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7쌍 중 1쌍이 난임(難妊) 일 정도로 난임 부부가 늘어나는 가운데, 한방 난임 치료를 시도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난임은 피임을 하지 않고 1년 간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했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 결과, 난임 여성이 한의원을 이용하는 비율은 70%에 달했다. 한방치료는 난임의 원인을 난소·자궁 등의 생식기 이상에만 두지 않는다. 몸 전체의 기능을 살펴 부족한 부분을 개선, 배란·생리를 정상화 해 임신 확률을 높인다.
◇한방 치료 임신율, 난임 시술과 비슷
한방 난임 치료의 임신 성공률은 산부인과에서 시행하는 보조생식술(체외수정·인공수정)과 비슷하다. 2009년부터 익산·부산·대구·광주·제주·수원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난임 부부에게 지원하는 한방 치료를 받은 사람들을 조사한 결과, 임신율은 20~30% 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난임부부 지원사업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체외수정을 통한 임신율은 33.2%, 인공수정 임신율은 13.7%였다.
동국대 일산한방병원 김동일 병원장은 "한방 치료는 산부인과 난임 시술과 임신율이 비슷하다"며 "난소 자극과 같은 부작용이 없고, 난임 부부가 받는 스트레스도 적으며, 임신 후 유산율도 적다"고 말했다.
◇생식기능 감퇴가 가장 큰 원인
한방에서는 난임의 원인을 난소·자궁 등 생식기능이 허약하거나(腎虛), 스트레스가 심하거나(肝鬱), 빈혈 등 몸이 허약하거나(氣血虛弱), 비만·다낭성난소증후군이 있거나(濕痰), 자궁근종·자궁내막증 등 자궁질환이 있을 때(瘀血)로 본다.
김동일 병원장은 "오장육부의 기능 중에서 신장이 허해 생식기능이 떨어지는 것이 난임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남성의 경우 고환에 혈액이 정체한 어혈도 난임의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익산시한의사회 최민호 회장은 "38세 이하에서 자연 임신이 안된다면 오장육부와 기혈의 기능을 정상화하는 한방 치료를 시도해볼 만하다"며 "인공수정이나 체외수정을 원하는 경우에도 한방 치료 후 시술을 하면 수정·착상·임신 유지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2~3개월간 한약 먹어야
한방 난임 치료는 진맥, 배의 통증·온도 등을 살피는 복진(腹診)을 통해 진단하며, 원인에 맞게 한약과 침, 뜸 치료를 한다. 한약은 생리가 불규칙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경우에는 조경종옥탕(숙지황, 향부자 등이 들어감), 몸이 차거나 허약한 사람은 온경탕(맥문동, 당귀 등), 소화기능과 비뇨·생식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육린주(숙지황, 당귀, 토사자 등) 등을 처방한다.
침은 배와 손·발 등에 놓는데,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생리와 배란주기를 정상화한다. 또한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것을 막고 난소 혈류량을 증가시킨다.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부인과 이진무 교수는 난임 남성의 침치료와 관련해 전 세계에서 나온 4편의 논문을 종합분석한 결과, 침 치료 이후 정자의 운동성과 정자의 질이 개선됐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국제 학술지 '아시아남성과학지'에 최근 실렸다.
이진무 교수는 "한약은 2~3개월 복용하고, 침은 주 1~3회 정도 치료했을 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몸을 따뜻하게 하는 뜸이나 좌훈은 집에서 수시로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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