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채귤즙김치, 우엉좁쌀즙김치, 물쑥뿌리김치를 처음 봤습니다.
우려내고 남은 녹차잎으로 조림을 만들고, 콩나물이 너무 많으면 이 또한 조려서 오래 두고 먹습니다.
이렇게 건강에 좋은 음식을 만드는 방법은 사찰음식 대축제에서 알게 된 음식들입니다.
지난 3월 12일부터 15일까지 나흘간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는
제3회 사찰 음식 대축제 - '자연, 향기를 붓다.'가 열렸습니다.
사찰음식은 불교 전래 이후 1,700여 년간 발전해 온 불가의 음식일 뿐 아니라
전통 한국 음식의 한 부분으로 요즘 크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래선지 첫날부터 많은 이들이 찾아와 관심을 보였습니다.
전시장을 들어서니 가운데 사찰음식 주제관을 중심으로 전국 11군데 사찰 부스가 있었는데요.
사찰음식의 원형부터 현대 사찰음식까지를 아우르는 다양한 전시에 체험과 시식도 풍성하였습니다.
스님들은 평소에 식사로 뭘 드실까요?
잡곡밥에 된장국, 돗나물 열무 물김치에 쌈채소, 채소전 등 아무리 봐도 평범하고 소박한 차림입니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제철 음식이 식재료의 기본이니 그럴 테지요.
음식에 욕심내지 않고, 수행하는데 지장 없을 정도로만 먹는 게 불가의 식사원칙이라네요.
절 공양간 모습입니다.
우리나라 전통 부엌과 크게 다르지 않네요.
절에서는 음식 재료를 직접 재배하고 다듬어 음식을 만드는 과정 모두를 수행으로 여깁니다.
그뿐인가요?
장작을 패서 불을 때고, 샘에서 물 길어 밥 짓는 일조차 깨달음으로 가는 길이라 가르칩니다.
공양간이 곧 수행처라니 저도 부엌을 마음 닦는 곳으로 삼아봐야겠습니다.
우리나라 절은 산중에 많이 자리잡고 있기에 숲 속 약용식물을 음식 재료로 적극 이용했습니다.
음식으로 스님들의 건강을 돕고 때로는 병을 예방하고 치료까지 했다고 합니다.
'음식과 약은 근원이 같다'는 말이 저절로 떠오릅니다.
요즘은 양념 덩어리이거나 기름맛으로 먹는 음식이 흔합니다.
양념맛으로 먹는다지만 진정한 맛에는 멀어진 듯합니다.
파, 마늘도 쓰지 않고 고기도 피하는 절에서는 어떻게 맛을 내는 걸까요?
참으로 다양한 천연조미료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옻된장, 겨우살이 된장, 보리등겨장 등 된장만도 여러가지입니다.
사찰음식은 간장, 고추장, 된장 등 열가지가 넘는 장과 천연조미료가루로 맛을 낸다고 합니다.
사찰 김치 또한 카메라에 한 번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리고 온갖 채소를 이용한 김치가 수십가지입니다.
스님들의 창의성과 무궁무진한 김치가 놀라울 뿐입니다.
남는 음식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보여주는 사찰음식 재활용 코너(?)입니다.
오래된 된장은 새콩으로 메주를 쑤어 함께 섞고, 국물 낸 다시마도 조림으로 탄생했습니다.
'하나도 버림없이 먹는다.'는 사찰음식의 정신을 보여줍니다.
전시장에서는 하루 한 차례 발우공양 체험 행사가 열렸습니다.
누구나 같은 음식을 먹고, 적당량만큼 덜어 먹으며, 함께 먹고, 음식에 감사하는 것이 발우공양의 정신이라고 스님은 말씀합니다.
평등과 청결 그리고 공동체 사상이 밥 먹는 일 하나에도 녹아있습니다.
근래에 사찰음식은 보통 사람들의 건강식으로 많이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이영란 자원봉사자님도 "외식을 하면 속에서 갈증이 나고 더부룩한 느낌이었는데
삼 년 전부터 사찰음식을 배워서 해 먹었더니 속이 편안하다."고 말씀하네요.
그것만이 아닙니다.
요즘은 외국에서도 우리나라 사찰음식을 소개해달라는 요청이 많다고 합니다.
한식 세계화의 물결 속에 사찰음식도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추세인가 봅니다.
사찰음식 대축제의 가장 큰 즐거움은 시간대별로 다양한 시식을 해볼 수 있다는 겁니다.
사진은 시금치통깨전인데요. 저도 먹어보니 담백한 맛이 좋았습니다.
한국 친구의 추천으로 행사장에 왔다는 외국인들도 "싱겁지만 맛있다'"고 하네요.
사찰음식 만들기도 해볼 수 있습니다.
스님이 고로쇠액을 넣은 보리등겨장 만들기 시범을 보입니다.
쌀 보리밥에 비벼 먹으면 맛이 일품이라네요.
강연에 귀 기울이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사찰음식으로 유명한 선재 스님이 "음식은 생명이다."라는 제목으로 강연 중입니다.
배고픔을 해결하거나 맛에 끌려 먹는 것이 아니라 생각해가며 먹겠다는 이들이 찾아옵니다.
개막식 날 하이라이트는 1080인분의 비빔밥을 함께 나누는 비빔밥 퍼포먼스였습니다.
더불어 함께 먹자는 뜻의 잔치겠지요.
요즘 대학가에는 밥을 같이 먹을 사람을 찾는 광고가 붙는다고 합니다.
혼자 외로운 밥을 먹는 이들을 부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디 사람뿐입니까?
절에서는 주변 모든 생명과 함께 나눠 먹는 실천이 있네요.
처음 가본 사찰음식 대축제에서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고, 자연을 살리는 정신이 담긴 사찰음식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대충 먹고, 빨리 먹고, 욕심껏 먹는 게 나를 포함한 요즘 사람들의 식사 모습입니다.
이 시대에 추구해야 할 새로운 음식 문화를 오래된 사찰음식의 지혜에서 찾아봐도 좋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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