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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별 암/위암

“나도 작년에 위암…‘조기검진이 최상의 진료’ 다시 확인”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1. 3. 14.

“나도 작년에 위암…‘조기검진이 최상의 진료’ 다시 확인”


‘위암 수술·항암’ 권위자 이주호 이화여대의과대학 교수

 

“조기검진으로 위암을 발견하면 생존율이 높고 수술도 간단해 삶의 질이 높아집니다.” 우리나라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은 위암 분야의 수술 및 항암치료 권위자인 이주호(48) 이화여대 의과대학 외과 교수는 지난 4일 서울 양천구 목동 이화여대목동병원에서 이뤄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조기진단의 중요성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중앙암등록본부 통계에 따르면 위암 환자는 2008년 2만8078명으로 전체 암 중 여전히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남성은 1위, 여성은 3위다. 위암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꾸준히 상승해 2008년 기준 63.1%를 나타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생존율 상승은 내시경 검사 등 조기검진에 따른 조기위암 발견의 증가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조기위암 발견 확률은 현재 60%에 달하고 있다. 특히 위암 1기의 경우 완치율이 90% 이상이고, 2기도 70~80%에 달한다. 3기로 가면 완치율이 절반으로 떨어지고 4기는 10% 미만이다. 4기는 전이가 심해 근치(根治)적 수술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조기검진의 중요성이 새삼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조기위암 진단으로 수술을 받은 이 교수는 암을 성공적으로 극복해 현재 진료에 주력하고 있다. 이 교수는 “암을 겪어 보니 환자의 심정을 충분히 공감하면서 환자 편에서 세심한 것까지 챙겨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1989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이 교수는 2002년부터 이화의료원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현재 위암·대장암협진센터 위분과장과 비만수술센터장을 지내고 있다.

 

―우리나라 위암 발생률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 이유는.

 

“위암 발병에는 인종적·유전적 특성도 작용하고 그 나라 식생활습관 등도 중요한 인자로 생각되지만 정확한 원인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20세기 초반 미국에서도 위암이 ‘넘버원’이었다. 그런데 1980년대 이후로 뚝 떨어졌다. 이를 ‘계획되지 않은 승리(unplanned triumph)’라고 부른다. 이유를 보면, 1950년대 미국에서 냉장고가 보편화됐다. 남은 음식을 상온에 보관하면 모든 음식에 들어 있는 질산염이 발암물질인 니트로소아민으로 변하는데 냉장고의 보급으로 상한 음식을 안 먹고, 신선한 야채나 과일 제공이 원활해졌다. 우리나라는 냉장고가 시골까지 들어가면서 보편화된 게 1990년대다. 미국에서 30년 뒤 효과를 봤다면 우리나라도 10년 뒤엔 위암이 감소할 것으로 본다. 지금도 약간 감소 추세다. 하지만 자극적이고 맵고 짠 음식, 젓갈 등 소금에 절인 음식을 좋아하고, 고기를 불에 구워 먹고, 조미료를 많이 쓰는 조리문화의 변화가 병행돼야 더 줄어들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 위암 5년 상대 생존율은 미국, 캐나다에 비해 3배 정도 높은 편인데 그 이유는.

 

“쉽게 얘기하면 우리나라는 치료 성적이 매우 좋고 뛰어난 의료진을 갖추고 있다. 위암 성적은 조기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가장 큰 영향을 준다. 국가적으로 조기검진 정책을 펼친 일본은 조기위암 빈도가 70%다. 우리나라도 2005년부터 5대 암 조기검진 사업을 시행하고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조기위암 확률이 60%로 상승했다. 위암에서 수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95%다. 수술은 근치적인 절제가 가장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위암 전문의가 많고, 수술 경력도 화려하며 경험도 풍부하다. 수술 원칙도 충실히 따른다.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서구보다 생존율이 높은 것으로 본다.”

 

―위암 4기의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우리나라는 ‘진행성 위암(암이 위 점막하층을 지나 근육층 이상을 뚫고 들어가는 경우)’이 전체 위암의 40% 정도다. 4기암은 뼈와 간, 복막, 뇌 등으로 전이가 일어난다. 근치적 수술이 안 된다. 수술보다는 항암, 면역치료를 하는데 생명의 연장으로 봐야 한다. 또 위암이 재발할 경우 위에 국한돼야 수술도 가능하다. 간, 대장, 복막 등으로 퍼졌다면 쉽지 않다. 위암은 항암제 반응이 썩 좋지 않다. 간암, 대장암 등 고형암에 대한 항암제 치료 효과는 백혈병보다 떨어진다. 위암은 간암, 대장암에 비해 더 떨어진다. 위암에만 특정적으로 작용하는 항암제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위암 연구의 최신 경향 및 연구 과제는.

 

“제일 관심 있는 게 예방이다. 암 원인과 메커니즘이 밝혀져야 예방도 할 수 있다. 발생 메커니즘을 찾으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배에 구멍을 뚫어 카메라로 보면서 수술하는 복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 등 보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수술방법 개발도 연구되고 있다.”

 

―위암 수술을 받은 후 달라진 점은.

 

“많이 달라졌다. 먼저 생활패턴이 크게 변했다. 진료에만 전념하고 그외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 식생활도 많이 변했다.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은 안 먹고 외식은 안 하게 된다. 일찍 귀가해 산책·운동도 하고, 스트레스도 줄인다. 또한 위암 전문의로서 환자를 보는 마음가짐이나 시각이 굉장히 많이 변했다. 두렵고 당황스럽고 외롭고 고통스러운 환자 마음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많아졌다. 그 전에 좀 권위적인 의사상에서 지금은 환자 편에서 세심한 것까지 챙겨 주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려고 하고 있다.”

 

―암 환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희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했으면 좋겠다. 조기검진을 하고, 암이 진행됐다고 하더라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전문 의료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정신적인 지원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편하게 대처한다면 희망이 있다고 본다.”

 

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

 

2011-03-11 13:52

출처 :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