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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고혈압, 중풍

고혈압·협심증환자 찜통더위 노출 `No`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2. 7. 31.


한낮 기온이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다음달 초ㆍ중순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보되면서 건강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밤에도 최저기온이 25도를 넘는 열대야 현상 속에 런던올림픽이 시작돼 밤잠을 설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찜통더위가 계속되면 고혈압이나 심혈관질환을 가진 환자나 노약자들은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가 25일 발표한 폭염사망자 3명은 모두 70대 고령자로 평소 고혈압과 협심증을 앓고 있었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선우성 교수는 "무더운 날씨에 두 시간 이상 힘든 운동을 하거나 바깥일을 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며 "특히 65세 이상 노인, 심장병 환자, 뚱뚱한(비만) 사람, 이뇨제ㆍ항우울제ㆍ항히스타민제 등 약물 복용자, 치매 환자,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들은 훨씬 위험하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 폭염 때 몸은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찜통더위가 계속되면 우리 몸에도 생리변화가 일어난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는 "체열을 방출하기 위해 순환혈액량이 많아지고 피부온도는 올라가며 피부혈관이 확장된다"며 "피부온도는 34.5도부터 땀이 나기 시작하고 근육이완, 호흡증가, 체표면적 증가 등의 신체변화가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피부혈관 확장으로 혈류량이 증가하면 내장의 혈관은 상대적으로 수축된다. 이에 따라 맥박이 빨라지고 심혈관계통의 장애가 일어난다.

신장은 혈관이 수축돼 혈류량이 줄고 세뇨관(콩팥 속에 있는 혈액에서 나오는 오줌을 모으는 가는 관) 장애가 일어나 항이뇨호르몬(ADH) 분비량이 증가해 소변의 배설량이 감소한다. 위장관 계통의 혈류량도 줄어 소화기능 및 식욕감퇴, 변비 등이 생길 수 있다.

폭염은 신경계 장애로 이어지기도 한다. 피부로 혈류량이 쏠려 뇌혈류량이 부족하면 대뇌피질 기능에 이상이 생기고 이로 인해 권태감이나 피로감, 무의식 상태로까지 악화될 수 있다. 또 땀을 많이 흘리게 되면 수분과 함께 염분이 방출돼 탈진으로 이어진다.

폭염은 수면에 악영향을 미친다. 기온이 오를수록 잠자는 동안 심박수가 증가하고 몸 움직임이 잦아지며 잠의 깊이가 감소한다.

고려대 안산병원 수면장애센터 신철 교수는 "열대야가 반복돼 수면이 부족해지면 일상생활 리듬이 깨지고 낮시간의 피로감이 심해져 작업능률이 떨어진다"며 "스트레스로 혈압이 높아지고 면역기능이 떨어져 고혈압ㆍ심근경색ㆍ뇌졸중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안산병원 수면장애센터가 2009년 조사한 결과, 수면시간이 5시간 미만인 사람은 6~7시간인 사람보다 고혈압 발병률이 1.5배 높았고 이로 인해 심근경색, 뇌졸중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의 발병으로 이어졌다.

무더운 여름철 수면장애를 극복하려면 잠자는 방의 온도를 수면에 알맞은 18~23도로 유지해 주는 것이 좋다. 수면을 취하기 2~3시간 전 가벼운 운동(산책, 줄넘기 등)을 하고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면 수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가장 이상적인 수면주기는 저녁 11시 이후부터 아침 7시 전후다.

◆ 외출 줄이고 물 자주 섭취해 체온 내려야

이달 하순부터 전국 곳곳에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가 발령되고 있다. 폭염주의보는 하루 최고기온 33도 이상이고 최고 열지수 32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경보는 하루 최고기온 35도 이상이고 최고 열지수 41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한다.

폭염이 계속되면 일사병 및 열사병으로 목숨을 잃는 것을 비롯해 심장질환, 고혈압, 당뇨병, 호흡기질환, 사고, 경련 등으로 인한 사망률이 2배 가까이 치솟게 된다.

