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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의 장/암,건강도서, 소개

[스크랩] 장기이식 다룬 소설들 `따뜻함과 오싹함 사이`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3. 3. 21.

2012년 말, 두 권의 소설이 세상의 빛을 보았다. 두 권의 소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장기이식을 다루며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하나는 아주 따뜻하게, 하나는 아주 오싹하게. 장기이식 같은 뜻의 단어임에도 두 소설이 비추는 장기이식의 세계는 판이하게 다르다. 장기이식이 생명을 살리는 아름다운 사랑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또 한편에서는 나의 생명을 위해 다른 사람의 생명은 경시되어도 된다는 식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장기이식, 분명 생명을 살리는 놀라운 기적이자 아름다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장기이식을 둘러싼 시선과 생각들에는 왜 차이가 생겨나는 것일까. 과연 그 시선의 균열은 어디서부터 시작했을까

 

# 신성한 봄 - 각성경 저

 

신성한 봄은 편지글의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 소설이다. 소설은 주인공인 노년의 연극배우 윤미호가 터키와 그리스 일대를 돌아다니며 지인들에게 보내는 편지글 형식을 띄고 있다. 윤미호는 아주 오래 전 해외로 입양 보낸 아들이 사제의 길을 가기로 결심했다는 소식을 듣고 로마에 있는 아들 수보리를 만나러 간다. 그는 아들을 만나러 간 20일 남짓의 여정 동안 옛 애인과 스승, 친구와 후배, 아들과 이종사촌 등 인생을 함께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심경을 털어놓는 편지를 보낸다. 그 편지들에는 옛 추억을 회상하는 내용과 함께 예술과 사랑, 삶과 죽음에 이르는 등 다양한 주제들이 담겨 있다.

 

이 소설에 주인공인 윤미호와 아들 수보리는 엄마와 아들이라는 혈연관계이외에도 생명 나눔으로 서로 묶여있는 사이이다. 사실 오래 전 캐나다로 입양을 보낸 아들이기에 엄마와 아들사이에는 다른 모자들처럼 구구절절한 추억 거리가 없다. 살면서 쌓아온 애틋한 에피소드도 없고 모자지간의 절절한 정을 느낄 만큼의 시간도 둘 사이에는 없었다. 그러나 아들은 자신을 먼 이국땅으로 입양 보낸 엄마가 간경화로 병석에 눕자 아무런 원망 없이 자신의 간을 이식해준다.

 

그리고 5년 뒤 이번에는 엄마가 건강을 회복하고 아들을 찾아 긴 여정을 떠난다. 소설 '신성한 봄'은 멀리 떠나 있는 가족을 향한 그리움을 그려내고 있다. 다른 모자들처럼 얼굴을 맞대고 살지는 못하지만 아주 먼 곳에 떨어져서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는 어머니와 아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비록 서로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선뜻 자신의 생명을 내어놓을 만큼 사랑하는 가족의 모습을 그리며 따뜻한 나눔을 이야기하고 있다.

 

# 오히려 다정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 임성순 저

 

소설 '오히려 다정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아프리카에서 아직도 일어나고 있는 내전과 불법 장기이식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대중 앞에 등장했다. 15년 전 아프리카 봉사활동에서 만났던 신부 박현석과 의사 최범준은 15년 뒤 전혀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서로를 바라보게 된다. 장기를 적출하려는 의사와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장기를 적출당하기 일보 직전인 사람으로 말이다. 투철한 소명을 가지고 15년 아프리카 내전 상황 속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던 이 두 사람이 어떻게 해서 이런 장소에서 만나게 되었는지에 대해 소설은 이야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설은 선과 악, 인간의 본성 등 접근하기 쉽지 않은 주제들을 말하고자 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만한 것은 소설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불법 장기 이식의 현장이다. 심장, 간, 신장 등 장기 뿐 아니라 각막이나 피부 조직, 인대, 뼈 등 한 사람의 죽음으로 여러 사람이 살아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죽으려는 사람과 살고자 하는 사람, 그리고 그들을 연결해 주는 컨설팅 회사와 의사가 이 소설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이 소설에서 죽으려는 사람들은 자살 실패자들. 언젠가는 죽음을 또 선택하리라는 판단 하에 불법 장기이식 컨설팅 회사는 이들을 수술장으로 굴고 온다.

 

이 컨설팅 회사에 매수된 의사들은 끌려온 자살 실패자들의 장기적출을 실시하고 그 장기를 살고자 몸부림치는 환자들에게 이식하는 일을 스스럼없이 진행한다. 물론 허구의 이야기인 소설이기는 하지만 배경이 되는 불법 장기이식의 현장은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누군가의 생명은 버려져도 된다고 생각하는 현장, 그곳에서 장기이식으로 누군가는 새 생명을 얻게 되지만 그것은 결코 아름다운 일이나 축하받을만한 일이 아니다.


두 소설은 장기이식의 세계를 너무도 다르게 그리고 있다. 한 소설은 자신을 버린 엄마를 위해서도 기꺼이 자신의 간을 떼어주는 아들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사람이 무엇인지 보여주는가 하면, 한 소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의 생명은 신경 쓰지 않는 세상의 가장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 두 소설이 모두 허구의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중요한 사실은 생명의 소중함을 잘 아는 사람들과 생명을 경시하는 사람들이 현실에서도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두 모습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 생명의 소중함에 공감하는 쪽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지금 그 생각을 사랑의 장기기증 서약으로 표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 따스아리

 

 

 

 

 

 

 

출처 : 따스아리 (따스한 메아리)
글쓴이 : 따스아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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