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광에 퍼진 암 때문에 방광을 떼어내고 옆구리에 소변 주머니를 차야합니다."
암에 걸렸다는 사실 못지않게 방광암 환자를 절망시키는 말이 소변 주머니를 차야 한다는 것이다. 방광을 떼어내면 요루(尿瘻, 요관 대신 소변을 배출하는 길)를 배 안쪽(복벽)에 만들고 소변 주머니를 달아야 한다. 이로 인한 정신적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소변 주머니를 수시로 갈아야 하고, 대중목욕탕 이용이 힘들다. 여름이면 소변 냄새 때문에 외출도 꺼려진다. 피부가 헐어서 소변 주머니 부착이 힘들 수도 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인공방광 수술이다. 환자의 소장(小腸)으로 인공방광을 만들고, 이를 요도에 연결해 소변을 보도록 하기 때문에 소변 주머니가 필요 없다. 세계적으로 소장을 이용한 인공방광 수술은 20여년 전 처음 시행됐지만 수술이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다, 소변을 보는 기능을 살리려다 암을 완벽하게 제거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자주 시도되지 않았다. 또 여성의 경우, 방광을 떼어낼 때 자궁, 나팔관, 난소, 요도, 질(膣) 앞 부위까지 모두 제거하는 방법이 일반적으로 쓰인다. 이 경우 요도를 제거하기 때문에 인공방광 수술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수술 기법의 발전 덕분에 인공방광 수술을 받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 환자가 많아지고 있다. 평균 8시간 이상 걸리던 수술 시간이 4시간으로 줄고, 무수혈 수술(수혈을 받지 않고 진행되는 수술)이 가능해졌다. 또 요도와 요도 괄약근을 살릴 수 있는 수술 기법이 도입돼 70세 이상의 고령자는 물론,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도 인공방광 수술이 가능해졌다. 여성의 경우 인공방광 수술시 병기(病期)에 따라 질을 보존할 수 있게 되었고, 남성의 경우에는 발기 능력을 보존하여 수술 후 환자들의 정상적인 성생활도 가능하게 해준다.
물론 인공방광이 자신의 진짜 방광을 대체할 수는 없다. 수축 기능이 없기 때문에 배를 눌러 소변을 봐야 한다. 초기에는 요의를 느끼기 어려워 정해진 시간에 소변을 봐야 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신체가 이에 적응해 요의를 느낄 수 있게 된다. 방광암은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는 암이다. 단순히 수명 연장 뿐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 유지를 위해 인공방광 수술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만하다.
/ 이동현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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