일사병은 무더운 여름철 강한 햇볕에 오랫동안 노출됐을 때 발생하며 두통과 함께 현기증이 나타난다. 일사병보다 더 무서운 열사병은 무더위로 체온이 40도 넘게 올랐지만 몸의 열을 내보내지 못할 때 발생한다. 열사병은 뜨거운 햇빛이 아니더라도 과격한 운동을 하거나 더운 곳에서 일을 할 때 체온이 40도 이상 올라갈 경우 발생한다.

열사병은 폭염에 취약한 노인, 만성질환자나 약물중독자, 영양 결핍자 등에게서 자주 발생한다.

또 젊고 건강해도 실외 스포츠나 장거리 마라톤 선수, 야외에서 고된 훈련을 하는 군인에게서도 열사병이 발병한다. 한낮에 4시간 이상 햇빛과 열기에 노출되는 골프도 열사병과 일사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 열사병이 발병하면 즉시 움직임을 멈추고 서늘한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며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먼저 응급치료로 체온을 39도 이하로 떨어뜨릴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우선 환자를 서늘한 곳에 누이고 탈의를 시킨 후 환자의 몸에다 물을 뿜으면서 부채를 부치거나 선풍기를 틀어준다. 필요하면 심폐소생술을 시행한다. 이와 함께 가능한 한 빨리 병원 응급실로 옮겨 전문적인 열사병 치료를 받아야만 합병증 발병을 최소화할 수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김선미 교수는 "열사병은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는 경우 인체의 체온조절을 담당하는 기관에 고장이 생겨 나타난다"며 "인체 정상 온도인 37도보다 높은 41도 이상 올라갈 경우 고열과 함께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데 즉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사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사병이 의심되면 서늘한 곳에서 쉬도록 하면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도록 하는 게 좋다.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거나 목욕을 하는 것도 좋고, 증상이 심할 경우 병원에서 수액주사로 수분과 염분을 보충하면 도움이 된다.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최민규 교수는 "일사병이 발병하면 지체하지 않고 응급구조를 요청하고 기다리는 동안 환자를 시원한 곳으로 옮긴 뒤 얼음찜질 등으로 체온을 39도 이하로 떨어뜨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선글라스 짙은 색 렌즈보다 80%농도 좋아

폭염이 눈 손상을 가져올 수도 있다. 자외선은 피부와 마찬가지로 눈에도 손상을 일으킨다. 자외선 A와 B는 우리 눈의 각막을 거쳐 수정체를 통과해 망막까지 도달하는 위험한 광선이다. 특히 물이나 모래 같은 반사체가 있는 휴가지에서는 자외선 양이 증가해 위험률도 훨씬 높아진다.

우리 눈은 갑자기 많은 양의 자외선을 받게 되면 통증과 함께 눈부심, 눈물흘림, 결막부종 등의 광각막염 또는 광결막염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장기간 또는 만성적으로 자외선에 노출되면 익상편이나 백내장, 황반변성, 망막염 등의 질환이 나타날 수 있어 휴가지에서 반드시 선글라스를 착용해야 한다.

을지대병원 안과 김응석 교수는 "선글라스를 썼을 때 눈동자가 희미하게 보이거나 신호등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가 적당하고 농도 80%, 가시광선 15~30% 정도만 투과시키는 선글라스가 좋다"고 설명한다.

서울대병원 안과 최혁진 교수는 "흔히 색조가 짙을수록 자외선 차단이 잘된다고 생각하지만 너무 짙은 색 렌즈는 통과하는 광선의 양이 줄어들어 동공을 커지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좋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렌즈의 색상도 중요하다. 회색은 빛의 모든 파장을 균일하게 흡수하고 차단하기 때문에 자연색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가장 무난한 색상이다. 갈색은 단파장 광선을 흡수해 차단하므로 눈병을 앓고 있거나 백내장 수술 후 눈을 보호하는 데 적합하다. 녹색은 장파장 광선을 흡수, 차단해 눈의 피로를 적게 하며 시원한 느낌을 준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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