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52세 남성 박모씨가 "폐암 수술을 받고 나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며 필자의 병원을 찾아왔다. 검사해보니, 원인은 한쪽 성대가 움직이지 않는 질환인 성대마비였다. 폐암 수술을 할 때 후두신경이 손상돼 발생한 수술 합병증이었다.
성대는 좌우 한 쌍이 밀착, 진동하면서 목소리를 내는데, 성대진동을 조절하는 후두신경이 손상돼 둘 중 한쪽이라도 마비되면 음성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음식물이 기도로 들어가는 것을 막지 못하게 돼 사레도 자주 들린다. 성대마비를 방치하면 폐 기능저하, 폐렴 등 다른 심각한 합병증까지 이어진다.
후두 신경은 뇌에서 시작해 후두, 갑상선, 식도, 폐, 심장 등 가슴 주요 부위를 따라 길게 주행한다. 이 주행 경로에 있는 장기나 기관에 암이 생기면 후두신경에 전이되기 쉬워, 수술할 때 후두신경을 절단하는 경우가 많다. 흔치는 않지만, 수술하다가 후두신경을 실수로 건드리는 경우도 없지 않다.
성대가 완전히 절단되면 자연적으로는 낫지 않으며, 일부만 손상된 경우는 음성이 다소 개선될 수는 있지만 저절로 정상으로 돌아오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도, 성대가 마비된 환자 대다수는 자연적으로 낫기를 기다리거나 치료법을 몰라 방치하면서 좌절한다.
하지만, 성대마비는 '경피적(經皮的) 성대성형술'이라는 필러 주입술로 비교적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다. 경피적 성대성형술은 성대의 인대층을 정확히 찾아 주사로 아테콜, 레비덤 등 안전한 보형 물질을 주입하는 시술이다. 목소리 생성에 가장 중요한 성대 점막과 성대 고유층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마비된 성대를 성형할 수 있으며 시술 후 정상에 가까운 음성개선효과를 반영구적으로 얻을 수 있다. 전신마취를 하거나 후두를 절개하는 수술이 필요없고, 목 피부를 통해서 성대에 주사를 한 번 놓으면 치료가 끝난다. 총 시술 시간은 15~30분 정도면 된다. 입원하지 않고 바로 귀가하며, 시술 후 바로 음식을 먹을 수 있을 만큼 일상생활 복귀도 빠르다.
대부분은 1회 시술로 치료되지만, 성대마비를 오래 방치한 사람은 시술을 여러 번 받아야 한다. 성대가 장기간 움직이지 않으면서 성대근육이 퇴화돼 사라진 경우인데, 이런 상태까지 진행된 사람은 한 번의 필러 주입만으로는 양쪽 성대가 서로 밀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볼륨을 살려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흉부 수술 등을 받고 성대마비가 생긴 사람은 가능한 일찍 치료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갑상선암, 폐암, 식도암 등을 수술받고 나서 목이 쉬거나 사레가 잘 들리는 등의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반드시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보도록 권한다.
/ 김형태 예송이비인후과 원장
출처 :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2/07/201202070169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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