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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별 암/여성암

자궁경부암 백신 남성도 접종을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3. 5. 22.

주부 김명희 씨(49)는 20일 첫째딸 유리(20)가 성년이 됐지만 스스로 건강을 챙기는지 항상 걱정이다. 어려 보이기만 했던 자녀가 어느새 성장한 모습을 보니 뿌듯하면서도 부모의 울타리 밖으로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 한 편이 시큰해졌다. 그녀는 무엇보다 딸의 이성교제에 신경이 쓰인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첫 성경험 연령이 14.2세로 이전보다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신체적으로 미성숙한 시기의 성경험은 이후 성년이 되어서도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성접촉, 피부접촉 등으로 감염되는 HPV 바이러스는 대부분 자연스럽게 치유되지만, 일부 지속적으로 감염되는 경우 자궁경부암이나 생식기 사마귀 같은 질환을 일으킬 수 있어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부인종양학회에 따르면 여성 3명 중 1명(34.2%)에게서 HPV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20대 여성은 2명 중 1명(49.9%)이 HPV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암 중 발병률 2위를 차지하는 자궁경부암은 HPV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100여 가지의 HPV 바이러스 중 16, 18형 같은 고위험군 바이러스가 70% 이상 자궁경부암을 유발한다.

HPV 바이러스가 원인이 되는 질환은 자궁경부암뿐만이 아니다. HPV 6, 11형 같은 비교적 저위험군 바이러스는 남성과 여성 모두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된 전염성이 강한 생식기 사마귀를 유발한다.

2011년 18~60세 남녀 7만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적으로 여성보다 남성에게 생식기 사마귀 유병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식기 사마귀는 냉동요법, 레이저, 수술 등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HPV 바이러스 감염이 치료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쉽게 재발할 수 있다.

HPV 바이러스는 예방백신 접종을 통해 예방이 가능하다. HPV 바이러스는 자신도 감염여부를 모르는 상태에서 불특정한 사람에게 전염시킬 수 있어 부모가 먼저 나서서 자녀를 위해 HPV 바이러스 예방법을 잘 알고 있는 것이 좋다. 현재 주로 사용되는 HPV 백신은 두 종류이고 그중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HPV 16, 18형과 생식기 사마귀를 유발하는 HPV 6, 11형을 예방하는 4가 백신(가다실)은 9~26세의 남성과 여성 모두 접종이 가능하도록 승인을 받았다.

HPV 백신은 주로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알려져 여성만 접종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인유두종 바이러스로 인한 질환 예방을 위해 남성도 접종하는 것이 좋다. HPV 바이러스는 남녀를 막론하고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성이 HPV 백신을 접종하면 우선 생식기 사마귀 발생을 방지할 수 있고, 여성에게 HPV 바이러스를 전염시키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어 국내외 전문가들은 남성의 HPV 백신접종을 권하고 있다. 최근 대한산부인과학회도 미래 여성 건강을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여학생뿐만 아니라 남학생들에게도 자궁경부암과 생식기 사마귀를 예방하는 4가 HPV 예방백신 무료접종을 지원한 바 있다.

호주는 2007년부터 세계 최초로 여성을 대상으로 국가 무료접종을 실시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남성까지 그 혜택의 범위를 넓혔다. 이로 인해 호주에서는 18세 이하에서 자궁경부암의 전 단계인 고등급 자궁경부병변이 74%, 21세 미만 남녀의 생식기 사마귀가 90%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홍순기 청담마리산부인과 원장은 "성 접촉 가능성이 있는 성인이라면 남녀 예외없이 HPV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갓 성년을 맞은 자녀의 부모라면 HPV 예방백신 접종을 통해 자녀의 자궁경부암과 생식기 사마귀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20대 초반은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비교적 낮은 연령대인 만큼 부모가 먼저 나서서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매경헬스 = 문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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