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크리에이터 정관진 제2군단/암 예방법

[스크랩] 국내 암 치료비 年 14조… `예방센터` 지원금은 0원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4. 11. 6.

지난 4월에 개원한 연세암병원에는 다른 병원에 없는 센터가 있다. 바로 '암예방센터'다. 820㎡ 규모의 독립적인 공간에 5개 진료실과 운동치료실, 영양상담실을 갖췄다. 소화기내과·혈액종양내과·외과 등 진료과(科) 별로 12명의 담당 교수가 진료를 하며, 운동치료사·영양사도 1명씩 상주하고 있다.

이 곳은 암에 걸린 환자에게 각종 검사와 영양·운동 교육을 하는 다른 병원의 암예방센터와는 다르다. 암에 걸리 않은 사람이 대상이다. 정확하게는 아직 암에 걸리지 않았지만 암에 걸릴 위험이 높은 암고위험군(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 대장 선종 등 암 전단계의 병이 있는 사람, 흡연·과음·비만 등 암 유발 요인이 있는 사람)과 암생존자(암 치료 후 5년이 지난 사람)를 대상으로 전문적인 진료와 검사, 1대1 운동·영양 처방과 함께 효과에 대한 모니터링까지 해주고 있다.

예를 들면 위암 전단계인 '장상피화생(위염이 오랫동안 심해 위 점막이 장 점막으로 바뀐 상태)' 환자가 암예방센터에 가면 위암 전문의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유무를 체크한다. 위암 위험 요인인 가족력과 짠 음식 섭취·음주·흡연 여부도 파악한다. 진단에 따라 헬리코박터 검사와 제균 치료를 하고, 위암 예방에 적합한 식이요법·운동을 처방한다. 처방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환자가 짠 음식을 줄여 먹는지, 운동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측정과 상담을 해준다.

암 치료 후 5년이 지난 사람은 재발암 정기 검사와 가능성이 높은 2차암(원래 암이 생겼던 부위가 아닌 다른 부위에 생기는 암) 예방을 위한 방법을 알려준다. 우울증 같은 암 치료 후 후유증에 대해서도 관리를 해준다.


	암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맞춤형 암예방을 해주는 암예방센터가 연세암병원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암 예방에 중요한 운동·영양 처방은 건강보험 수가 책정이 안 돼 무료로 해줄 수 밖에 없다.
암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맞춤형 암예방을 해주는 암예방센터가 연세암병원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암 예방에 중요한 운동·영양 처방은 건강보험 수가 책정이 안 돼 무료로 해줄 수 밖에 없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연세암병원 암예방센터 김태일 센터장은 "지금까지 병원은 암 검진과 치료에만 집중했다"며 "암 예방이 검진·치료보다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국내에서도 암고위험군을 관리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MD앤더슨암센터, 메모리얼 슬론-케터링암센터에서는 수십년 전부터 암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이런 진료를 해왔다.

지난 4월 개원한 연세암병원은 암 예방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암예방센터에 과감한 투자를 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 수익률 악화로 센터 경영에 어려움이 크다. 연세암병원 암예방센터 이상길 교수는 "환자에게 받는 진료비 만으로는 시설 유지 및 인건비를 충당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환자가 많이 올수록 적자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1대1 운동·영양 상담은 건강보험 수가 책정이 안 돼 모두 무료로 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다른 대학병원 관계자들은 '연세암병원의 실험'이 오래 못 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암예방센터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지만 뚜렷한 수익 모델이 없기 때문이다. 김태일 센터장은 "정부 차원의 관심과 투자가 절실하다"며 "암고위험군 예방이 체계적으로 이뤄지면 장기적으로 암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암 치료와 관련해 연간 직간접적으로 드는 비용은 14조원이 넘는다(국립암센터 자료).

이상길 교수는 "정부는 암 검진 같은 소극적인 예방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암고위험군과 암생존자를 대상으로 애초부터 암에 걸리지 않게 관리를 해주면 암 예방 효과가 더욱 명확하고 의료 재정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출처 : 암정복 그날까지
글쓴이 : 정운봉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