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한국에 ‘노인 대장암 쓰나미’ 예고
#1. 직장인 박모(42)씨는 주말이면 골프장·테니스장 등을 열심히 찾는 운동 매니어다. 술·담배도 전혀 하지 않아 건강엔 자신이 있었다. 육식을 유난히 좋아하는 식습관만 조금 걱정될 뿐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어머니가 건강검진에서 대장암 진단을 받자 ‘혹시’ 하는 생각에 병원을 찾았다. 대장 내시경 검사 결과 그 역시 대장암이었다. 다행히 박씨는 완치율이 90% 이상이라는 1기에 발견해 수술받고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 2기 판정을 받고 수술 후 항암치료 중인 칠순의 어머니가 더 걱정이다.
#2. 술·담배를 즐기는 김모(55·농업)씨는 아내의 독촉에 건강검진만큼은 꾸준히 받아 왔다. 다만 대장 내시경 검사는 번거롭기도 하고 겁나기도 해서 번번이 핑계를 대며 미뤘다. 그런데 마지막 건강검진을 받은 지 6개월께 무렵부터 변에 피가 섞여 나오고 화장실 가는 횟수가 잦아졌다. 원래 있던 치질 증세로만 생각했던 김씨는 참을 수 없는 복통 증세까지 나타나자 그제야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 봤다. 대장암 4기. 이미 폐와 간까지 암세포가 전이된 상태였다.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으며 투병 중이다.
대장암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2000년만 해도 암종별 발생 건수에서 4위였으나 2005년부터는 위암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환자의 비율이 급증세다. 대한대장항문학회(이사장 김남규 연세대 의대 교수)가 국립암센터와 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서울성모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 등 6개 대형병원에서 1999~2008년 사이에 대장암 수술을 받은 3만1924명을 분석한 결과 전체 환자 중 60세 이상의 비율이 48.4%에서 60%로 늘었다. 이는 인구의 고령화 추세와 관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현재 고령사회에 진입해 있는 영국에선 60세 이상이 전체 대장암 환자의 82.7%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노인 인구 비율이 14%를 차지하는 2020년께 ‘노인 대장암 쓰나미’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학회는 19~24일을 ‘대장암 골드리본 캠페인’ 주간으로 정하고 전국 주요 병원들에서 대장암 바로 알기 강연회 등의 행사를 개최했다. 학회와 국립암센터 대장암센터(센터장 오재환)의 도움말로 대장암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봤다.
대장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는 내시경 검사가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중앙포토]
Q 대장암을 선진국형 암이라고 하던데.
A 전반적으로 열량이나 동물성 지방 섭취량이 많은 서양 사람이 흔히 걸리는 암이기 때문이다. 대장암의 직접적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져 있진 않지만 고기를 많이 먹는 사람들은 섬유질 섭취가 비교적 적어 대장암에 잘 걸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Q 섬유질을 많이 섭취하면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나.
A 채소나 과일, 도정하지 않은 곡류를 통해 섬유질을 많이 섭취하면 여러 가지 발암물질이 대장점막과 접촉하는 시간을 줄여 준다. 섬유질 외에도 칼슘과 엽산, 항산화비타민 A·C·E도 예방에 좋다는 보고가 있다. 주기적인 운동과 활발한 활동도 대변이 점막과 접촉하는 시간을 줄여 줘 예방에 도움이 된다.
Q 유전적 원인도 크지 않나.
A 전체 대장암의 10~15% 정도는 유전적 소인 때문이다. 그래서 가족 중에 대장암 환자가 있는 경우 40세부터(보통은 50세부터) 조기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아 보는 게 좋다. 또 본인이 과거에 유방암이나 자궁암·난소암·염증성 장질환(궤양성 대장염 등)을 앓은 적이 있다면 전문의와 상의해 대장암 검진을 일찍부터 받도록 한다.
Q 대장 내시경 검사는 사실 번거로운데.
A 대장암의 대부분은 암으로 넘어가기 전 대장용종(폴립)이라는 양성 종양의 단계를 거치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대장 내시경 검사는 이 용종을 미리 발견해 제거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대변 잠혈 검사나 대장 조영 검사도 이용되지만 정확도가 떨어져 이상 소견이 발견될 경우 확진을 위해 다시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해야 한다. 컴퓨터단층촬영(CT) 조영술로도 아주 작은 용종이나 편평형·함몰형 암은 찾지 못한다. 용종이 암으로 발전하는 데 보통 5~10년이 걸리므로 대장 내시경 검사도 5~10년마다 한 번씩 받도록 권한다. 대장 내시경 검사는 검사 도중 용종 등 이상이 발견되면 바로 조직검사나 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요즘엔 수면 대장 내시경을 하면 고통도 거의 없다.
Q 치질·변비 증상과 어떻게 다른가.
A 대장암도 다른 암들처럼 크기가 어느 정도 커지기 전까진 증상이 거의 없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다소 심각한 상태로, 사실 치질 등과 혼동될 수 있다. 가장 흔한 증상은 변을 볼 때 피가 나오는 것이다. 혈변을 봤다고 무조건 대장암은 아니다. ▶검붉은 색의 혈변을 보고 ▶변에서 심한 악취가 동반되며 ▶시간이 갈수록 이런 증상이 심해진다면 의심해 봐야 한다. 또 ▶빈혈이나 지속적인 복통 ▶변비나 지속적인 설사 등 배변 습관의 변화가 나타나도 즉시 전문의를 찾아보도록 한다. 복통과 원인 모르는 체중 감소는 좀 더 진행된 암의 증상이다.
Q 치료 방법과 결과는 어떤가.
A 조기(1기)에 발견해 수술로 암세포를 제거하면 90% 이상이 완치된다. 암 세포가 주위에 전이된 상태라도 대장암은 다른 종류의 암보다 예후가 좋은 편이다. 수술과 화학요법·방사선 치료 등의 적절한 항암치료를 병행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부에서 성기능 악영향을 주는 부작용을 걱정하기도 하는데 최근엔 치료술이 많이 발전돼 부작용을 줄인 다양한 방법이 이용되고 있다.
Q 치료 후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A 역시 정기적인 검진이다. 식습관이나 운동 등도 주의해야겠지만 치료 후 건강하게 몇 년이 지났다고 검진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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