과 나타나는 증상도 다양하기 때문이지요. 위장병이 위에 탈이 난 것이라면 치매는 뇌에 탈이 난 것이죠. 뇌기능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나빠져서 가정생활과 개인의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경우를 말합니다.
![치매 검사 장면](http://health.chosun.com/site/data/img_dir/2015/11/03/2015110302848_1.jpg)
먹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는 것, 기존 사건을 기억해내는 것, 불안한 감정을 느끼는 것,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 정보를 얻는 것, 종합적 사고를 하는 것, 판단하는 것, 결정하는 것, 목적지로 가는 것, 계산하고 경제행위를 하는 것, 기술적인 일을 하는 것, 사회적 눈치를 보는 것, 목적을 달성하는 것 등이 모두 인지기능에 의해 일어나지요. 그러니 인지기능이 정상이어야 일상생활을 원만히 해나갈 수 있습니다.
치매 종류는 알츠하이머 등 50가지 넘어
치매의 종류는 알츠하이머 치매를 비롯해 50가지가 넘습니다. 발병 원인에 따라 분류하면 크게 퇴행성 치매, 혈관 치매, 기타 치매로 나눌 수 있지요.
첫 번째, 퇴행성 치매는 뇌가 늙어가는 속도가 남들보다 빠르거나 오랜 시간 동안 늙어서 결과적으로 뇌세포가 많이 줄어들고 남아 있는 뇌세포 기능도 나빠진 경우입니다. 주로 기억력장애로부터 시작하는 알츠하이머 치매가 대표적인 퇴행성 치매이며, 이외에도 헛것이 잘 보이고 증상의 기복이 심하며 진행되면서 파킨슨병을 동반하기도 하는 루이체 치매, 파킨슨병을 앓는 도중에 치매가 생기는 파킨슨 치매, 성격과 행동의 변화로 시작하는 행동변이형 전두측두 치매, 말의 뜻이나 얼굴을 모르게 되는 의미 치매 등이 있습니다.
두 번째, 뇌혈관의 혈액순환 문제로 뇌세포가 손상되는 치매를 혈관 치매라고 합니다. 뇌출혈로 오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으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뇌혈관이 막히면 뇌세포에 혈액 공급이 부족해지고 이로 인해 뇌손상이 생기게 됩니다. 큰 동맥이 한 번 또는 몇 번 막혀서 갑자기 발생하는 다발성경색 치매와, 주로 뇌 중심부의 큰 동맥에서 바로 나오는 아주 작은 동맥들이 막히는 곳이 많아지면서 퇴행성 치매처럼 점진적으로 발생하는 피질하혈관 치매가 있습니다. 때로는 뇌혈관의 압력이 감소되어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불운하게도 중요한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뇌동맥이 막혀서 갑자기 특정 능력을 상실하는 경우도 있으며, 드물게는 유전성혈관 치매도 있지요.
세 번째, 앞의 두 가지 경우를 제외한 치매를 기타 치매라고 합니다. 퇴행성도 혈관성도 아니지만 뇌의 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지요. 수두증, 뇌종양, 경막하출혈, 신경매독, 비타민 부족, 간경화, 술, 약물, 연탄가스 중독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뇌손상이나 뇌기능이 떨어져 치매가 발생할 수 있으며, 뇌기능이 떨어진 경우는 대부분 적절한 발병 원인에 대한 치료로 완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좌)뇌 내부 단면도 / (우)뇌 외부 구조와 기능](http://health.chosun.com/site/data/img_dir/2015/11/03/2015110302848_2.jpg)
언젠가 치매에 걸린다고 생각하면 매우 당황스럽겠지요. 치매는 발병 원인과 치매 정도에 따라서 증상의 차이가 다양합니다. 간단하게라도 먼저 뇌 구조를 파악해두면 치매 증상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됩니다. 뇌는 앞쪽에 전두엽, 그 뒤쪽으로 두정엽, 그 뒤로 후두엽이 있습니다. 그리고 전두엽과 두정엽의 아래쪽에 측두엽이 있습니다.
뇌의 바깥쪽을 피질이라고 하며 주로 뇌세포가 많습니다. 반대로 안쪽, 즉 피질 아래층을 백질이라 하며 주로 자극을 전달하는 신경섬유가 많습니다. 뇌는 복잡하게 신경섬유로 연결되어 있어 다양한 기능을 발휘하지요. 즉 분업과 협동이 잘 되어 있습니다. 분업으로 인해 특정 부위의 손상에 따른 특이한 결핍증상이 생길 수도 있으며, 신경망 손상은 정보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고 협동작용의 장애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65세 이상 인구의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
국내 65세 이상 인구의 치매 유병률은 2011년에 8.9%로 5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65세 이상 노인 중 10명에 1명 가까운 정도가 치매를 앓고 있는 셈이지요. 보건복지부는 치매 유병률이 2016년 이후에 10%를 넘고, 2020년대 중반에는 치매 환자가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치매를 노환으로 잘못 아는 경우가 많아서 실제 치매 환자는 통계 수치보다 훨씬 많을 수도 있습니다.
치매는 나이 들수록 발병이 증가하고 연령별 유병률도 올라갑니다. 대개 85세 이상에서는 4명 중 1명, 90세 이상에서는 3명 중 1명 정도가 치매 환자일 수 있습니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경우 65세 이상에서 발병이 증가하고 5년마다 약 두 배씩 증가합니다.
전체 치매 중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가 71%, 혈관 치매 17%, 루이체 치매와 파킨슨 치매가 3%, 알코올성 치매 1%, 전두엽 치매 1%, 기타 치매 7%(보건복지부, 치매 유병률 조사, 2012)로 나타났습니다. 알츠하이머 치매와 혈관 치매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셈이지요. 다만 통계 자료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으며, 혈관 치매가 30% 가깝게 나오는 통계도 있고, 실제로는 알츠하이머 치매와 혈관 치매가 같이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치매는 왜 발생하는가?
알츠하이머 치매가 발생하는 이유로 여러 가지 가설이 있지만, 대체로 다음의 세 가지 구조적 변화로 인해 일어납니다.
첫째, 신경세포가 뇌의 전반에 걸쳐 고르게 쪼그라들거나 사라집니다.
둘째, 세포 내 신경섬유의 구조물인 타우단백질이 인산화가 많이 되어 병이 듭니다.
셋째,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병적으로 세포 외부에 쌓여 신경세포가 병들고 시간이 지나면서 신경세포가 부서집니다.
이와 달리 혈관 치매는 혈관질환이나 혈전 또는 혈관 내 찌꺼기에 의해 발생합니다. 유전질환으로 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잘못된 식습관과 생활습관의 산물이라 할 수 있어요. 담배를 피우거나, 오랜 기간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뇌 건강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비만과 당뇨병, 고지혈증을 관리하지 못해 동맥경화증이 생기거나, 고혈압을 철저히 관리하지 않거나, 몸을 덜 움직이는 게으른 생활을 하면 혈관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훨씬 높아집니다.
![김철수 원장](http://health.chosun.com/site/data/img_dir/2015/11/03/2015110302848_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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