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한테 잠만큼 중요한 게 없어요. 근데 잘 잤다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거든요. 잘 자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잘 때의 신체 변화부터 알아야 하는데…." 잠과 건강에 대한 얘기가 시작되자 서강호 대표이사는 몸을 책상에 가까이 대고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 ▲ 서강호 대표이사가 조깅을 하고 있다
이브자리 서강호 대표이사
나이 65세
키 177.4㎝
몸무게 65㎏
건강검진 결과 혈압(116㎜Hg/70㎜Hg), 혈당(공복 95㎎/㎗, 당화혈색소 5.7%), 콜레스테롤(총 107㎎/㎗, HDL 60㎎/㎗, LDL 56㎎/㎗), 중성지방 수치(9㎎/㎗) 모두 정상.
전문의 소견 전년에 비해 혈중 HDL(동맥경화 예방을 돕는 좋은 콜레스테롤)이 상승했음
특징 배가 나오고 다리가 가늘어지는 '거미형' 몸매가 되기 쉬운 시기인데도 전신이 균형 잡혀 있음. 걷는 자세가 매우 바름
- ▲ 침대에 앉아있는 서강호 대표
혈색이 아주 좋으시네요. 어제 잠을 푹 주무셨나 봐요.
그게 눈에 띄나요(웃음)? 아침에 일어나면 늘 상쾌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오늘 아침에도 잘 잤다며 기지개를 켰죠. 잠 자는 동안 우리 몸은 낮에 쌓인 피로를 풀고 면역력을 키우잖아요. 잘 자니까 그게 얼굴에도 나타나는 것 같아요.
잘 잤다고 말하는 사람 드물던데, 대답이 참 시원하시네요.
밤 10~11시 사이에 잠자리에 들어요. 그때부터 7시간 정도 자죠. 에디슨처럼 잠을 적게 자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아인슈타인처럼 오래 자는 사람이 있는데, 저는 7시간 정도 자야 상쾌하더라고요. 새벽5시쯤 일어나서 물을 한 잔 마시고, 신문을 읽은 후에 피트니스센터에 운동하러 가요. 그러고 나서 출근 하죠.
항상 같은 수면 패턴을 유지하시나 봐요.
그럼요. 잠도 습관이라고 생각해요. 습관이 들면 비슷한 시각에 졸리고, 자명종 없이도 늘 일어나던 시각에 눈이 떠지거든요. 중요한 건 어떻게 습관을 들이느냐 하는 문제죠. 그래서 잠이 잘 오고 잘 깨는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해요.
잠자리 들기 2시간 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몸도 크게 움직이지 않아요.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해서 몸이 이완되고 나른해지도록 만들기 위해서죠. 의식적으로 늘 비슷한 시간대에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려고 노력해요. 결국 숙면할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어주고 생체리듬을 다듬는 겁니다. 그래서 침구류도 늘 신경 써서 골라요.
침구도 숙면과 관계 있나요?
침구는 잠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잖아요. 베개가 목을 잘 받쳐줘야 편하게 잘 수 있는 것처럼 이불이 체온을 유지하고 매트리스가 체중을 분산시키면서 땀을 잘 흡수해줘야 쾌적하니까요. 결국 침구는 질 좋은 잠을 위한 중요한 환경 중 하나인 거죠. 숙면에 도움이 되는 침구를 만들기 위해 잠 잘 때 일어나는 생리현상부터 연구하고 제품을 기획해요. 그래서 수면환경연구소를 따로 만들었죠.
수면환경연구소에서 요즘 집중하는 건 무엇인가요?
베개예요. 베개는 숙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요. 그래서 소재와 구조가 중요하죠. 이리저리 몸을 뒤척여도 편한 자세와 각도, 높이를 유지해줄 수 있어야 하거든요. 저희 수면환경연구소에서 연구해보니 잠잘 때 가장 편한 자세는 손을 앞으로 쭉 내민 자세에서 손끝을 바라보는 상태더군요.
목이 앞으로 5도 정도 꺾이는 거죠. 그래야 몸의 무게중심이 잡히면서 목에 하중이 적게 걸리고, 척추에도 무리를 안 주거든요. 그러려면 뒷목에 오목하게 파인 부분을 베개가 채워줘야 하고 바닥에 닿는 어깨까지 부드럽게 감쌀 수 있어야 해요.
- ▲ 서강호 대표가 여성의 뒷목의 파인 정도를 진단하고 있다
사람마다 뒷목 파인 정도가 다른데, 베개는 어떻게 골라야 할까요?
그게 참 애매해요. 사람마다 뒷목이 파인 정도가 다르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맞춤 베개를 만들고 있어요.
잘 때 목이 좀 불편하거나 숙면을 취하기 어렵다는 이들에게 뒷목에 파인 깊이를 재서 거기에 맞는 구조와 소재의 베개를 제공하는 거죠.
이불 파는 회사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만이 아닌가 보네요.
