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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치료/항암

대장암 치료제 너무 비싸 `있으나 마나`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2. 7. 25.

암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는 약 100만명에 달한다. 우리는 이제 국민 3명 중 1명이 일생 동안 한 번은 암에 걸리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암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셈이다.

암은 질환 자체만으로도 고통스럽지만 경제적 부담까지 주고 있어 환자들을 절망에 빠트리고 있다. 특히 대장암은 새로운 항암제에 대한 보험 적용이 되지 않고 있어 환자들을 더욱 힘겹게 하고 있다.

대장암은 세 번째로 많이 걸리는 암으로, 최근 들어 암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가 내놓은 2009년 암발생 분율에 따르면 대장암은 작년 남녀를 합쳐 총 2만4986건, 전체 암 발생 중 13.0%로 위암과 폐암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또한 통계청 2010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대장암 사망환자는 최근 10년간 지속적으로 늘어나며 74.4%에 이르는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전립선암 다음으로 전체 암종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대장암은 조기에 발견하거나 국소성일 때 수술로 종양을 성공적으로 제거하면 완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전이성 대장암은 대부분 수술 후에도 신체 다른 부위로 전이돼 암과 장기적인 사투를 벌여야 한다.

치료제로는 과거 오랜 기간 사용돼온 5FU(플루오로우라실)를 비롯해 옥살리플라틴ㆍ이리노테칸 등 치료 효과를 향상시킨 항암제가 있으며, 최근에는 빈혈, 탈모, 구토와 같은 기존 항암제 부작용을 줄이면서도 효과를 높인 표적항암제가 개발돼 있다.

그러나 환자들은 표적항암제에 대해 보험 적용이 되지 않고 있어 치료 선택 기회를 제약받고 있다. 대장암(4기)으로 투병 중인 이학용 씨(66)는 "약값이 너무 비싸 네 번까지 치료하다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며 "많은 사람이 경제적 상황 때문에 표적항암제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정부에서 의료보험을 적용해 준다면 부담이 한결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이성 대장암에 쓰이는 표적항암제로는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 한국로슈)과 얼비툭스(성분명 세툭시맙, 한국머크)가 있다. 이들 약제는 한 달 평균 약 500만~600만원이 소요된다. 미국과 유럽 국제 표준치료 가이드라인은 표적항암제를 전이성 대장암 표준치료요법으로 권고하고 있으며, 많은 나라가 이미 표적항암제에 대해 보험급여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전이성 대장암 치료를 위한 표적항암제가 보험급여 대상에서 빠져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표적항암제에 보험급여가 적용되는 주요 암종을 보면 신장암, 혈액암, 폐암, 유방암, 간암, 위암 등으로 대장암은 제외돼 있다.

암 환자들에게 보험급여 적용은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라 치료를 지속하느냐 포기하느냐 하는 생존 문제로 귀결된다. 한 달에 수백만 원에 달하는 치료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를 가진 환자는 많지 않다. 따라서 많은 환자가 표적항암제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를 중단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박영석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이미 전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표준요법으로 투여하고 있는 표적항암제에 대해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보험급여가 인정되고 있지 않아 의사는 환자와 환자 가족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적 부담을 지워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김태원 서울아산병원 교수도 "표적항암제 비용 부담 때문에 치료를 중단하거나 또는 아예 처음부터 표적항암제 치료를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환자를 종종 보게 된다"며 "국내 5대 암 중 유일하게 표적항암제 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는 대장암에 대한 사안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대장암을 제외한 다른 주요 암에 대한 표적항암제는 보험급여가 인정되고 있다. 따라서 대장암 환자들도 다른 암종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표적항암제에 보험급여가 적용돼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는 일이 사라지기를 기대한다.

[매경헬스 = 문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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