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최진철 부장(52ㆍ가명)은 지난달 건강검진 결과 심장혈관 내벽에 플라크(plaqueㆍ죽상반ㆍ지방덩어리)가 혹처럼 붙어 있어 관상동맥
경화증이 생겼다는 소견과 함께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평소 고혈압과 함께 고지혈증, 고혈당이었던 최 부장은 운동을 하겠다며
지난 토요일 오후 동료들과 의왕산에 올랐다가 목숨을 잃을 뻔했다. 그는 정상을 얼마 앞두고 메스꺼움과 함께 극심한 가슴통증을 느꼈다. 다행이
119의 도움으로 건강을 회복하고 있지만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한상진 한림대 성심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는
"심장혈관에 플라크가 쌓여 있던 사람이 추운 날씨에 과격한 운동을 할 경우 플라크가 파열되면서 여기에 혈전이 생성돼 혈관을 순식간에 막아
심근경색이 발생하며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부장처럼 심장혈관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건강을 되찾겠다며 무턱대고 운동에
나섰다간 사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허혈성 심장질환이 지난해 뇌혈관질환을 누르고 `한국인 사망 원인` 2위에 올라섰다. 인구
고령화와 고지방 식이 섭취가 늘면서 심근경색, 협심증 등과 같은 심혈관질환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심장질환은 돌연사의 70~80%를
차지한다.
심근경색은 글자 그대로 혈관이 막혀 심장 주변의 일부 근육이 굳어 괴사하는 것을 말한다. 심근경색 발병률은 하루 중 오전
7시 전후가 가장 높고 남자가 여자보다 4~5배나 많다. 심근경색은 심장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혈전(피떡)이 발생하고 혈액 공급이 완전히 차단돼 혈류가 중단되면서 발생한다.
협심증은 심장혈관이 좁아져 혈액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해 심장근육에 산소가 부족하게 되고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발생한다. 협심증이 심해지면
심근경색, 최악의 경우 돌연사할 수 있다. 아니면 심장근육 손상으로 펌프 기능이 떨어져 `울혈성 심부전`(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남)과 `심장
부정맥`이 나타날 수 있다.
윤영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날씨가 추워지면 심장병, 뇌혈관질환 발생이 증가하게 되는데,
심근경색증은 가장 추운 시기인 12~2월에 발병 빈도가 1.5배 이상 높아진다"고 말했다.
규칙적인 운동은 면역력을 높여주지만
심장질환자는 무턱대고 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 심장질환은 혈관의 70%가 좁아진 후에야 증상이 나타나는 만큼 50ㆍ60대 이상이라면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심장 기능이 원활한지 검사를 받는 게 좋다. 특히 중증 고혈압인 경우에는 반드시 병원에서 운동부하검사를 하고 운동 처방을 받아야
한다.
임도선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장질환자는 강도 높은 운동을 단시간 동안 하는 것보다 가벼운 운동을 오래 하는
게 좋고 운동 중 혈압 반응에 유의해야 한다"며 "팔다리에 통증, 두통과 어지럼증이 생기는 경우에는 운동량을 절반으로 줄이거나 중단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요즘과 같이 추운 날씨에는 운동을 피해야 한다. 특히 오전 6~11시는 통계상 심근경색, 뇌졸중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마의
시간대`로 알려져 있어 피해야 한다.
한상진 한림대 성심병원 교수는 "호흡이 약간 가쁜 상태로 옆사람과 대화가 가능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운동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환자들은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5~10분간 준비운동으로 몸을 풀어줘야 하고,
또 운동을 마친 후에도 역시 5~10분 동안 마무리운동을 해주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권장하는 운동은 수영, 자전거 타기, 조깅 등 적당한
유산소운동이다.
운동은 매일 또는 일주일에 3~4회 이상 하는 게 바람직한데, 1회에 30~60분 정도가 적당하다.
대개 숨이 약간 찰 정도로
유지하는 게 좋으며 이런 경우 내의가 땀에 흠뻑 젖는 것보다는 약간 땀이 밸 정도가 된다. 운동이 끝난 후 사우나나 고온욕은 혈압을 더 올라가게
하므로 피해야 하며, 미지근한 물(38~39도)에서 반신욕을 가볍게 하는 것은 혈액순환과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된다.
협심증 또는
심근경색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흉골 바로 아래쪽이 심하게 조여오는 듯한 통증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목이나 어깨, 왼쪽 팔로 뻗치는 통증 또는
복부의 불편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또한 호흡이 곤란해지거나 식은땀이 흐르기도 한다. 이런 통증이 30분 이상 지속된다면 심근경색증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심한 흉통이 30분 이상 지속되면 최대한 빨리 병원에 도착해 진단을 받아야 한다. 늦어도 6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해야 목숨을
살릴 수 있다.
협심증 또는 심근경색이 확인되면 약물(혈전 용해제) 또는 풍선을 이용한 시술(관동맥조영술 및 풍선확장술)로 막힌
혈관을 뚫어줘 사망률과 심부전 빈도를 현저하게 낮출 수 있다. 관동맥조영술은 막히거나 좁아진 혈관에 조영제를 주사해 혈관 구조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검사로 어느 부위가 얼마나 막히고 어떻게 좁아졌는지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다.
이 검사에서 병변이 발견되면
스텐트라 불리는 얇은 금속으로 만들어진 그물망을 넣어 좁아진 혈관을 넓히고 재협착을 방지하는 시술을 하게 된다.
이때 중요한 점은
6시간 이내에 시술이 돼야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http://news.mkhealth.co.kr/news/article.asp?StdCmd=view&ArticleID=2013123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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