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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의 장/암,건강도서, 소개

[스크랩] ‘죽음이 눈뜨게 한 삶’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1. 4. 4.

[책과 사람] 대장암 말기 김성찬 변호사의 ‘죽음이 눈뜨게 한 삶’

 

 


 

"죽음이 나에게 눈뜨게 해준 삶의 의미, 어떻게 살아야 참되게 사는 것인지에 대해 유언을 남기는 심정으로 정리하려고 합니다. 암과의 물리적인 싸움에서 진 초라한 패배자가 아니라, 영혼으로 암을 극복하고 암 덕분에 영혼을 구제받은 자로 마무리를 할 것입니다."

'죽음이 눈뜨게 한 삶'의 저자 김성찬(55·사진) 변호사는 현재 대장암 말기 상태에 있다. 치료는 중단했지만 서울 목동 집에서 서소문 사무실로 출근하며 일하기를 중단하지 않고 있고, 독서와 명상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부인과 대학생 아들·딸을 두고 있다.

그는 상업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뒤 하급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야간대학 법학과에 입학해 주경야독했다. 군 복무 이후 늦은 나이에 다시 공부를 시작해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며 30, 40대에 일선 검사로 공직생활을 하고 부장 검사로 퇴직했다. 이후 변호사로 왕성하게 활동하던 중 2006년 8월 차일피일 미루던 병원에 갔다 뜻밖에 암 선고를 받고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

죽음에 대한 공포, 열심히 살아온 삶에서 배신당한 듯한 억울함 등으로 겪어야 했던 힘겨운 시간들. 그러나 차츰 이를 극복해 나갔다. 그 방편으로 삼은 것이 독서와 명상, 그리고 글쓰기다. 그에게 글쓰기는 흔들리는 마음을 바로 잡고 '밝게 지내기' 위한 일종의 수행이다. "밝은 마음을 갖고 살아가면 어두운 마음으로 살아온 때에는 알 수 없었던 새로운 세상이 펼쳐집니다. 삶 중에 기쁜 때는 잠깐이고 괴롭고 슬플 때가 많다는 생각을 해온 것에 대해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인생은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밝고 기쁘게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는 독서와 명상을 통해 느낀 삶의 의미를 틈나는 대로 적어왔다. 이를 '지금 이 순간에 살기' '느린 마음 갖기' '친절의 즐거움' '용서하기' '나누고 베풀기' '육체의 정화' '고요한 마음 갖기' 등으로 묶었다. 담백하고 진솔한 경구와 잠언으로 가득한 이 책에서 저자의 진실함을 느끼기는 어렵지 않다. 죽음을 관조하면서 삶을 살 수 있다면 인생은 얼마나 고요하고 넉넉해질 수 있을까.

"'삶과 죽음이 하나다'라고 했듯이 삶이 좋고 죽음이 나쁘다고 분별하지 않는다면 고요한 마음으로 살고, 또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주변에 나의 병이 나을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는 분들이 계시면 병이 낫게만 기도하지 말고 낫지 않더라도 내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기도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죽든 살든 일희일비하지 않고 마음의 평화가 오래오래 갔으면 좋겠습니다."

김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