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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정관진 제2군단/암정보

[스크랩] 항암치료보다 더 힘든 생존자의 삶…직장복귀 절반뿐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2. 1. 20.

  

암 환자 100만명 시대 (상) 낙후된 삶의 질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가 내놓은 ‘2009년 국가 암등록 통계’를 보면 우리 국민이 평균수명까지 살 때 3명 가운데 1명은 암에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최근 암 치료 성적도 매우 좋아져서 2005~2009년 기준 암으로 진단돼 치료를 받은 뒤 5년 이상 생존할 가능성은 62%로 높아졌다. 5년 생존율은 1996~2000년에는 44%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암 환자 및 완치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 암 환자와 완치자가 100만명에 이르고 앞으로도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 예상되는 가운데 암 생존자의 삶의 질이 크게 낮아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신촌 연세세브란스병원 암병원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윤영호 교수팀 조사결과

“완치자 매해 늘고있지만
이후의 삶은 고통의 나날
실업률·피로감 높아지고
2차암 검진 42%만 받아
사회적인 프로그램 시급”

 

복지부의 통계를 보면 암을 이겨냈거나 현재 치료중인 사람은 2008년 약 73만명, 2009년 81만명이었다. 최근 암 환자 증가 추세로 볼 때 2010년과 2011년에 새로 암에 걸린 환자는 약 21만명, 22만명, 같은 기간 암 사망자는 약 12만명, 13만명으로 추산돼, 암 생존자는 2010년 89만명, 2011년 98만명, 올해 말에는 108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암 치료를 받은 뒤 생존해 있는 이들의 삶의 질은 어떨까? 암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겪는 것만큼이나 큰 고통 속에서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들이 많다. 우선 암 환자들은 생계를 꾸려 나가기 위해 꼭 필요한 직업을 다시 갖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다시 일을 한다 해도 이전보다 피로감 등을 많이 느끼고 있었다.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팀이 국립암센터의 의뢰를 받아 2005년 위암 진단을 받은 뒤 28개월이 지난 환자 400여명과 일반인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위암 생존자는 암 진단 뒤 일자리를 갖지 못한 비율이 47%로 진단 전(34%)과 견줘 크게 높아졌다. 암 진단 전에 일을 하고 있었던 환자 가운데 암 치료 뒤에도 계속 같은 직장에 다니는 환자 비율은 51%에 그쳤다.

 

또 암 치료 뒤 다시 일을 한 환자들 가운데 37%는 업무능력이 전보다 떨어졌다고 답했으며, 둘 가운데 하나는 쉽게 피로를 느낀다고 답했다. 이는 일반인 가운데 쉽게 피로를 느낀다고 답한 비율(22.4%)의 갑절을 넘는다. 5년 생존율이 90%에 이르는 유방암 환자도 일에서 쉽게 피로를 느끼는 비율이 36%로 일반인의 26%보다 크게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윤 교수는 “일부 전문직을 제외하고는 암 환자 및 생존자의 직업 복귀는 사실상 힘든 상황”이라며 “이들의 상황에 맞는 일자리 제공과 함께 업무에서도 이들을 배려하는 정책과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최근 5년간 암 환자 수 변화/위암 생존자의 실업률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암 환자들의 경우 재발하거나 다른 암이 생길 가능성이 높지만, 이에 대한 관리는 미흡했다. 국외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를 보면, 유방암 환자의 경우 유방암에 다시 걸릴 가능성이 일반인의 2.4배, 대장암은 1.5배, 자궁경부암 1.6배, 난소암은 1.7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온다. 국내의 연구 결과도 비슷한데, 국립암센터가 암 진단을 받은 남성 1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7년 동안 추적조사한 결과를 보면 암 치료 뒤 다른 암이 생길 가능성은 폐암 2.1배, 대장암 4배, 간암 등 소화기계암 1.9배, 전립선암 등 비뇨생식기계암 2.6배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흡연, 당뇨, 비만 등 주요 암 위험인자를 갖고 있으면 2차암에 걸릴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암 환자가 하루에 담배 한 갑을 피우면 그렇지 않은 암 환자에 견줘 폐암은 3.7배, 위암·후두암·식도암 등 흡연 관련 암에 걸릴 위험은 2배로 높아졌다. 비만이나 당뇨 역시 2차암 발병 위험을 높였는데, 비만인 경우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3.5배, 당뇨가 있으면 간이나 담도 및 췌장에 생기는 암에 걸릴 위험이 3.3배로 커졌다.

» 암 생존자의 2차암 발병 위험요인 및 위험도

하지만 2007년 기준 국내 암 환자 가운데 42%만이 암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암 환자 가운데 상당수가 다른 암에 걸릴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낮다고 생각해 암 검진에 소홀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국립암센터가 40살 이상 자궁경부암 생존자 8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009년 11월에 발표한 결과를 보면 자궁경부암 생존자의 27%는 다른 암에 걸릴 가능성이 일반인에 견줘 오히려 낮다는 잘못된 인식을 하고 있었다.

 

이밖에 암 생존자의 경우 본인은 물론 가족들에게까지 우울증이 늘어나고 삶의 질이 크게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최성철 암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암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직장도 잃고 암 치료비로 가진 재산을 다 날리면서 암은 치료됐지만 빈곤층으로 전락하거나 심한 경우 치료비 걱정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환자도 드물지 않다”며 “생계 유지에 필요한 직업 복귀를 비롯해 재발 방지를 위한 운동·식이요법 등 생활습관 개선,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의 치료 등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암센터나 사회단체가 나서서 암 환자의 직업 복귀, 재활 및 정신 치료 등을 담당하고 있고, 특히 관련 전문가들이 암 환자의 상황에 맞는 교육을 받기 때문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암 환자 및 완치자가 100만명에 이르고 앞으로도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신문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출처 : 암과 싸우는 사람들
글쓴이 : 암과더불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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