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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별 암/대장암

[전문의 칼럼] "항문 고통 무시하면 `암`과 직면할 수도"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09. 12. 24.

[전문의 칼럼] "항문 고통 무시하면 `암`과 직면할 수도"
얼마 전 진료실로 여든을 넘긴 할아버지 부부가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 들어왔다. 할머니는 “영감 항문이 또 붓기 시작했다”며 근심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동안 할아버지의 항문은 부었다 가라앉기를 10여 년 동안 반복했단다.

할아버지의 항문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진찰을 해보니 ‘직장암’이 의심됐다. 항문은 오른쪽이 단단하게 부어 있었고 항문 주변으로 고름이 차 있었다.

우선 할아버지의 항문 주변에 차 있던 고름을 제거했다. 염증이 가라앉은 후 CT촬영을 한 결과 직장암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할아버지의 항문 주변에 있던 암 덩어리는 크기만 주먹만큼 컸지 다른 장기까지 전이된 건 아니었다.

환자처럼 항문 주위에 고름이 생겼다면 대부분 치루 때문이다. 치루는 항문샘에 염증이 생겨 고름이 형성되었다가 항문 주위로 터져 나온 것을 말한다.

항문의 염증이 낫지 않고 오래 지속되면 세포 변화가 생겨 암이 생길 수 있다. 할아버지 역시 치루를 오래 방치해 직장암으로 변화된 것으로 판단됐다.

수술을 받게 되면 항문과 직장을 모두 제거하고 인공항문을 만드는 큰 수술을 해야 한다. 그러나 고름 제거 후 항문 통증이 사라지자 환자는 인공항문에 대한 두려움에 암 수술을 완강히 거부하고 퇴원했다.

필자는 다시 농양이 생기면 바로 병원에 오도록 당부를 드리고 종양은 조금씩 자라나게 될 거라며 암에 대해 자세히 설명 드렸다.

항문주위 농양은 저절로 터지거나 수술로 절개를 하고 나면 대개 치루가 된다. 그러나 이를 근본적으로 치료하지 않으면 흔히 재발된다. 따라서 단순히 고름을 제거, 항문의 염증이 가라앉고 통증이 없어졌다고 완치됐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게다가 치질은 암으로 진행되지 않지만 치루는 드물게 암으로 진행되므로 근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잦은 염증으로 인한 통증으로 생활의 불편뿐만 아니라 진물이 나와 위생상으로도 좋지 않다. 항문 주변이 아프고 부으면 즉시 전문의를 찾아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

[한솔병원 정춘식 진료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