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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당뇨교실

당뇨환자 발저림 무시하지 마세요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1. 11. 25.

지난해 이맘때 50대 중반의 한 당뇨병 환자가 밤마다 발이 가렵고 저려서 잠을 자기 힘들고 걸을 때 발에 감각이 없다며 진료실을 찾았다. 살펴보니 환자의 발에는 작은 상처가 곪아가는 흔적이 보였다. 증상을 보니 당뇨 합병증의 하나인 당뇨발이 의심되었다. 다행히 약물을 처방하고 발의 일부분을 절제하는 수준에서 치료됐지만, 조금만 늦었더라면 발 전체를 절단할 수도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당뇨병은 여러 치명적인 합병증을 동반한다. 그중에서도 `당뇨발`, 즉 발과 다리뼈와 살이 썩어 들어가는 족부궤양과 이로 인한 족부 절단은 환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합병증 중 하나다. 특히 찬바람이 불고 날씨가 건조해지면서 발 감각이 무뎌지는 겨울철이 다가오면 당뇨병 환자들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그나마 최근에는 환자들이 `당뇨발`이란 용어에 많이 익숙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당뇨발의 주요 원인이 되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에 대해선 잘 모르는 것이 사실이다. 앞서 예를 든 환자도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을 앓고 있었지만 이 병에 대해 전혀 모르고 방치했다가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일을 겪을 수도 있었다. 실제로 최근 조사에서도 당뇨병 환자의 33%가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을 앓고 있다고 나타날 만큼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은 당뇨병 환자에게 흔한 합병증이지만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은 고혈당에 말초신경과 미세혈관이 손상되면서 나타난다. 발이나 다리에 저린 느낌, 찌르는 듯한 느낌, 피부가 이불에만 닿아도 아픈 과민반응, 불에 덴 듯 화끈거리는 느낌 등 다양한 통증을 일으킨다. 어떤 환자는 잠을 못 이룰 정도로 극심한 통증에 시달린다.

발병 초기에는 보통 발이나 다리에 저린 느낌이 오는데, 신경이 손상될 때 나타나는 느낌이지만 환자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간다. 증세가 심해져 무감각해졌을 때는 발에 상처가 나도 알지 못하며 방치한 상처는 족부 절단의 단초가 된다.

당뇨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혈당 관리가 필수다. 하지만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은 혈당 관리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발병할 수 있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는 항상 주의해야 한다.

특히 심한 통증은 수면 방해, 우울증, 불안 등 2차 질환을 야기해 환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으로도 악명이 높다. 따라서 정기적인 검진과 발병 초기부터 적극적인 통증 관리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뇨병은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잘 알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환자일수록 병을 잘 이겨낸다. 하루가 다르게 바람이 차가워지는 요즘 당뇨 환자라면 기본적인 혈당 체크 및 생활요법을 잘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 같은 합병증에도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김성래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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