그렇게 알아주시니 감사하네요(웃음). 이브자리의 궁극적 목표는 질 좋은 잠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 건강한 생활을 선물하는 거예요.
잠 자는 것뿐 아니라 운동에도 관심이 많으시죠? 마라톤을 10년 넘게 하셨다고 들었는데….
2001년에 처음 뛰었으니 벌써 14년째네요. 사실 일 때문에 시작한 거였어요.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낼 수 있는 광고 방법을 고민하다가, 마라톤 동호회원에게 회사 이름을 새긴 유니폼을 선물해주면 그 자체로 달리는 광고판이 될 거라는 생각을 했죠. 유니폼을 지원해주면서 저도 명예회원으로 가입해 같이 뛰었는데, 그때 마라톤의 매력을 느꼈어요.
그때부터 꾸준히 달리신 건가요?
마라톤에 흥미를 느끼니 출장 가서도 뛰게 되더라고요. 마라톤 신발과 유니폼, 장비를 챙겨 가서 경치 좋은 곳을 달리고, 출장지에서 묵을 곳을 정할 때도 마라톤 코스가 주변에 있는지 여부를 따졌어요. 아테네에 갈 일이 있었는데 바쁜 일정 속에서도 새벽에 일어나 아테네마라톤 코스를 15㎞ 정도 뛰었어요.
'마라톤의 꽃'이라 불리는 보스턴 마라톤대회는 2007년에 완주했는걸요. 만 50세에는 환갑 기념으로 도쿄 마라톤대회를 신청해서 완주했고요. 국내에서 열리는 춘천 마라톤대회는 열다섯 번 정도 뛰었을 거예요. 풀코스를 완주한 게 서른다섯 번 정도 돼요. 지금도 매주 토요일에 직원들과 한강변이나 중랑천 근처를 10~15㎞ 뛰어요.
참 대단하시네요. 직접 느끼신 마라톤의 매력이 뭔가요?
즐거운 게 첫 번째고요, 두 번째는 얻는 게 아주 많다는 겁니다. 마라톤 덕분에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건강하게 마라톤을 즐기고 싶다고 생각하니까 뛸 때의 인체 구조가 궁금해지더라고요.
자연스레 근육과 관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몸속 에너지원을 어떤 음식과 영양소로 채워야 효과적일지, 또 탄수화물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과정까지 알게 됐어요. 그때부터 될 수 있으면 채소를 먹었고, 단백질은 고기보다 생선으로 채웠어요. 건강관리에 관심을 갖게 된 거죠. 집중력, 지속력, 지구력, 인내심, 도전의식을 얻는 것은 물론이고요.
- ▲ 서강호 대표와 직원들
뛸 때 무릎은 안 아프세요?
제가 마라톤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모두 "무릎 관절 지켜야 하니 무리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 흔한 관절염도 없고 무릎도 안 아파요. 뛰기 전에 준비를 많이 하거든요. 평소에 무릎 관절을 보조하는 근육과 허리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많이 해요.
일주일에 5회 정도 피트니스센터에 가서 30분~1시간씩 운동하는데, 그때 온몸 근육을 고르게 단련시키죠. 마라톤하기 전에는 반드시 스트레칭을 하고요. 뛰다가 다리에 경련이 난 적은 있었어도 지금까지 다친 적은 없어요.
마라톤에 피트니스까지… 운동 정말 좋아하시나 봐요.
등산도 하는걸요. 회사에 '뫼오름회'라는 동호회를 만들어서 일요일마다 불암산 등반을 해요. 임직원 40~50명이 함께 하죠. 산을 오르는 자체도 즐겁지만, 본사의 여러 부서 직원과 대리점 인력 등이 한데 모인다는 게 의미 깊어요. 함께 발을 맞추면서 업무상 보완할 점 등을 서로 의논하고 부서끼리 탄력적으로 협업해요. 앞에서 뒤에서 서로 밀고 끌어주며 친목도 다지고요.
회사 덕분에 직원도 건강해지겠네요.
우리는 질 좋은 잠에 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잖아요. 우리가 스스로 건강해야 이런 제품을 파는 명분이 서지 않겠어요? 고객맞이를 위해서라도 늘 건강해야죠(웃음).
대표님처럼 건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건강은 습관에서 비롯됩니다. 운동이나 식단을 관리할 필요성은 다들 느끼는데, 실천을 못하는 건 습관이 안 돼서 그렇거든요. 그러니 습관을 어떻게 들일 것인지 먼저 고민하세요.
자신의 일상 패턴과 취향에 맞는 건강관리 일정을 짜고, 목표를 낮게 설정해서 천천히 꾸준히 해야 돼요. 저도 처음에는 3㎏짜리 아령도 못 들었어요. 근데 피트니스센터를 15년 정도 다니니 이제 3㎏ 아령쯤은 식은 죽 먹기죠. 체력을 서서히 끌어올리고 관리를 습관화해서 건강한 상태로 몸을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 에디터 김하윤
포토그래퍼 김지아
월간헬스조선 5월호에 실린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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