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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건강상식/일반 건강상식

세포 하나가 세계를 바꾼 기적, 그리고 그 뒷면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0. 2. 3.

세포 하나가 세계를 바꾼 기적, 그리고 그 뒷면

 


때로 세포 하나가 세상을 바꿔 놓기도 한다.

1951년 미국의 볼티모어에서 자궁경부암으로 서른살의 짧은 생을 마친 흑인 여성 헨리에타 랙스(Lacks)의 이야기다. 당시 랙스는 치료를 받기 위해 존스홉킨스 병원을 찾았다. 병원 의료진은 연구 목적으로 그녀에게서 암세포를 채취했다. 병원 측은 그녀의 동의를 따로 받진 않았다. 당시엔 흔히들 그렇게 했다.



랙스는 암 판정 후 8개월 만에 숨졌다.

‘기적’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랙스에게서 나온 암세포는 병원 실험실에서 살아남았고, 다른 세포들과는 달리 끊임없이 증식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암세포는 헨리에타 랙스의 성과 이름에서 두 글자씩을 따 헤라(HeLa) 세포로 이름지어졌다.

헤라 세포는 전세계 암 연구자에게 공급됐다. 헤라 세포는 암·독감·파킨슨병을 치료하는 약과 소아마비 예방 백신을 개발하는 데 사용됐다. 유전자 지도를 만들고 유전자를 복제하는 연구에 쓰이기도 한다. 세포가 방사선 노출에 미치는 영향을 테스트하기 위해 우주선에 실려 외계로 나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헤라 세포로 약을 만들어 공급하는 제약회사가 큰 이익을 얻었다는 것은 더 말할 것 없다. 전세계에서 증식된 헤라 세포의 무게가 60년 전 죽은 랙스의 살아 생전 몸무게의 400배에 달한다고 업계는 추정한다.

하지만 헤라 세포의 ‘기적’에는 뒷면도 있다. 미국 ABC방송은 31일 “랙스의 유족은 이 거대한 기증에 대해 돈 한 푼 받지 못했다”며 “유족 중 일부는 건강보험 혜택도 받지 못하고 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랙스의 유족이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된 건 1970년대에 들어서라고 한다. 유족 중 일부는 “랙스의 세포를 떼서 맘대로 이용한 걸 왜 숨겼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터트린다. 반면 랙스의 아들인 소니는 “우리 어머니가 인류에 무언가 공헌을 했다는 점이 행복하다”고 했다.

하지만 분명한 건 헤라세포를 이용해 기업들은 수십억달러를 벌었지만, 지금까지 랙스의 유족은 한 푼도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사과조차 받지 못한 점이라고 ABC는 전했다.

[출처: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