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제약계에서 일어난 일대 사건 중 하나는 자궁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개발돼 수십만명의 인명을 구할 가능성을 높혔다는 것이다. 올해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분야별 톱뉴스 25' 제품 부문에 머크사가 개발한 '가다실'이 선정된 것도 이 때문이다.
벌써부터 외국에서는 10대 초반의 소녀들에게 단체접종을 해야한다는 권고가 쏟아지는 등 자궁경부암 백신에 거는 보건의료계의 기대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나 백신이 개발되면서 국가지원책과 윤리적 문제, 가격 등에 대한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다.
◇호주 등 외국 정부 앞장서 백신 접종 권고
세계 최초로 '가다실'이 시판된 호주는 정부가 앞장서 백신 접종을 강하게 권고하고 있다. 정부가 호주 제약회사인 CSL측과 가격협상에 적극 나서면서 미화로 3억4,200만 달러를 지원, 호주 정부의 전국 예방접종 프로그램에 포함시키고 있을 정도다.
외신에 따르면 호주 정부는 12-26세의 여성에 대한 가다실 접종 비용을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가격협상 타결로 최대 210만명에게 궁극적으로 무료 접종이 가능하다고 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12-13세의 소녀들이 올해 4월부터 전국 학교 예방접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가다실 예방접종을 하게 되며 13-18세 소녀들이 2년간의 프로그램으로 학교에서 접종을 받게 된다.
미국 미시간 주의회는 지난해 9월 2007-2008학년도에 6학년 이상 모든 소녀들에게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어 The Lancet(의학지)은 11-12세 소녀들에게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을 의무족으로 접종하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고, 미국질병통제센터는 가다실을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무료백신 지원 프로그램인 'Vaccines for Childern'에 추가시켰다.
이외에도 오스트리아와 독일 프랑스 등에서는 백신 접종 권고는 물론 건강보험에서 전액 환급을 결정하는 등 자궁경부암으로부터 여성들을 지키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 현황 파악부터...예산, 약가 등이 변수
국내에서 자궁경부암 백신인 MSD의 가다실과 GSK의 서바릭스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출시될 전망이다.
때문에 국가적 차원의 백신 접종 권고나 정책적 지원은 늦어질 수 밖에 없다.
복지부 관계자는 "바이러스 타입이 어떤게 많은지 기초연구가 안돼 있고 백신이 과연 유용한지 현황파악 후에 논의될 사안"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제약업계 관계자도 "정부 차원에서 논의되기에는 역학 데이타나 자료 수집을 거쳐야 하는 등 갈 길이 멀다"고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예산도 문제다. 국내 보험재정이 열악한데 비해 백신 자체가 워낙 고가라 이를 지원하는 데는 큰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다는 것.
강남성모병원 박종섭 교수는 "가장 바람직한 건 국가에서 적정 연령에 백신을 접종시키는 것이지만 예산 문제가 심각해서 한 명 접종에 400불에 달하는 예산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교수는 이어 "학계 차원에서는 이미 한국 여성의 자궁경부암에 대한 역학 조사가 잘돼있는 반면 정부는 미래에 대한 대처가 안일해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라며 "결국 국내에서는 일반 시장에서 커버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백신 가격이 높은 것도 많은 여성들에게 골고루 혜택을 주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백신 필요, 조기검진 시스템도 철저히 해야
자궁경부암은 전세계적으로 매년 50만명 이상의 여성을 괴롭히고 있고 국내에서도 여성암 중에 4-5위에 순위를 올릴 정도로 발병률이 꽤 높다.
때문에 복지부에서도 무료 암검진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치면서 이에 대한 경각심을 높히고 있다.
그러나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인 인유두종 바이러스 검사는 아직 포함돼 있지 않다.
전문의들은 자궁경부암의 경우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암검진시 바이러스 검사를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교수는 "현재 가동하고 있는 진단 시스템의 보다 질적인 체계 확립이 중요하며 동시에 백신에 대한 접종도 정책적으로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철규 기자
출처 : 미디어다음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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