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면 환자와 가족들이 가장 막막해하는 것은 ‘무엇을 먹어야 하나’이다. 암 발병이 그간 유지해온 식습관 탓은 아닐까라는 염려와 함께 식습관이 암 발생률을 높인다는 많은 연구결과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연구결과는 오랜 기간 형성된 식습관에 의한 것으로, 암에 걸리고 난 다음부터 급작스럽게 식습관을 바꾼다고 해서 바로 암이 치료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걱정과 고민으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갑작스런 식단의 변경으로 인해 영양적 균형이 깨지면서 이로 인한 체력 저하 등이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치료를 앞두고는, 그야말로 잘 먹어두는 것이 향후 기나긴 치료과정에 대비하는 지혜로운 방법이다.
◆ 암 예방식단, 이미 암에 걸린 환자에게는 해가 될 수도
많은 보호자들이 하는 실수 중 하나가 이미 암에 걸린 환자에게 암 예방에 좋다는 잡곡밥과 채소 등을 먹이는 것이다. 이는 치료를 앞둔 환자에게는 영양상 좋지 않을 뿐더러, 특히 위암 환자들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정상인도 체하거나 위에 탈이 났을 때는 죽이나 스프 등의 부드러운 음식을 주로 먹는다. 하물며 위암 환자는 이미 위에 이상이 생겨 수술 등 중요한 치료를 앞두고 있는 이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거칠고 딱딱한 잡곡밥만 먹는다면 어떨까? 곧 소화불량에 걸리고 영양상태는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예측이 자명하다.
과거에는 위암에 걸린 대부분의 환자들이 영양이 불량하고 체중이 많이 빠져 허약해진 몸으로 수술을 받았다. 병기가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받아, 오랜 기간 위장장애에 시달렸던 탓이다. 환자의 상태와 수술 범위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위암 수술을 받은 후에는 거의 한 달 정도 정상적인 식사 섭취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수술 후 더 심각한 영양불량에 빠졌고, 그 결과 회복 기간이 길어지며 체력 저하, 빈혈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 치료 전 체중은 유지하거나 약간 늘려둬야
최근에는 위암도 초기에 진단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수술 범위도 작아지고, 수술법도 개선되어 예전에 비해 환자의 영양상태도 비교적 나쁘지 않다. 게다가 과거에 비해 회복도 빨라졌고 체력도 유지되는 편이다. 그러므로 무리한 식사 조절보다는 우선 평상시 본인의 식습관을 잘 살펴, 건강에 좋지 않은 습관들은 버리고 몸에 유익하고 암 치료에 도움이 되는 식습관을 단계적으로 시도해보는 것이 좋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어디까지나 ‘식사량을 제대로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하는 것이다. 흡연자는 금연부터 시도하고, 술을 즐겼던 사람들은 음주량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도움이 될 수 있다. 과체중이라 해도 섭취량을 지나치게 줄여 체중을 무리하게 빼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체중을 줄이기보다는 오히려 본격적인 치료 전까지는 체중을 잘 유지하는 것이 좋다. 치료 후 식사량 섭취 부족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오랫동안 암환자의 영양을 상담해왔던 경험으로 미뤄보더라도 환자의 체중이 정상 체중 범위 이하인 경우에는, 치료를 시작하기 전 어느 정도 체중을 늘려두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먹는 것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이나 치료에 대한 막연한 걱정과 두려움으로 위축되어서도 안 된다. 치료 계획 및 치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그에 따른 식사 요령 등에 대한 정보를 동료 환자와 의료진을 통해 알아보고, 적절한 대응 요령도 알아둔다. 필요 시에는 친구나 가족에게도 도움을 요청한다. 특히 여성 환자의 경우 평소 집안일을 전담하였다면 가족과 상의하여 가사를 분담하고, 식사준비도 장보기와 음식 만들기 등에 대해 가족이나 친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 무엇을, 어떻게 먹으면 좋을까?
# 1) 칼로리가 높은 요리로 만들어 먹는다.
▷ 주식은 다른 식품을 첨가하여 동일한 섭취량을 먹더라도 열량을 높여 먹도록 한다.
