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말기 암환자 원할땐 '존엄사 허용'
- 서울대병원이 최근 말기 암환자가 연명치료 중단을 원하면 법적 절차를 거쳐 이를 허용키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병원의 이 같은 결정은 21일 대법원의 존엄사 최종 판결을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18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은 최근 열린 의료윤리위원회(위원장 오병희 부원장)에서 ‘말기 암환자의 심폐소생술 및 연명치료 여부에 대한 사전의료지시서(advance directives)’를 공식적으로 통과시켰다.
이 의료지시서는 연명치료로써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치료를 받을 것인지에 대해 말기 암환자가 본인의 선택을 명시하도록 돼 있으며, 환자가 특정인을 대리인으로 지정할 수도 있다. 사실상 말기 암환자 또는 특정 대리인이 연명치료 중단을 요구하면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다.
실제 말기 암환자 치료를 맡고 있는 이 병원 혈액종양내과에서는 이미 지난 15일부터 환자들에게 사전의료지시서 작성을 추천하고 있으며, 단계적으로 적용을 확대해 나간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병원 관계자는 이번 조치와 관련, “그동안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면서도 진료현장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연명치료 중단에 대해 서울대병원이 의료계를 대표해 적극적인 의사표명을 시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병원은 이 같은 근거로 2007년 1년간 서울대병원에서 암으로 사망한 65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말기암 환자 중 123명(15%)에서 무의미한 심폐소생술이 실시됐다는 점을 들고 있다.
또한 현행법으로 보호받지 못함에도 436명(85%)의 말기 암 환자 가족들이 심폐소생술을 거부했고, 이를 의료진이 받아들여 연명치료 중단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병원 측은 덧붙였다.
허대석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말기 암환자에서 임종 전 2개월 이내에 중환자실 이용 30%, 인공호흡기 사용 24%, 투석 시행 9% 등에서 보듯 무의미한 연명치료가 진료현장에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었다”면서 이번 조치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허 교수는 또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할 수 있는 환자의 권리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을 표명하기 시작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며 “말기 암환자들이 제도의 미비 때문에 불필요한 연명치료로 고통받는 일이 감소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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