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남성 암 가운데 발생건수 1위가 위암이다. 위암을 피하려면 우선 건전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되는 보완요법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위암 환자의 생존율은 매년 높아지고 있지만 위 절제 수술을 받은 환자의 90%가 5년 내 암이 재발하고 있다. 위암 발병의 위험 요인은 식생활과 위장질환뿐 아니라 유전적, 환경적 요인 등 다양한 인자들이 알려져 있다. 아직까지 위암을 완치시킬 수 있는 항암화학약물은 개발되지 않았다. 세계적인 암 연구자들은 암은 치료보다 예방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금을 멀리하고 비타민 E와 알파·베타카로틴을 섭취하라
위암이 사회적 부담으로 크게 작용하는 나라 중 하나가 이탈리아다. 이탈리아에서 777명을 대상으로 식품 내 영양성분과 위암의 역학관계에 대해 조사한 바 있다. 조사 대상이 된 성분은 소금, 철분, 칼슘, 칼륨, 아연, 알파·베타카로틴, 비타민 A, 비타민 B1, B2, B3, B6, B9, 비타민 C, 비타민 D, 비타민 E, 라이코펜 등이다. 역학조사 결과, 소금 섭취량이 많은 사람들은 섭취량이 적은 사람들에 비해 위암 발병 위험도가 2.5배 높았다. 한편 비타민 E를 많이 섭취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위험도가 절반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알파·베타카로틴을 많이 섭취하는 경우 또한 비슷한 효과를 얻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성분 중 소금, 비타민 E, 알파·베타카로틴을 제외한 다른 것들은 위암 발생률과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염장 햄이나 소금이 들어간 치즈 등을 즐겨 먹는 이탈리아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김치나 젓갈 같은 염장식품 소비가 많은 편이다. 위암 발생 위험을 줄이려면 이런 식품을 적게 섭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비타민 E와 알파·베타카로틴은 건강보조제나 각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는 식품들을 바탕으로 섭취량을 늘려야 한다. 이외에 비타민 C와 셀레늄 등도 위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있다. 지금까지 발표된 대부분의 연구는 암을 예방하려면 하루에 과일과 채소 4~5접시를 먹으라고 권장하고 있다.
녹차와 인삼을 이용한 위 속 유해균 조절도 필수
위 속 유해균의 무제한 증식을 막는 것도 위암 예방에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잘 알려진 유해균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다. 녹차와 인삼의 주요 성분이 헬리코박터의 증식을 막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녹차의 위암 발생 억제에 대한 연구는 녹차 섭취량이 높은 중국에서 많이 이뤄져왔다. 녹차 성분은 헬리코박터가 위산에 견디기 위해 만들어내는 효소의 생산을 막아 헬리코박터가 늘어나는 것을 막아준다. 하루 한두 잔 정도 녹차를 마시면 50~90% 억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인삼에 대한 연구는 우리나라에서 많이 이뤄졌다. 윤택구 전 원자력병원장이 학술지 <란셋 종양학>에 기고한 문헌에 따르면, 인삼은 위암뿐 아니라 많은 형태의 암에 효능을 보이며, 역학조사 결과 위암 발생 위험도를 절반 이상으로 낮춰준다고 한다. 실제로 인삼의 주성분은 헬리코박터의 증식을 막는다고 알려져 있다.
- ▲ 여러 종류의 자연식품들
위암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보완요법
위암 환자의 완치 가능성을 높이는 최선의 길은 암을 조기에 발견해 수술적 치료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치료로 인해 수반되는 부작용은 여전히 환자들에게 큰 고통이다. 소화의 주 기능을 담당하는 장기를 절제하는 건 삶의 질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위 절제술을 받은 환자의 경우 체중 감소, 덤핑증후군(다량의 위 내용물이 소장으로 한꺼번에 들어가는 것), 역류성식도염, 영양 불균형 등 많은 부작용에 시달린다. 이런 증상들을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보완요법들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연구되고 있다.
그중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 효능이 보고된 것은 일본의 ‘Rikkunshito(감초, 생강, 일창출, 대조, 진피, 인삼, 반하, 복령 등의 약재를 뜨거운 물로 추출한 후 정제한 것)’가 있다. 위 절제술을 받은 위암 1~2기 환자 25명을 대상으로 4주간 투여한 결과, 식욕 부진, 역류성식도염, 덤핑증후군, 메스꺼움 및 구토 증세가 완화됨을 보였다. 한편 투여를 중지한 후 다시 4주가 지나니 해당 부작용들이 위 절제술 직후의 수준으로 증가하는 것을 확인해 해당 연구진은 위 절제술 부작용 완화가 Rikkunshito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 요법은 한의학상 육군자탕 처방에 근거하고 있다.
인류가 오랫동안 섭취해왔던 자연식품 가운데 인체면역력을 증진시키고 치료 예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식품에는 마늘이 있다. 숙성 마늘 추출물을 50명의 암 환자들에게 섭취하게 한 결과, 우리 몸의 면역을 담당하는 자연살해세포(Natural Killer Cell)가 감소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비록 삶의 질 지수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하지는 않았지만 면역력 증대가 암세포 증식 억제에 효능 있다는 연구 결과들을 비춰볼 때 위암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베타글루칸이 다량 함유된 여러 가지 버섯을 평소에 즐기는 것이 암 극복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확인되고 있다.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운지버섯의 주성분인 다당류의 일종인 PSK가 항암화학요법과 같이 사용했을 때 5년 생존율을 유의하게 증가시켰다는 연구가 있다. 미국에서는 운지버섯 추출물이 식품보조제로 사용되고 있다.
- ▲ 신현종 소장
신현종
제네신의학연구소 소장.
서울대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제약회사 한국 대표를 역임했다. 의과대학원에서 예방의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분자종양학 연구 개발 자문 역과 함께 약물유전체학을 응용한 통합기능의학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 에디터 배만석
글 신현종(제네신의학연구소 소장)
사진 헬스조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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