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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별 암/폐암

‘의사 신뢰’ 묘약 삼아…‘아내 웃음’ 보약 삼아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0. 3. 29.

‘의사 신뢰’ 묘약 삼아…‘아내 웃음’ 보약 삼아
암 선고 9년째…두차례 재발
산책과 체조로 폐 활동 키워
모든 생활 ‘의사와 상의’ 원칙
“긍정적 생각이 최고 치료제”
한겨레  
» 김춘택씨의 아내가 거실에서 그의 입에 방울토마토를 넣어주고 있다. 아내는 그의 건강지킴이다.
암을 이긴 사람들

③ 김춘택씨의 폐암 투병기

“항암 치료를 받으러 주문진에서 일산까지 고속버스로 70여번을 다녔습니다. 매번 함께하면서 웃음을 주고 용기를 북돋아준 아내가 암을 이겨내는 가장 큰 힘이었습니다.”

김춘택(강원도 강릉시 주문진읍ㆍ74)씨는 폐암과 싸움을 시작한 지 9년째 접어들었다. 김씨가 처음 폐암 진단을 받은 것은 2001년 3월. 강릉의 한 병원에서 오른쪽 폐암에 대한 수술과 항암제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이듬해 암이 재발하고 말았다. 김씨는 이번엔 국립암센터를 찾아 3년 가까이 항암제 치료를 받았다. 지난해 5월 다시 왼쪽 폐 아랫부분에 암이 생겨 두번째 수술을 받았다. 수술 치료가 성공적이어서 요즘엔 일상생활에 큰 불편 없이 지낸다.

폐암은 우리나라에서 2번째로 흔한 암이지만 치료는 매우 힘들다. 중앙암등록본부의 2003~2005년 암 발생 현황 통계를 보면 폐암은 12.1%로 위암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특히 65살 이상 남성에게선 가장 흔한 암이 폐암이다. 하지만 암 진단 및 치료 뒤 5년 이상 살아 완치 판정을 받은 비율은 10%대로 췌장암, 간암 등과 더불어 치료가 매우 어려운 암에 속한다. 김씨 역시 “암이 재발했을 때 담당 의사가 앞으로 6달을 넘기기 쉽지 않다는 말을 해 그냥 치료를 포기할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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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 치료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김씨는 “일산 암센터에 가서 항암제 치료를 받고 주문진으로 돌아오면 밤 12시였다”며 “한번 다녀올 때마다 항암제 자체의 독성과 피로가 겹쳐 녹초가 되곤 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다시 머리가 났지만 당시만 해도 머리가 다 빠지고 입맛도 없어졌다. 항암제 치료를 그만둘 것도 생각했지만 아내와 담당 의사의 끊임없는 격려로 고통을 이겨냈다. 김흥태 국립암센터 폐암센터장은 “과거보다 항암제가 발달해 환자의 증상을 완화시키고 생존 기간을 1년 이상 연장시키는 것으로 나온다”며 “당장 완치가 아니더라도 항암제 치료를 받는 것이 권장된다”고 말했다.

김씨가 폐암 진단 뒤 9년째 생존할 수 있었던 데에는 생활습관을 바꾼 것도 한몫했다. 첫번째 수술에서 오른쪽 폐의 상당부분을 잘라낸 뒤 그는 걷기 운동을 시작했다. 젊은 시절 30년 동안 태백의 한 탄광에서 일을 한 적이 있어 진폐증이 있는데다가 폐의 상당부분마저 없어 다른 운동은 그에게 무리였다. 특히 두번째 수술을 받은 뒤에는 양쪽 폐 모두 상당 부분이 없어져 간단한 활동에도 숨이 찰 정도였다. 김씨는 “담당의사도 남은 폐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걷기 운동을 할 것을 권했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아침 5시30분에 일어나 집 주변 초등학교와 바닷가를 1시간씩 걷는다. 중간에 운동 기구를 이용해 스트레칭이나 맨손 체조도 잊지 않는다. 처음에는 아내가 곁을 지켰지만 요즘에는 혼자서도 잘 다닌다. 걷기 운동을 하면서 혈당도 조절돼 하루 2번씩 맞던 인슐린도 끊게 되고 숨 차는 증상도 많이 좋아졌다. 그는 “집 안에 들어앉아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낮에도 곧잘 걷는다”며 “운동으로 생각하지 않고 좋은 공기 쐬고 바닷가 경치 구경한다는 생각으로 다닌다”고 말했다.

암 환자들에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때로 암보다 더 큰 고통이다. 김씨는 “아내가 밝은 성격이라 같이 걸으면서 농담도 해 주고 노래도 불러주곤 했다”며 “웃다 보면 항암제의 고통이나 죽음에 대한 불안 등을 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의 아내는 또 운전을 배워 남편을 차에 태우고 주변 관광지를 다니면서 그가 암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애를 썼다. 김씨는 “암을 이기려면 무엇보다 이길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암 치료를 받으면서 입맛이 없어졌으나 10여년 동안 식당을 했을 정도로 요리를 잘하는 아내 덕분에 식욕을 되찾은 것도 그에겐 행운이었다. 김씨의 아내는 “특별한 음식을 챙기는 것은 아니고, 시골이라 주변에 나는 나물이나 싱싱한 야채도 많아 자연에 가까운 음식을 먹는 편”이라고 말했다. 당뇨가 있어 엿, 초콜릿 등 당분이 많이 든 음식은 입에 대지 않는다.

암을 이겨내기 위한 과정에 꼭 필요한 것은 의료진과의 절대적인 신뢰라고 김씨 부부는 입을 모은다. 김씨는 “주변에서 침, 벌침, 특이한 음식 등으로 암을 치료해 주겠다는 사람이 많았다”며 “자칫 이런 말에 마음이 흔들리기 쉬운데 담당 의사와 항상 상의해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돌아보면 힘든 고통도 많았지요. 하지만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 의미있는 시간이기도 했어요.” 김씨의 말이다.

강릉/글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사진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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