- 밥 : 김밥, 초밥, 주먹밥, 볶음밥, 유부밥, 잡채밥, 카레라이스, 오므라이스, 영양밥 등
- 죽 : 야채죽, 전복죽, 계란죽, 닭죽, 깨죽, 호박죽, 단팥죽, 잣죽, 참치죽 등
▷ 주식의 양을 반 공기 이하로 적게 섭취할 때는 다른 당질 식품을 간식으로 활용한다.
이때도 단일 품목보다는 잣, 아몬드, 쨈, 버터 등을 곁들어 열량 밀도를 높인다.
- 감자 으깸 : 감자+버터 혹은 꿀이나 요거트, 사워크림을 섞는다.
- 찐 고구마 : 소화에 주의한다.
- 밤초, 꿀떡, 흰 떡+참기름, 찹쌀 부꾸미, 옥수수 버터 구이, 참깨 강정 등
▷ 조리 시 기름류(참기름, 올리브오일, 들기름 등)나 당질 식품(설탕, 꿀, 조청 등)을 많이 넣는다.
- 쇠고기, 닭고기 요리 : 샐러드 드레싱이나 소스와 함께 먹는다.
- 나물요리 : 볶거나 무침을 할 때 식용유, 참기름, 들기름 등을 넉넉히 사용한다.
- 야채 샐러드 : 샐러드 드레싱을 충분히 사용한다.
- 우유, 두유 등 음료 : 설탕, 꿀, 초콜릿, 미숫가루, 분유, 과일 등을 같이 혼합하여 먹는다.
- 과일 : 생과일 대신 과일 통조림을 먹거나, 우유, 아이스크림과 과일 등을 혼합하여 셰이크를 만들어 먹는다.
▷ 간식의 경우 지방보다는 당질이 많이 포함된 것을 섭취하는 것이 포만감이 빨리 사라져서 다음 끼니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 예 : 사탕, 젤리, 크래커, 빵 , 과일, 주스, 양갱 등.
# 2) 단백질 식품의 섭취를 늘린다.
본격적인 치료가 시작되면 단백질 섭취의 중요성은 너무도 절실해지지만, 충분히 섭취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식욕이 있을 때 미리 챙겨 먹도록 하자. 우선 매끼 식사에서 쇠고기나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류 등을 1, 2종류씩 교대로 섭취한다. 붉은 고기는 암의 원인으로도 꼽히지만, 단백질과 더불어 철분까지 섭취할 수 있는 주요 급원이므로 꼭 챙겨 먹어야 한다.
▷ 고기 외에 계란, 콩, 두부, 생선 등을 반찬으로 매끼 1~2종씩 먹는다.
- 육류 : 고기구이, 장조림, 수육, 스테이크, 완자전, 스튜 등
- 달걀 : 계란프라이, 달걀찜, 수란, 오믈렛, 메추리알조림 등
- 콩, 두부 : 콩밥, 두유, 연두부찜, 두부조림, 된장찌개, 콩자반, 청국장찌개 등
- 생선 : 생선포, 생선전, 생선조림, 어묵, 오징어, 생선구이 생선찌개 등
- 유제품 : 우유, 요구르트, 요거트, 아이스크림, 밀크셰이크, 치즈 등을 1일 2~3회 섭취
▷ 간식 섭취 시 단백질 식품을 첨가한다.
- 탈지분유나 분유를 우유에 타서 마신다.
- 미숫가루를 만들 때 물 대신 우유 또는 두유를 이용한다.
- 야채 샐러드에 삶은 계란을 다져 넣는다.
- 전이나 부침류에는 물 대신 달걀을 많이 사용한다.
- 크래커나 빵을 요거트와 함께 먹는다.
- 단백질 파우더를 음료나 요리에 섞어 먹는다.
# 3) 보양식을 먹는다
예) 삼계탕, 추어탕, 장어구이 등등
# 4) 매끼 여러 가지 채소류를 다양하게 먹고, 수시로 과일을 간식으로 먹는다.
△ 작성: 세브란스병원 연세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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