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신욕이 온통 난리다. 1백도에 육박하는, 이글거리는 불가마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살짝 손가락만 넣어도 움찔하는 뜨거운 물에 목까지 잠겨야 ‘어허, 시원하다’고 말하던 한국 사람들의 취향이 갑자기 돌변한 것.
이 새로운 목욕법은 40℃ 정도, 약간 뜨겁다 싶은 물에 명치(가슴뼈 아래 한가운데의 오목하게 들어간 곳), 즉 가슴 아래까지만 20~30분 정도 담그는 방법.원리는 한방에서 유래한 것으로 인체는 심장 주변을 중심으로 한 상반신보다 하반신의 온도가 낮다고 한다. 한방에서 ‘냉(冷)’이라고 부르는 이러한 상태는 하체가 상체에 비해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아서 생기는 것으로 반신욕은 하체를 따뜻하게 해주어 전신의 균형을 잡아준다는 원리.
부친의 적극적인 권유로 반신욕을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됐다는 원정혜 박사는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심장은 화(火) 기운이라서 위로 자꾸 뜨고, 신장은 수(水) 기운이라서 아래로 흘러가니까, 배가 자꾸 차지고소화가 안 된다거나 변비 등 장에 이상이 오잖아요. 반신욕은 단전에 열을 내주는 의미가 있어서 여러모로 이치에 맞는 것 같아요.”
그녀가 권하는 반신욕법은 다음과 같다. 물의 온도는 38~40℃ 정도. 실내 온도는 20℃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으며 좀 춥다 싶으면 어깨에 수건을 둘러서 보온한다. 물을 받을 때는 샤워기를 사용해야 습도를 높여서 피부를 촉촉하게 할 수 있다고 한다. 명치 아래까지만 담그고 가슴 위는 물의 접촉을 피해야 하는 것은 철칙. “심장은 화 기운이기 때문에 이미 열이 차 있어요. 심장 부위를 뜨겁게 하면 오히려 과부하가 걸리게 되죠.”
그 상태로 앉아 있으면 5~10분이 경과한 뒤부터 땀이 나기 시작한다. 상체에 열이 나면서 단전에 모였던 찬 기운들이 몰려나가고, 이때 노폐물이나 열이 땀을 통해서 나가게 되는 것. 이상적인 시간은 20~30분. 욕조에 들어가기 전에는 차와 같은 따뜻한 음료를 마시는 것이 노폐물 배출에 도움이 된다. 느긋하게 책을 보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틀거나 아로마테라피를 하는 것도 좋다. 다양한 입욕제들을 사용해보는 것도 재미를 더하는 방법. 입욕 후에는 반드시 발과 하체를 따뜻하게 해줘야 한다.
가능한 한 많이, 매일 반복하라! 그녀의 조언이다. “피로를 푸는 데 아주 좋은 방법이에요. 컨디션이 안 좋다거나 피로가 쌓였지만 요가를 배울 시간은 없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가볍게 할 수 있는 건강법이죠. 특히 피부 상태가 나쁘거나 허리가 아픈 사람들, 잘 붓거나 냉증이 심한 이들에게 권할 만한 방법이에요.”
그러나 타고난 직업 의식은 어쩔 수 없는지, 그녀는 곧 ‘이럴 때 운동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따뜻한 물로 충분히 혈액 순환이 되고 땀이 나기 시작할 즈음이라서 조금의 운동만으로도 효과적으로 땀과 노폐물을 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은 심장이 안정되고 적응되기 시작한 10분 정도 후, 물이 약간 식었을 때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고 한다. 특히 반신욕을 처음 하거나 지나치게 피로한 사람, 또 저혈압이나 빈혈, 고혈압 같은 질환이 있는 사람, 심장이 약한 이들은 절대로 처음부터 무리해서는 안 된다고. 그녀는 처음에 5분에서 10분, 15분 하는 식으로 점차 운동 시간을 늘려나갔다고 한다.
반신욕 피트니스는 우선 말초신경부터 자극한 뒤 어깨, 팔, 상체, 하체 순으로 하는 것이 요령. 특히 목 운동은 하체까지 완전히 몸이 풀리고 난 뒤 마지막에 하는 것이 좋다. 머리가 상대적으로 다른 부위보다 무거워 목에 무리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모든 동작을 할 때는 항상 가슴을 펴고, 턱을 당겨주며, 괄약근을 조이는 습관을 들여야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1 어깨 돌리기 말초신경을 자극하고 난 뒤에는 어깨를 풀어준다. 어깨 옆으로 원을 그린다고 생각하며 앞에서부터 뒤로 크게 돌려주는 것이 요령. 앞으로 돌릴 때는 등 뒤의 견갑골이 움직일 만큼 천천히, 크게 앞으로 당겨준 뒤, 귀 옆까지 올렸다가 가슴의 대흉근이 열릴 정도로 최대한 크게 돌리는 것이 좋다. 뒤로 돌리는 것이 4회, 다시 반대로 거꾸로 거슬러 돌리는 것을 4회 정도 하면 된다.
2 어깨 올리기 어깨를 귀 옆까지 으쓱으쓱 올려준다. 어깨가 귀 옆까지 갔다가 툭 떨군다는 느낌으로 실행할 것. 숨을 마시면서 어깨를 위에, 또 내쉬면서 툭 떨구는 동작을 8~10회 정도 반복한다.
