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를 꿈꿨던 배모(41)씨는 오른쪽 귀가 들리지 않는다. 증상은 아주 천천히 진행됐기 때문에 언제부터 소리가 잘 들리지 않게 됐는지 배씨 본인도 잘 모른다. 보청기를 쓰기 위해 받은 이비인후과 검사에서 "청각신경이 완전히 망가졌다"며 "빨리 큰 병원을 가보라"는 얘기를 들었다. 대학병원을 찾은 배씨는 '청각신경에 생긴 종양이 너무 커져 청각신경은 물론 호흡중추까지 누르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수술을 할 수는 있지만 수술 중에 시신경을 건드리면 시각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배씨는 뇌종양 환우회 인터넷 카페에서 분당제생병원 김한규 교수(뇌종양클리닉)가 부작용 없이 뇌종양 수술을 잘한다는 정보를 검색하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난 겨울 김 교수를 찾았다. 18시간이 넘는 수술을 받은 배씨는 시력을 잃지 않고 성공적으로 종양을 제거할 수 있었다.
- ▲ 분당제생병원 뇌종양클리닉 김한규(왼쪽) 교수는 뇌의 정상조직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종양을 제거하는 ‘달팽이관 라인’ 수술법을 개발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사진은 김교수에게서 뇌종양 수술을 받은 곽성남(71)씨가 김교수와 함께 산책을 하는 모습.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종양 크기보다 위치가 더 중요
뇌종양은 두개골 내에서 생기는 모든 종양을 말한다. 위·대장·간 등 장기에 생긴 종양은 양성이냐 악성이냐가 중요하지만, 뇌에 생긴 종양은 양성종양이라도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두개골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자라 주변 조직을 압박하기 때문이다. 압박하는 부위에 따라 안구운동 이상이나 감각마비, 운동마비, 시각장애, 편마비, 호흡장애 등 다양한 증상을 일으킨다.
종양이 생긴 위치도 중요하다. 뇌의 바깥 부위에 생긴 종양은 두개골을 열고 바로 종양을 제거하면 되지만 안쪽에 있는 두개저(頭蓋底. 뇌가 올려져 있는 쟁반 같은 뼈)에 생긴 종양은 수술이 쉽지 않다. 두개저 부위에는 운동신경, 감각신경, 뇌신경, 혈관, 호흡중추 등이 밀림처럼 빼곡히 자리잡고 있어, 조직 손상 없이 종양만 떼내기 어렵기 때문이다〈사진〉. 뇌종양의 20% 정도가 두개저에 생긴다.
◇두개저 종양, 뇌신경 모여 있어 '힘든 수술'
1980년대 초반만 해도 두개저 종양은 선진국에서도 수술이 불가능한 영역으로 여겼다. 너무 어려워 수술 중 사망하는 비율이 절반 정도 됐다. 영상진단법과 미세수술법이 발달하면서 두개저 수술도 점차 가능해졌다. 하지만 위험은 여전히 따른다. 두개골을 열고 두개저까지 수술 기구를 넣으려면 뇌를 헤치고 가야 해 뇌기능이 손상될 수밖에 없다. 두개저 앞쪽에 생긴 종양은 코를 통해 수술한다. 하지만 옆이나 뒤에 생긴 종양을 수술하기 위해서는 관자놀이나 귀 주변 두개저를 깎아 수술기구를 넣을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김한규 교수는 "두개저는 신경과 혈관이 워낙 촘촘하게 모여 있어 이를 건드리지 않고 종양을 제거하는 게 관건"이라며 "조금만 잘못해 신경을 건드리면 장애가 남고, 숨골이나 혈관을 건드리면 사망에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부작용 최소화한 '달팽이관 라인' 수술 개발
김한규 교수는 10여 년 전 '달팽이관 라인' 수술법을 개발했다. 두개저 수술 중에 혈관이나 신경, 소뇌, 숨골 등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달팽이관 근처에 있는 두꺼운 뼈인 추체골을 직접 깎아 종양에 도달하는 길을 내는 수술법이다. 김 교수는 "생명과 직결되는 구조물을 건드리지 않고도 수술이 가능해지면서 수술을 포기하는 환자를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올해 2월 '달팽이관 라인' 수술법과 수술 결과를 신경외과학저널에 발표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뇌종양 수술은 뇌 구조를 완벽히 익혀야 하고, 경험도 중요하다. 실습용 시신을 구하기 힘든 국내에서 의사들이 수술 기법을 제대로 배우는 데 한계가 있다. 김한규 교수는 1993년 미국 연수 때 교통사고 사망 시신의 해부를 도맡아 뇌구조를 익히고 수술법을 배웠다. 그 다음 해 귀국 후 지금까지 1000명이 넘는 환자의 두개저 수술을 했다. 이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술 건수이다. 힘든 수술을 20년 넘게 하다 보니 김 교수의 몸도 축나 몇 년 전에는 허리디스크 수술까지 받았다. 김 교수의 환자 중에서는 이미 다른 큰 병원에서 "수술은 가능하겠지만 삼킴 장애나 시각장애가 생길 수 밖에 없다"는 말을 들은 환자들이 대부분이다.
/ 강경훈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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