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환자의 식습관은 치료 전후에 180도 달라진다. 대개 환자들은 위를 절제하는 수술 이후 달라진 식습관과 치료에 따르는 부작용으로 건강에 자신감을 잃게 된다. 하지만 이런 정신적 혼란, 두려움 등은 모든 환자들이 겪는 정상적인 반응으로 체력이 회복되면 이 또한 나아진다. 환자마다 개인차가 있으나, 대부분 2~3개월 후부터는 식사량과 체력이 회복된다. 문제는 올바른 식사 방식과 더 먹어야 할 것, 덜 먹어야 할 것을 아는 것이다.
치료를 통해 암이 완치됐다 해도, 재발의 위험은 항상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식습관에 신경을 쓰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극단적인 채식주의자가 되거나, 먹을거리에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다. 누구나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금연과 절주, 적절한 운동에 건강 균형식을 지켜주기만 하면 된다.
◆ 표준 체중을 기준으로 건강 균형식 유지
자신의 식습관이 올바른지, 또는 모자라거나 과하지 않은지를 확인하는 영양상태의 지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표준 체중을 유지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수술 후 많은 환자들은 약 1년이 지나면 체중이 증가하지만, 대개 수술 전 체중의 85~95% 정도에 그칠 때가 많다. 체력에 큰 무리가 없고, 연령이 높은 암환자라면 표준 체중에서 5%가량 감소한 상태는 걱정할 정도가 아니다. 하지만 좀처럼 식사량을 늘리지 못해 체중이 회복되지 않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체중이 감소하게 되면 의료진이나 병원의 임상영양사에게 상담을 받아야 한다.
뭘 어떻게 먹느냐도 크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 매끼 균형 잡힌 식사면 충분하다. 건강 균형식이 거창한 것은 아니다. 밥상의 주식인 밥을 기본으로 매끼 동물성 단백질 반찬 1~2종류, 다양한 채소류로 2종류, 우유 1컵과 과일 1~2조각 정도면 훌륭하다. 이런 상식적인 식단으로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최선의 길이며, 이미 그 자체가 훌륭한 '항암(抗癌)'이다.
항암식품을 많이 먹으면 건강에 좋을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많이 먹는 것과 균형 잡힌 식사는 다르다. 한 가지 식품만 고집하거나, 유기농 식품에 집중한다고 해서 암이 예방되는 것은 아니다. 기적의 항암 식품이라는 민간요법에만 매달려 정상적인 식사를 못하게 되는 것만큼 해로운 것도 없다. 매일 다르게 그리고 다양하게, 건강 균형식을 먹는 것이 제일 좋다.
◆ 음식의 간은 싱겁게
수술 후 컨디션이 회복되고, 식사량이 증가하게 되면 예전에 즐겨먹던 자극적인 맛을 찾게 된다. 된장이나 김치 등의 발효식품이 항암작용을 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주식이 쌀인 식문화에서 짜고 매운 김치와 된장찌개는 너무나 잘 어울린다. 하물며 그 식품들에 항암작용까지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이를 과다 섭취하면, 그야말로 적게 먹은 것만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위암은 짠 음식과 관련성이 높은 암이다. 된장찌개나 김치의 과다 섭취로 염분 섭취량이 늘어나면 오히려 암 예방을 방해하고 재발을 부추길 수 있다. 세계 암 연구재단은 ‘소금 섭취량이 하루 1g 증가할 때마다 위암 위험도도 함께 증가한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수술 직후나 식사량이 적을 땐 조금 짭짤하게 먹어도 양 자체가 적기 때문에 소금의 섭취량 또한 많지 않았다. 하지만 수술 후 회복이 다 된 뒤에는 되도록 싱겁고 심심하게 먹도록 한다. 된장의 섭취는 주당 570g, 즉 하루 된장 4큰술 정도(1회/일) 이하로 섭취하는 것을 권장한다.
◆ 육류 섭취는 양과 조리법에서 주의가 필요해
직접 불꽃에 닿아 탄 육류 섭취는 암의 위험을 높이므로 덜 먹도록 한다. 미국암협회(ACS)의 연구에 의하면 일주일에 4번 이상 쇠고기를 먹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위암 발생률이 2배 높다. 쇠고기, 돼지고기, 생선 등의 살코기를 높은 온도로 조리하면 발암 물질인 아민이 생성되는데, 그 정도는 온도에 따라 달라진다. 튀김, 직화구이 등 고열로 조리하거나 조리 시간이 길어지면 아민의 생성량이 증가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한편 붉은 육류는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의 좋은 급원이다. 그러나 많은 양의 육류 섭취는 암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붉은색 육류는 미국 암협회의 권장 기준인 하루 80g 이하로 제한하거나, 우리나라의 권장량인 1회에 1인분?1주일에 2회 이하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생선도 직화로 가열하면 발암 물질이 발생되므로 가급적 찜이나 탕 등으로 끓여 먹는 것이 아민 생성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 생선을 염장할 때도 발암물질이 발생될 수 있으므로 간고등어 같은 염장 생선보다는 신선한 생선을 바로 소금에 절여 먹도록 한다.
