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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건강상식/한방상식

[자료] 한의학의 간 질환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09. 1. 1.
"간이 허합니다" 해도 간에 좋다는 약 주의
한의학의 '간', 연계된 모든 기능체계 일컫는 말…함부로 약 쓰면 해로울 수 있어
김봉근 원장  webmaster@idomin.com  

   <산수유>  
  
한의원에서 진료를 받다 보면, 한의사가 이런 말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당신은 간이 안 좋습니다, 당신은 간이 허합니다, 당신은 간에 열이 있군요." 그런데 환자 중에서는 "난 병원에서 피검사를 해보니 간도 정상이고, 지방간이나 간염도 없다는데요"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때문에 환자와 진료하는 한의사 사이에는 약간의 불신이 싹트게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한의학에서 말하는 간과 양의학에서 말하는 간이 서로 다른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한의학에서 간에 열이 있다고 하는 것은 '간에 체온계를 대보니 열이 있더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사람이 과다한 스트레스 탓에 눈이 충혈되고, 입이 쓰고, 변비가 있고, 배가 더부룩하고, 성을 잘 내면서 조급한 성격을 가졌다고 한다면 이런 사람은 간에 열이 있다고 표현합니다.

또 간이 허하다고 하는 것은, 단순히 간 기능 저하로 소화가 안 되고, 피로가 쌓이는 것만 가리키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이 자주 피로를 느끼면서, 어지럽고, 얼굴에 윤기가 없고, 귀가 울고, 눈이 침침하고, 한 번씩 불면증에 시달리고 하면 이런 사람은 '간이 허하다'고 표현합니다.

결국, 한방에서 말하는 간이란 간장이라는 장기뿐 아니라 이와 연계된 눈이나 관절 기능, 혈액순환과 소화 기능을 모두 연계한 기능체계를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 주변을 보면 간에 좋다는 약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구기자나 산수유, 인정쑥 같은 것들이 있는데요. 이 약들이 간에 좋다는 것은 한의학 관점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간염이나 지방간, 간경화와 같은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단순히 간에 좋다고 해서 이런 약들을 상복 하도록 하는 것은 때론 위험한 발상이 될 수 있습니다.

◇구기자·산수유 = 구기자나 산수유는 일반인들에게 좋은 간장약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구기자는 실제로 간염이나 지방간과 같은 간질환에는 절대로 좋은 약이 아닙니다. 한의학 관점에서 구기자는 간과 신을 보하면서, 눈을 맑게 하는 약입니다.

사람이 간이 허약하면 눈이 침침하고, 시력이 저하되며, 전신의 근력이 약해지고, 매사에 겁이 많고, 의욕이 없으며, 피로하고, 관절이 시리고 아프고 하는 등의 증상이 있게 되는데, 구기자는 이러한 간의 허약증상에 쓸 수 있는 약입니다.

흔히 아는 간염이나 지방간 등의 증상은 한의학에서는 간담 습열·간비 습열이라 하여 간이 허약한 것이 아니라, 간이 실하여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그러므로 구기자를 간염이나 지방간과 같은 질환에 장기 복용하면 오히려 간이 상할 수 있습니다.

산수유 역시 간신을 보하는 약이기는 하나, 구기자가 눈을 맑히는 작용이 강하다면, 산수유는 뇌수를 충족시켜 머리를 맑히는 작용이 더 많고, 특히 정력 저하로 말미암은 근력이 떨어지는 데 많은 효력을 발휘합니다.

이 역시 간실증에 복용하게 되면 간의 열을 증가시켜 간질환이 더 심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인정쑥 = 인정쑥은 원래 한약명으로 '인진'이라 합니다.

대부분 사람이 간염이나 간질환에는 인진이 특효약이라 생각하고 또 어떤 분들은 인진이 간을 보하는 약이라 하여 상복 하는 일도 있습니다. 이 역시 대단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인진은 한의학적으로 간담 습열로 말미암은 황달을 치료하는 약입니다.

만약 간염이나 간경화가 있는 분이 황달이 동반된다면 얼마든지 쓸 수 있습니다. 특히 간염이 있을 때 처음 인진을 복용하면 간 수치가 상당히 높아지는데, 일단 계속 복용하다 보면 크게 땀을 흘리거나 혹은 다량의 소변을 보게 됩니다. 그 이후에는 급격하게 간 수치가 떨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러나 황달이 없이 오는 간질환에는 오히려 체력을 급격하게 저하시키고, 몸을 더 피로하게 만들며, 또한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렇듯 간질환에 민간요법으로 약을 복용할 때는 반드시 전문가인 한의사와 상담을 하고 그 약이 현재의 내 몸에 맞는 것인지를 살펴서 써야 할 것입니다.

/김봉근(마산 장수한의원 원장)
출처 경남도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