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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별 암/기타암

[스크랩]멜로드라마 단골 메뉴 : 백혈병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09. 11. 25.

멜로드라마 단골 메뉴 : 백혈병

 

 

ㆍ모두 비극적 눈물,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아
ㆍ'성인암은 자신의 잘못, 소아암은 신의 잘못'

 
백혈병은 우리 몸에서 혈액을 생산하는 골수의 정상 혈액세포가 어떠한 원인으로 인해 암세포로 변환된 것을 말하는데, 백혈병 세포는 계속 증식하여 정상 혈액세포가 자라날 공간을 차지하게 되고 혈관을 따라 전신에 퍼지게 되며, 결국에는 간이나 비장, 림프선, 그리고 중추신경계도 침범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는 병이다.

1967년에 개봉된 홍콩영화로 가수 진추하의 원서머나이트(one summer night)란 주제곡으로 더 유명한 '사랑의 스잔나', 1971년 에릭 시갈의 소설을 영화한 작품으로 멜로영화의 대명사가 된 '러브스토리' 같은 영화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이유는 당시에는 불치병으로 알려진 백혈병에 걸린 여자 주인공이 등장하고, 애틋한 사랑이 오고 가고, 결국은 여주인공이 사랑하는 연인을 홀로 두고 사별하는 애절한 이야기를 소재로 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백혈병을 주제로 한 애틋한 사랑의 영화나 소재거리는 '내 사랑 내 곁에', '너는 내 운명' '짝' 등 수없이 많다.

그런데 평소 국민들에게 항상 '암은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필자가 이런 극작가들에게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던 것은 소설속의 주인공들을 꼭 암에 걸리게 한 후 결국은 치료가 안되어 사망으로 드라마를 종결시킨다는 점이다. 필자로서는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왜나하면 이제는 우리나라의 의료수준으로 모든 암의 52% 정도는 완치시키고 있으며, 위암이나 유방암 같이 조기진단이 가능한 암은 95% 이상 완치를 시키고 있는데도 국민들에게 암은 불치병이라는 잘못된 지식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암 특히 백혈병은 무조건 죽는 병이 아니다.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자꾸 죽는 걸로 나와서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백혈병의 종류는 매우 많고 다양하다. 소아에서 많이 발생하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과 성인에서 많이 발생하는 급성 및 만성 골수성 백혈병 등 모두를 총칭하여 백혈병이라 하는데, 우리나라 인구에서의 발생 순위는 8위 이하로 비교적 낮은 편이며, 일반적으로 급성 백혈병의 경우 치료하지 않으면 1년 내에 90%가 사망하는 치명적인 질환이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수명연장은 물론 상당수의 환자가 완치될 수 있다.

소아암 완치기념 파티.



특히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어린 소아에서 발생되는 소아암인데, 우리나라 소아암 환자 수는 2002년 1188건으로 전체 새로 발생한 암의 약 1.2% 수준이며, 이중에서 백혈병이 373건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특히 소아암은 현대 의학으로 치료가 잘된다. 성인에서의 암은 생활습관이나 환경오염 등 본인의 잘못된 선택에 의해 생기는데 반해 소아암은 대부분 출생 이전의 원인에 의해 발생된다는 의미에서 성인에서의 암은 '신의 선택'인데 비해 소아의 암은 '신의 잘못'이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이 기회에 영화나 소설, 그리고 드라마의 극작가들에게 간절히 드리고 싶은 말은 "대부분에서 암을 불치의 병으로 그리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니 이제부터라도 암을 극복할 수 있는 병으로 그려달라"는 부탁이다.

< 서울의대 유근영 교수 / 전 국립암센터 원장 /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 http://blog.naver.com/bkkyyo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