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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정관진 제2군단/암환자를 위한 작은정보

[스크랩]위를 망치는 오적(五賊)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09. 1. 10.

| 글 | 신방실 기자ㆍweezer@donga.com |
1500cc 정도의 크기에 J자 모양의 주머니를 닮았다. 입으로 들어온 음식물이 소화되는 첫 번째 관문이며 스트레스에 몹시 민감하다. 비록 달콤쌉싸름한 음식의 맛을 느끼지는 못하지만 묵묵히 일하며 평생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속깊은 친구…, 위.
알고 보면 민감한 위

위장조영촬영 영상 : 하얗게 보이는 부분이 조영제로 코팅된 위벽이다. 나머지 부분은 X선을 그대로 통과시켜 어둡게 보인다.
몸이 피곤할 때 식욕이 줄고 기분이 우울하면 소화가 잘 안 되는 까닭은 뭘까. 음식물을 소화하는데 가장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위는 자율신경계의 지배를 받는다. 운동과 지각을 조종하는 뇌척수신경계와 달리 자율신경계는 감정이나 정서의 영향을 받는다. 때문에 불안이나 우울, 스트레스로 인한 자극은 곧바로 자율신경계를 자극하고 위의 운동을 방해한다.

위장검사는 정기적으로

스트레스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현대인. 위 또한 한몸에서 ‘동고동락’(同苦同樂)하는 사이인지라 다양한 질병에 노출돼 있다. 위의 점막이 손상되면 위염, 근육까지 깊숙이 망가지면 위궤양, 심하면 소화불량과 구역질이 이어지며 위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특히 40대가 넘으면 위암발생률이 크게 증가하므로 1년에 한번이라도 꼭 병원을 찾아 위장검사를 받아야 한다. 위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할 수 있다.

위 내시경검사

흔히 위장검사를 하러 병원에 가면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잘 휘어지는 플라스틱 관을 목이나 코로 넣어 소화기 내부를 살피는 위 내시경과 하얀 액체로 된 조영제를 마시고 X선 사진을 찍는 위장조영촬영. 어느 쪽을 택할까. 내시경검사는 구역질이 안 나도록 구강마취제로 입안을 헹궈 간단히 마취하고, 근육주사로 위의 움직임을 억제시킨 뒤 진행한다. 위를 부풀리기 위해 공기를 주입하므로 검사가 끝나면 트림이 많이 난다.

위장조영촬영

위장조영촬영 : 조영제를 마시고 가만히 누워있으면 기계가 여러 방향과 각도로 움직이며 X선 사진을 찍는다.
내시경이 부담스럽다면 위장조영촬영을 하면 된다. 검사 직전 하얀 조영제를 마시는데, 그 안에는 바륨과 공기가 혼합돼 있다. X선을 흡수하는 바륨과 그대로 투과시키는 공기는 위장 내부의 음영을 또렷하게 보여준다. 조영제를 마시고 누워있으면 기계가 움직이며 여러 자세로 X선 촬영을 시작한다.

위장조영촬영 뒤 조영제가 나오면서 색이 하얀 변을 볼 수 있다. 장의 운동성이 떨어지는 사람이라면 대장에서 조영제가 굳어 변비가 생길 수도 있다. 내시경검사보다 정확도가 떨어지고 X선을 사용하므로 임산부는 피해야 한다.

위험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1970년대까지도 과학자들은 위산으로 가득찬 위 속에는 세균이 살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위 점막 속에 사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은 위 점액의 요소를 암모니아로 분해하는 효소를 만든다. 암모니아는 위산과 만나 중화되므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의 강력한 보호막이 된다.

요구르트 먹는다고 없앨 수 있을까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은 위염이나 위궤양, 십이지장궤양이있는 사람에게서 흔히 발견된다. 일단 감염되면 속쓰림이나 소화불량 같은 증세가 나타나고 위암에 걸릴 확률도 3~6배나 높아진다. 위궤양 환자를 치료할 때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이 있는지 먼저 확인한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을 없애면 위궤양 치료 후 재발률도 낮아진다. 예전 한 업체의 광고처럼 요구르트를 마신다고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을 죽일 수 있는 건 아니다. 대신 궤양 치료제와 항생제를 혼합해 꾸준히 먹어야 한다.

시도 때도 없이 속 쓰리고 더부룩하고…. 혹시 하는 마음에 병원을 찾았지만 아무 이상이 없다면? 진단은 신경성위염이다. 소화기능을 떨어뜨리는 오적(五賊)인 술, 담배, 자극적인 음식, 불규칙한 식사, 스트레스를 멀리하고 충분한 휴식을 갖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