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버섯에 대해 관심을 가지신 분들은 대부분이 이 크로모겐 컴플렉스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으실 것입니다. 차가버섯의 효율적인 추출방법을 모색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바로 이 크로모겐 컴플렉스입니다. 크로모겐 컴플렉스를 온전하게 최대한 많이 추출해서 오랫동안 보존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관건입니다.
크로모겐 컴플렉스에 대해서는 고열에 약하다는 것과 산화가 매우 잘된다는 점만 알고 있으면 되지만, 기왕 얘기가 나온 김에 자세히 설명을 드리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크로모겐 컴플렉스에 대해서 미리 알아두어야 할 사실은 크로모겐 컴플렉스라는 것이 차가버섯에만 있는 유별난 물질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크로모겐 컴플렉스는 우리 말로 하면 색소복합체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크로모겐 컴플렉스는 어떤 색(色), 주로 흑갈색의 색소를 형성하는 원인물질을 가리키는 일반명사입니다. 크로모겐 컴플렉스가 산화하면 주로 흑갈색, 혹은 흑색을 띠는 물질이 생성되는데, 이 물질을 "멜라닌" 혹은 "플로바펜"이라고 부릅니다.
즉, 차가를 물에 우려냈을 때 추출액의 검은 색이 바로 크로모겐 컴플렉스의 산화응축물인 멜라닌 색소입니다. 크로모겐 컴플렉스는 산소와 만나자 마자 즉각적으로 산화하게 되는데, 산화되지 않고 남아있는 크로모겐 컴플렉스가 병리적으로 억눌린 효소계와 혈액순환계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크로모겐 컴플렉스가 일정부분 산화되는 것은 막을 수 없더라도, 산화 이전의 크로모겐 컴플렉스를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크로모겐 컴플렉스의 산화물, 즉 멜라닌 색소가 전혀 쓸모없는 것은 아닙니다. 연구논문집을 보면 차가버섯의 유효물질들은 설사를 유발시키고 멜라닌 색소의 침전물은 설사를 막아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따라서 위염 환자들에 대한 임상실험을 실시하면서 변비 증세를 보이는 환자에게는 멜라닌 색소의 침전물이 어느 정도 제거된 수용액을 처방하고, 설사 증세를 보이는 환자에게는 침전물을 다량 첨가한 수용액을 처방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멜라닌 색소 자체가 항산화작용을 한다는 연구보고도 있습니다.
차가버섯의 크로모겐 컴플렉스는 자작나무가 병원성(病原性) 균사인 Innonotus Obliquus와 투쟁하면서 형성됩니다. 크로모겐 컴플렉스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들은 모두 플라보노이드(Flavonoid)의 일종입니다. 플라보노이드는 식물의 싹이 돋을 때나 상처가 났을 때, 즉 스스로를 외부의 어떤 공격으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을 분비하는 자기보호성 물질입니다. 자작나무에 차가버섯의 원균(原菌)이 감염되었을 때부터 플라보노이드가 분비되기 시작하고 이것이 10여년 이상 자라면서 뭉쳐져 있는 것이 차가버섯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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