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세 딸들의 뒷바라지로 정신없이 젊은 날을 보냈다는 허해자 씨. 다행히도 아이들은 모두 잘 자라주어 좋은 직장에 취업하고 남편 역시 하던 일이 안정적으로 되어 무엇 하나 남부러울 것이 없었다. 이젠 하고 싶은 취미생활과 출산을 앞둔 큰딸의 아이를 돌봐주려 했던 허해자 씨의 행복도 잠시, 불행의 그림자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유방 절제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평소처럼 집안 일을 마치고 무심코 왼쪽 가슴을 만졌는데 작은 멍울이 만져졌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겼는데 며칠 동안 멍울이 점점 더 커진 듯한 느낌이 들었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에 가서 유방촬영을 했는데 유방암이라는 믿을 수 없는 진단결과가 나왔습니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1997년도만 해도 암이라는 병은 그리 흔한 병이 아니었다. 소수의 사람한테만 걸리는 병쯤으로 인식되던 때였다. 평범한 주부였던 그녀에게 내려진 유방암이라는 선고는 그녀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에게 상상할 수 없는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게다가 그녀의 왼쪽 유방에 있는 종양은 크기도 크고 다른 곳으로 전이될 위험이 크다고 했다. 결국 의사와 상의한 후 왼쪽 유방과 임파선을 모두 절제하기로 결정했다.
“40대 후반이었어도 왼쪽의 유방을 절제한다는 결정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암이 전이될지도 모르고 재수술이 더 위험할 수도 있어 유방을 절제하기로 마음먹고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다행히 수술은 무사히 끝났고 병원을 다니면서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꾸준히 받았죠.”
5개월 후 자궁경부암 선고 그리고 절망!
유방암 수술은 무사히 끝났지만 그녀의 고통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우선은 여자로서 유방을 절제했다는 상실감으로 심한 우울증이 그녀를 찾아왔다. 또한 수술 후 항암치료로 심한 구토감에 시달리고 임파선 절제로 인해 집안일을 하다보면 팔과 손목이 퉁퉁 붓기 일쑤였다.
하지만 다른 암에 비해 치료 예후가 비교적 좋은 유방암이어서 다행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조금씩 몸을 추스려 나갔다. 그렇게 다시 몸을 회복하면서 병원에 정기검진을 받으러 갔던 어느날, 그녀는 또 한 번의 믿기 어려운 말을 들어야 했다. 유방암 수술 후 딱 5개월 만인 1998년 2월, 자궁경부암 선고를 받게 된 것이다.
“유방암 수술 후 몸을 추스르고 있는 중에 아랫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설마 또 큰 병은 아니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검사결과는 그런 저를 비웃듯이 자궁경부암이라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아직 유방암 수술을 한지 5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또 자궁경부암이라니 그저 눈물만 흐르더군요.”
다행히 조기에 발견한 자궁경부암 수술은 무사히 마쳤고 수술 결과도 좋아 20일 정도만 입원하고 바로 퇴원을 했다. 두 번째 암 선고에 허해자씨보다 더 놀란 그녀의 가족들은 전보다 더 열심히 그녀의 투병생활을 도왔다. 특히 남편은 병원에 입원해 있는 허해자 씨가 먹고 싶어하는 음식을 손수 만들어 병원에 찾아왔으며 퇴원 후에는 집안일을 도와주는 등 항상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었다. 그런 가족들의 사랑 덕분이었을까? 허해자 씨의 두 번의 암은 수술 후 8년이 지난 지금 재발이나 전이없이 완전히 사라졌다.
가족들의 사랑은 결코 잊지 못해요!
한 번의 투병생활도 힘든데 연달아 두 번이나 암과의 싸움에서 이겨낸 허해자 씨. 그녀가 지금처럼 다시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의 사랑, 특히 남편의 극진한 간호가 한 몫했다고 한다.
“처음 유방암을 진단받고 수술을 기다리고 있을 때 검사를 받아보니 간수치가 높아서 수술을 바로 할 수 없었습니다. 간수치가 떨어질 때까지 병원에 입원해 있었는데 남편이 간해독에 좋다는 미나리 등으로 직접 음식을 만들어 가지고 왔지요. 그때 얼마나 감동했는지 모릅니다.”
남편은 틈틈이 회사일이 바쁘지 않을 때에 병원에 수시로 들렀으며 혼자 병원에 누워있는 어머니를 걱정한 세 딸은 번갈아 가면서 어머니 옆을 지켰다. 두 번째 암, 자궁경부암이 발병했을 때도 허해자 씨를 향한 가족의 사랑은 변함이 없었다.
“자궁경부암 수술 후에는 변비가 생겨서 좀 고생을 했지요. 그랬더니 남편이 변비에 좋다며 고구마와 콩을 삶아왔더군요. 남편은 병원에서도 유명할 정도로 한결같이 두 번의 암 투병동안 저의 곁을 지켜주었습니다.”
그렇게 가족들의 사랑으로 두 번의 암을 이겨낸 허해자 씨는 육식을 자주 했던 식생활을 나물 위주의 잡곡밥으로 바꾸었다. 인스턴트 식품은 피하고 고추장과 된장은 직접 담가 먹는다. 요즘은 콩을 이용한 음식, 특히 청국장을 자주 먹고 있다. 또한 그녀는 틈틈이 등산과 조깅 등 운동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최근 시작한 요가는 그동안 임파선 제거 땜에 퉁퉁 부었던 몸의 상태를 많이 호전시켜 주었다. 이렇게 식생활을 바꾸고 운동을 통해 건강을 되찾은 허해자 씨는 예전의 취미활동을 다시 시작하면서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다시 찾은 인생인 만큼 더욱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아프기 전부터 하던 합창단 활동뿐 아니라 요즘은 요가와 문학강좌 수업도 듣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행복하게 지내니 자연스레 건강도 따라오는 것 같아요.”
두 번의 암을 겪고 난 뒤 가족들의 사랑을 깨닫고 더욱 더 건강에 신경쓰면서 즐겁게 살아간다는 허해자 씨. 암을 이겨 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생활한다면 살길은 보이기 마련이라며 환하게 웃는 그녀가 앞으로도 그 미소를 간직하며 사랑하는 가족들 곁에서 행복하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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