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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별 암/폐암

폐암 걸린 흡연자 항암제 내성 크다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2. 9. 20.

흡연을 하면 유전자 변형이 많아져 폐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또 흡연자가 폐암에 걸렸을 경우 암세포가 항암제를 이겨내는 내성이 비흡연자보다 강해 치료도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 서정선 교수와 이원철 연구원, 김영태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강진형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로 이루어진 공동 연구진은 200명의 폐선암 환자의 암세포 유전체를 RNA(DNA를 주형으로 합성돼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핵산) 수준에서 분석한 결과 흡연이 폐암 발생에 미치는 유전적 영향이 크다고 19일 밝혔다.

폐선암은 폐암의 가장 흔한 조직형으로 전체 폐암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선암(腺癌)은 암세포가 폐섬유의 선(腺) 형태로 진행하는 암으로 림프절은 물론 간, 뇌, 뼈 등으로 전이가 잘돼 예후가 좋지 않다.

그동안 흡연이 폐암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유전자를 DNA 수준에서 분석한 연구는 많이 진행돼 왔다. 암은 유전자 변형으로 발생하는데 흡연이 유전자를 이루고 있는 DNA의 변형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면 흡연과 암과의 상관관계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DNA 분석은 한계가 있다. 서정선 교수는 "DNA가 RNA로 변하고 RNA는 다시 단백질로 변해 유전자 발현을 하게 된다"며 "하지만 모든 DNA가 RNA를 거쳐 단백질로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유전자 변이를 조사하려면 RNA를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폐선암에 걸린 환자 200명의 암세포를 채취해 RNA 수준에서 유전자를 분석했다. 폐선암을 일으키는 세 가지 원인 유전자는 이미 밝혀졌지만 이는 전체 환자의 60%만을 차지해 나머지 40%의 발병 원인 유전자를 찾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서 교수는 "200명 중 87명의 암세포에서 유전자 변이 정보를 찾지 못해 이들 세포를 집중 분석했다"며 "총 43종의 유전자 변이를 발견했으며 이 중 암과 관련된 8종 외에 새로운 유전자 4종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특히 연구진은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암세포에서 발견한 차이에 주목했다. 흡연자의 암세포에서는 유전자 변형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발견돼 그만큼 암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원철 연구원은 "DNA 수준에서 유전자 변형이 일어난다는 보고는 있었지만 RNA 수준에서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흡연과 폐암과의 상관관계가 좀더 명확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흡연자가 폐암에 걸리면 유전자 변형이 심해 항암치료를 받아도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흡연은 폐암을 일으키기도 하고 항암제에 대한 내성도 키우는 만큼 안 피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를 보다 정확하게 알아냄으로써 개인별 암 맞춤 진단과 치료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 교수는 "유전자 변이에 따라 사용하는 항암제가 다르기 때문에 유전체 분석을 통한 원인 유전자 발굴이 중요하다"며 "향후 원인 유전자를 제어할 수 있는 표적 치료제 개발과 연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유전체학 분야 권위지인 `지놈 리서치(Genome Research)` 온라인판 14일자에 게재됐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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