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 세균이 위암을, 간염 바이러스가 간암을 일으키듯 자궁경부암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파필로마 바이러스가 주목받고 있다. 인유두종 바이러스 혹은 HPV라고도 불리는 파필로마 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 환자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감염자의 20~25%가 전암(前癌) 단계인 '자궁상피 이형증(異形症)'이 되며 그 중 20~30%가 암이 된다. 바이러스에 감염돼 암으로 악화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5~20년 정도로 추정된다.
문제는 우리나라 유흥업소 여성의 50%, 전체 성인여성의 20%가 파필로마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다는 것. 감염 경로는 주로 성접촉이다. 남성은 이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증상이 없으므로 무심코 성접촉을 통해 여성에게 옮기는 경우가 많다.
감염 여부는 산부인과 등 동네 의원에서 쉽게 알 수 있다. 질세포진 검사처럼 면봉을 통해 자궁경부 상피세포를 일부 떼어낸 뒤 바이러스 유전자를 찾아낸다. 아프지 않고 수분 남짓이면 가능하다. 비용은 5만~10만원. 1주일 정도면 결과를 알 수 있다.
파필로마 바이러스는 유전자 타입에 따라 고위험군과 저위험군으로 나뉜다. 고위험군 파필로마 바이러스에 감염된 여성으로 질세포진 검사에서 이상소견이 나타날 경우 장래 자궁경부암에 걸릴 확률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10배가량 높다.
저위험군의 경우엔 일부에서 곤지름이라 불리는 성기 사마귀를 일으킬 수 있다.
피부과 등에서 치료받을 수 있다. 곤지름의 경우 보기엔 끔찍해도 자궁경부암과는 무관하다.
고위험군의 경우 여성이 느끼는 증상은 거의 없다. 그러나 자궁경부암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예방과 치료가 필요하다.
평촌 봄빛병원 산부인과 최석태 원장은 "고위험군 파필로마 바이러스 감염 여성은 6개월에 한번은 질세포진 검사를 통해 자궁경부암이 생겼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자궁상피 이형증 등 암을 암시하는 증상이 나타나면 원추형 절제술로 100% 치료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외래에서 15분 남짓이면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감염 양성으로 나타났다고 무조건 남편을 의심해선 곤란하다.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김용범 교수는 "파필로마 바이러스는 성접촉 이외에도 어머니가 감염자인 경우 태어나는 과정에서 감염되거나 성기와 피부 접촉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성의 경우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요도점막의 세포 일부를 면봉으로 떼어내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치료제는 아직 없다. 예방백신도 최근 개발됐으나 아직 임상시험 중이므로 시판까진 수 년 이상 걸릴 전망이다.
주의할 것은 검사에서 과거 양성에서 현재 음성으로 바뀌었어도 무조건 안심해선 안 된다는 것. 김교수는 "고위험군 파필로마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9개월~1년 후면 저절로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며 "그렇더라도 장래 자궁경부암에 걸릴 확률은 여전히 높기 때문에 질세포진 검사를 통해 자궁경부암 조기발견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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