욕조에 앉은 상태에서 양 팔을 앞으로 나란히 뻗은 다음, 손목을 약간 꺾은 상태에서 새끼 손가락부터 말아서 돌리고, 또 반대로 돌려준다. 그녀가 고안해낸 ‘에콜스 무브먼트’ 중에서 양기를 받아들이는 동작이다. 손가락 마디마디를 다 움직이면 오장육부에 간접적인 자극을 주게 된다고. 특히 컴퓨터 사용이 필수가 된 요즘 많이 나타나는 손목과 손가락 부위의 관절염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1 앞으로 나란히 자세 등과 다리를 쭉 뻗고 앉은 상태에서 앞으로 나란히 자세를 취한다. 팔을 내렸다가 숨을 마시면서 올려주는데, 이때 하복부에 긴장감을 느껴야 한다. 팔 운동은 세 가지로 구성되는데, 손의 자세를 바꾸는 것이 포인트. 처음에는 손바닥이 바닥으로, 다음에는 엄지손가락을 위로 꼿꼿이 세운 상태, 마지막으로 손바닥을 뒤집은 상태로 실시한다. 각각 10회씩 반복. 가슴 아래쪽 근육이 처진 여성들에게 좋다.
2 팔 돌리기 가로로 가부좌로 앉아서 양 팔을 어깨 너비로 벌린 다음 양 팔꿈치를 살짝 구부린다. 각도는 120~130도 정도. 이 자세에서 앞뒤로 약 10cm 정도씩 움직인다. 이 동작은 팔의 처진 근육뿐만 아니라 상체에 축적된 지방 연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특히 가슴 앞쪽에 지방이 많이 쌓였거나, 브래지어 끈 앞뒤로 울퉁불퉁 살이 튀어나온 사람들에게도 좋다고 한다.
욕조에 가로로 앉은 상태에서 허리를 좌우로 돌려준다. 숨을 마셨다가 내쉬면서 왼쪽, 또 마셨다가 내쉬면서 오른쪽으로 돌려주는 요령으로 좌우 20~30회 반복한다. 허리가 안 좋은 사람들은 허리를 앞뒤로 움직이는 것보다 좌우로 움직이는 편이 척추의 부담을 덜 수 있다. 팔은 너무 옆으로 뻗지 말고 팔 운동을 할 때처럼 120~130도 정도를 유지하면 된다. 외복사근, 내복사근을 움직여서 허리 선을 정리하고 무리 없이 척추의 긴장을 풀어주는 동작이다.
목 운동을 할 때는 오른쪽 ->아래 ->왼쪽의 순서로 한다. 고개를 오른쪽부터 왼쪽으로 돌려주어야만 경추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충분히 목을 강화할 수 있다. 간단하지만, 처진 턱과 가슴에 쌓인 지방, 어깨에 누적된 피로를 푸는 등 여러모로 활용도가 높은 동작. 목을 돌릴 때는 허리는 움직이지 말고 고개만 돌려서 코와 어깨가 일직선이 되게 하는 요령으로 실시해야 목 뒤와 어깨의 긴장감이 풀린다. 아래를 바라볼 때는 등을 쭉 펴고 턱을 당겨야 한다.
앞뒤로 구부리기 앞으로 쭉 다리를 뻗은 상태에서 호흡을 멈추고, 이 상태에서 앞으로 상체를 구부려 양손으로 욕조의 끝을 잡는다. 힘들면 자기 발끝을 잡아도 된다. 이때 턱은 당기고, 상체 각도는 머리에서 엉덩이까지 45도를 유지해야 한다. 다시 약 10초간 참았다가 양손을 등 뒤로 해서 욕조 뒤를 잡는데, 이때도 상체 각도 45도를 유지한다. 앞으로 구부리는 동작은 방광경을 자극해서 허리와 다리를 가늘게 하고, 전신의 막힌 기혈을 뚫어 준다. 뒤로 욕조를 잡는 자세는 견관절과 견갑골, 대흉근의 긴장을 풀어주며 심장경을 자극해 화병을 풀어준다. 앞으로 한 번, 뒤로 한 번을 2~3회 정도 반복한다.
발끝 운동 이번에는 양 발꿈치를 붙인 상태에서 역시 발레 동작처럼 발끝을 세웠다가 내리는 동작을 반복한다. 다리 안쪽의 늘어지는 근육을 잡아주고 처진 히프까지 올려주는 효과가 있는 동작. 발목 근육도 강화해준다.
발끝 운동 양 엄지발가락 끝을 맞댄 상태에서 뒤꿈치를 벌리면 한자의 팔(八)자 모양이 된다. 이 상태에서 양 발끝을 모았다가 떼주는 것을 반복한다. 이 동작은 근육의 바깥쪽을 자극해서 벌어진 골반을 조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발목과 종아리에 쌓인 지방을 제거하는 데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횟수에 제한받지 말고 정확한 방향과 요령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발끝만 움직여도 다리에 쌓인 피로가 풀리고 처진 근육이 정리된다고.
발끝 운동 양 발끝을 45도 각도로 꺾었다가(포인트), 90도 각도로 세우는 동작(플렉스)을 반복한다. 발끝을 세워서 5초 동안 멈추고, 꺾어서 또 5초 동안 멈추는 요령. 5~10회 반복한 뒤 발목을 돌려서 풀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