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건네려 다가섰는데, 그 사람이 인사는커녕 눈길조차 주지 않고 쌩 지나가 버린다면 어떨까. 대개는 무시당했다는 기분 때문에 불쾌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러나 어쩌면 그 사람은 무례한 것이 아니라 정말 얼굴 자체를 알아보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신경과에서는 이를 '안면실인증' 혹은 '안면인식장애'라고 일컫는다.
◇얼굴만 기억 못 해… 스스로 자각하기 어려워
안면실인증은 말 그대로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증상을 말한다. 주변 지인들의 얼굴은 물론, 친한 친구나 매일 보는 배우자나 자녀들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심한 경우에는 거울이나 사진 속 자신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안면실인증 증상은 보통 얼굴에 대해서만 일어나고 목소리나 걸음걸이, 헤어스타일은 잘 기억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안면실인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점차 느는 추세다. 지난 10년간 전 세계 인구 가운데 2.5%가량이 안면실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한 영국의 경우에는 수천 명이, 그리고 독일의 경우에는 200만 명가량이 증상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안면실인증을 겪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자신이 이런 장애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저 정신이 없어서 그렇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내가 사람들한테 관심이 없어서 그래'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장애 극복 위해 말을 많이 하는 경우 많아
안면실인증의 원인은 뭘까. 지난 10년간 영국 본머스대학에서 안면실인증을 연구해온 베이트 교수에 따르면, 안면실인증은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나뉜다. 유전적으로 태어날 때부터 겪는 선천적인 경우와 훗날 외상, 뇌졸중, 퇴행성 등 뇌 손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후천적인 경우가 그것이다. 분명한 점은 안면실인증이 원인이 시각장애나 낮은 지능이 아니라는 것이다.
안면실인증의 증상은 정도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가령 얼굴은 알아봐도 이름을 기억하는 데 애를 먹거나 학교에서 돌아온 자녀들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기도 한다. 또는 다른 사람의 얼굴에 나타난 감정을 식별하지 못하거나 나이 혹은 성별을 판단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까지 안면실인증에 대한 특별한 치료법은 없다. 안면실인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장애를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의 걸음걸이나 목소리, 특정한 옷차림, 헤어스타일로 알아보는 식이다. 이런 까닭에 안면실인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대개 말이 많다고 알려졌다. 그보다는 일부러 상대와 말을 많이 해서 대화 속에서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챌 수 있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다.
/ 우준태 헬스조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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