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은 주부 강모씨(35)는 최근 받은 산부인과 검진에서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16번에 감염된 것을 알게 됐다. 의사는 "백신을 맞을 때 같은 바이러스가 체내에 있었을 것"이라며 "HPV에 감염된 상태에서 백신을 맞으면 그 유형의 HPV에 대한 예방 효과는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 ▲ 자궁경부암 백신은 무조건 맞아야 하는지, 언제 맞는 게 좋은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성 경험이 없다면 무조건 맞는 게 좋고, 있다면 백신을 맞기 전 HPV 감염 여부부터 확인하는 게 좋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감염 바이러스 항체는 못 만들어
우리나라 여성의 25~30% 정도가 HPV에 감염돼 있다고 의료계는 본다. HPV는 아주 흔한 바이러스로 모두 100가지가 넘는데, 번호를 매겨서 구별한다. 16번과 18번이 자궁경부암의 70% 정도를 일으킬 수 있다. 현재 나와 있는 2가지 자궁경부암 백신(서바릭스와 가다실)은 16번과 18번을 대부분 막아준다. HPV는 1~2년 사이에 거의 저절로 사멸하는데, 16번이나 18번이 사멸하지 않고 남아 있으면 암을 일으킨다. 아주대병원 산부인과 유희석 교수는 "백신을 맞을 때 HPV 16번이나 18번에 이미 감염돼 있으면 백신이 그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만들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백신을 맞은 여성이 만약 접종 당시 두 바이러스 중 하나 또는 둘 모두를 가지고 있었다면 해당 바이러스는 나중에 재감염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단, 16·18번 동시 감염은 감염자의 1% 미만일 정도로 드물다.
◇16·18번 하나만 있어도 맞아야
이런 문제를 확실히 피하는 방법은 성경험이 있다면,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기 전에 HPV에 감염됐는지 검사하는 것이다. HPV 검사는 보통 자궁경부세포진검사(펩스미어)를 할 때 추가해서 한다. 검사 결과 HPV가 없으면 바로 백신을 맞으면 된다. HPV가 나왔다면 평소 성생활을 어떻게 했는지에 따라서 바람직한 대응법이 다르다. 청화병원 김진홍 원장은 "HPV가 나와도 대부분은 자궁경부암과 상관없는 저위험군 바이러스이므로 한 명의 파트너와 성생활을 하는 여성은 백신을 바로 맞아도 되고, HPV가 사라질 때까지 1~2년쯤 정기 검진을 받으면서 기다렸다가 맞아도 된다"고 말했다.
정 걱정되면 감염된 바이러스의 번호를 알아보는 HPV 타이핑 검사를 받으면 된다. 타이핑 검사는 일반 HPV 검사보다 비싸므로 누구나 처음부터 이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지만, 성 파트너가 여러 명이거나 남성 파트너의 성생활이 복잡한 여성은 처음부터 타이핑 검사를 받아보는 편이 낫다. 김진홍 원장은 "타이핑 검사 결과 16번이나 18번 둘 중 하나만 나오면 즉시 백신을 맞아서 나머지 바이러스의 침투라도 막는 게 현명하고, 매우 드물지만 둘 다 나오면 주기적인 검사로 두 바이러스가 사멸하는지 관찰하고 나중에 사라지면 백신을 맞으면 된다"고 말했다.
김진홍 원장은 "일반 HPV 검사와 타이핑 검사는 모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백신을 맞으려는 여성 모두에게 HPV 검사를 시키는 것은 사회 전체적 의료비 지출 낭비"라며 "건전한 성생활을 하는 여성은 그냥 백신을 맞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첫 성경험 전 접종이 가장 확실
만약 16번이나 18번 바이러스가 잘 사라지지 않아도 무조건 겁먹을 필요는 없다.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김영탁 교수는 "자궁경부암은 10여 년에 걸쳐서 아주 천천히 진행되므로, 매년 펩스미어 검사를 해서 전암(前癌) 단계인 자궁경부이형성증이 발견되면 원추절제술로 환부를 떼어내 암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부인종양학회와 제약업계의 자궁경부암백신 접종 가이드는 원래 '백신을 맞은 뒤라도 매년 한 번씩 펩스미어 검사를 받으라'고 권고한다.
유희석 교수는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피하는 방법은 딸이 첫 성관계를 갖기 전인 10대에 부모가 산부인과에 데려가 백신을 맞춰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관계 경험이 없으면 HPV에 감염될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없기 때문이다.
/ 김현정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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