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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별 암/여성암

자궁경부암, 초기(상피내암 단계)에 완치해도 조산 위험 높다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2. 5. 25.

직장여성 김모(32·서울 강남구)씨는 이달 초 임신 35주만에 2.3㎏ 아들을 조산했다. 김씨는 2년 전 직장건강검진에서 자궁경부 피부세포층에 생긴 상피내암이 발견돼 자궁 입구를 도려내는 수술을 받았다. 이 때문에 자궁이 태아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것이 조산의 원인이었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김병기 교수는 "김씨가 미리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아 두었으면 암에 걸리지 않아서 정상적인 출산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궁경부 상피내암 9년새 91% 늘어

자궁경부암이 최근 줄고 있다고 하지만, 자궁경부암의 전 단계인 자궁경부 상피내암까지 따지면 오히려 늘었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0기 자궁경부암'으로 불리는 자궁경부 상피내암은 1999년에서 2008년 사이 91% 늘었다. 같은 기간 순수한 자궁경부암 환자는 13% 줄었다.〈그래프〉

자궁경부에 생기는 암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일으킨다. HPV는 성생활을 통해 자궁경부에 침입한 뒤 크게 3단계를 거쳐 자궁경부암으로 진행한다. 1단계는 자궁경부의 상피세포 일부가 변한 자궁경부 상피내종양, 2단계는 상피 전층의 세포가 변한 상피내암, 3단계는 암이 상피세포 바깥으로 퍼져 나온 자궁경부암이다〈그래픽〉. 상피내암은 상피내종양의 마지막 단계에 속한다.

자궁경부 상피내종양도 크게 늘었다. 자궁경부 상피내종양 환자는 2007년 2만1396명에서 지난해 2만8632명으로 4년 새 34% 증가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이재관 교수는 "자궁경부암 정기검진을 받는 여성이 늘면서 상피내종양 단계에서 병을 찾아내 치료하기 때문에 준 것처럼 보일 뿐, 실제로는 자궁경부에 생기는 암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여성은 독한 자궁경부암 많아

한편, 자궁경부암 환자 중 35세 미만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2003년에는 전체 자궁경부암 환자 중 35세 미만이 8.5%였으나, 2009년에는 9.9%로 상승했다(보건복지부 자료). 제일병원 산부인과 양재혁 교수는 "여성들이 성생활을 빨리 시작하고 성 파트너가 많아져서 HPV에 더 많이 감염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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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 미만은 고위험 자궁경부암이 많고, 암 진행 속도가 빠르다. 김병기 교수는 "자궁경부암은 암이 생기는 위치에 따라 바깥쪽의 편평세포암과 안쪽의 선세포암으로 나뉘는데, 35세 미만은 선세포암 비율이 전체 연령 평균보다 2~3배 높다"며 "선세포암은 편평세포암보다 재발률이 높고 생존율은 낮다"고 말했다. 양재혁 교수는 "HPV에 감염되고 5~20년이 지나면 자궁경부암이 되는데, 바이러스의 공격을 똑같이 받아도 나이가 젊을수록 자궁경부 세포가 쉽게 상처받고 변하는 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암으로 일찍 진행한다"고 말했다.

◇자궁암 백신 55세까지 맞으면 효과

HPV는 200여 가지가 있으며, 일련 번호로 구별한다. 한국 여성의 자궁경부에 생기는 암 중 약 70%는 HPV 16형과 18형이 일으킨다. HPV 16형과 18형의 감염을 막아 주는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고, 1년에 한 번 병원에서 자궁경부 세포진 검사를 받으면 100% 가깝게 암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예방 실천율은 매우 낮다. 대한산부인과학회에서 지난 2009~2010년 국내 여성 1004명을 조사한 결과,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은 사람은 3.3%, 자궁경부 세포진 검사를 받은 사람은 15% 뿐이었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성경험 유무와 관계 없이, 9세에서 55세까지 맞으면 효과가 있다. 어리고 성경험이 없을 때 맞을수록 효과가 더 좋다. 앞으로 아기를 낳아야 하는 여성은 미리 백신을 맞아서 암을 더욱 철저히 예방해야 한다. 상피내암만 절제하는 수술만으로 조산 위험이 4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김병기 교수는 "15~17세 사이에 백신을 맞고, 성생활을 시작한 다음해부터 매년 세포진검사를 받는 것이 가장 좋은 자궁경부암 예방책"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무료로 자궁경부암 백신을 놓아 주는 국가예방접종사업을 하는 영국, 스웨덴 등에서도 17세 이전에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도록 권장한다.

/ 김경원 헬스조선 기자 kkw@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