◆ 가급적 소박하게, 그리고 자연식으로
아무리 항암식품이라 할지라도 정상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섭취는 피하는 것이 좋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름, 소금이나 설탕, 버터 등으로 과하게 조리한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 소박하고 거친 음식을 좋아하도록 미각을 훈련시킴과 동시에, 적절한 양에도 만족할 수 있도록 적응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평범하게 먹는다고 해서 반드시 단조로운 식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매일 매끼 다양하고 신선한 식재료를 준비하여 간단한 방법으로 준비하되, 한 종류는 날로 먹어도 좋다. 음식 재료 고유의 맛을 음미하고 가급적 양념을 덜 넣도록 한다.
성장이 멈추고 활동량이 적은 성인들은 기초대사량이 떨어져 필요한 칼로리도 적어진다. 따라서 무엇을 먹느냐보다 적절한 양으로 골고루 먹는 것이 더 중요하다. 소박한 식사를 가족들과 즐겁게 하는 습관이 가족 모두의 건강을 위한 보험이며, 최고의 건강 유산이 된다.
◆ 항암습관은 늘리고, 발암습관은 줄이고
치료가 끝나고 체력이 좋아져 사회로 복귀하면, 수많은 먹을 거리가 유혹하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을 기회도 많아진다. 그러다 보면 긴장도 느슨해지고 어느덧 무절제한 식생활로 돌아가기 쉽다. 물론 위암 수술을 받았다고 무조건 금욕적인 식생활을 강요할 수는 없다. 이는 삶의 질 차원에서도 타당하지 않다. 그러나 필요 이상 많이 먹지는 말아야 한다.
매일 먹는 음식을 기억하기 어렵다면 하루하루 먹는 음식을 간단하게 메모해 보자. 음식명과 먹은 양을 메모하여 일정 기간마다 내가 어떤 음식을 주로 먹는지, 매일 먹어야 할 음식들은 잘 먹고 있는지,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음식을 먹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본다. 이런 기록을 통해 본인이 섭취하는 음식을 제대로 파악하고 주의를 기울이면, 평생 지속 가능한 건강 식습관을 만들 수 있다. 너무 완벽할 필요는 없다. 가끔은 실패할 수 있지만 그래도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실천하려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
매일 챙겨드세요 | 항산화 영양소 | 각종 채소류나 과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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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지방산 | 생선류, 식물성 기름 | |
섬유소 | 현미, 잡곡류, 야채나 과일 | |
비타민 | 각종 채소류, 과일 | |
수분 | 보리차, 순수 물, 옥수수 차 | |
가급적 줄이세요 | 트랜스지방산 | 감자튀김, 도넛, 크로와상 |
단순당류 | 사탕류, 음료수 등 | |
식품첨가물 | 과자, 캔디류, 육가공품 등 | |
포화지방산 | 등심, 삼겹살 등 | |
알코올 | 과음 |
◆ 아직도 술, 담배 생각나세요?
많은 환자들이 체력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 꼭 물어보는 두 가지 질문이 있다. 바로 ‘술’과 ‘담배’이다. 담배는 지금까지의 연구에서 밝혀진 암을 유발하는 요인들 중 가장 확실한 발암 인자이다. 따라서 암을 앓은 사람은 담배는 당연히 피우지 말아야 한다. 담배의 해악은 직접 피우는 사람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흡연자 주변의 사람에게도 담배를 피운 것과 같은 나쁜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담배 연기에 노출되는 것을 삼가는 것이 좋다. 최근 세계 여러 국가에서 벌이고 있는 금연법 제정과 금연구역 지정 등 금연운동은 국민 건강을 위한 적절한 조치일 것이다.
그렇다면 술은 어떨까? 수술을 받은 위는 대부분 역류성 위염을 동반하고 점막이 무척 약한 상태이다. 따라서 외부에서 오는 자극에 무척 민감하다. 뿐만 아니라 알코올의 흡수가 빨라져 취기가 금방 오르고 간에 더 많은 부담을 줄 수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음주는 항암성분인 비타민과 무기질을 빠르게 소모시켜 간접적으로 체내에 들어온 발암물질의 작용을 부채질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술 또한 가능한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술과 함께 안주를 먹다 보면 음식 섭취량을 조절하지 못해 탈이 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술자리에는 담배연기도 거의 함께 있게 마련이다. 가급적 술자리가 예상되는 경우에는 과감하게 피하는 것이 좋다. 부득이한 경우에는 소주나 양주 같은 독한 술보다는 맥주나 포도주와 같이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로 맥주 2~3잔, 포도주 1~2잔 정도가 적당하다. 또한 대화를 안주 삼아 천천히 마시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 작성: 세브란스병원 연세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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