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이후 피소변 나오면 의심을

40대 이후 피소변 나오면 의심을

얼마 전 임용준(62)씨는 소변에 피가 섞여 나와 병원을 찾았다가 방광암으로 진단받고 내시경 수술을 받았다. 가끔 피소변이 나온 적이 있었지만 별다른 증상이 없어서 피로 때문일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게 화근이었다. 이처럼 40대 이후 피소변이 나온다면 일단 방광암을 의심해야 한다.

사실 방광암은 우리나라에서 비뇨기계 종양 가운데 가장 흔한 암으로 매년 4,5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광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1993년 10만 명당 0.4명에서 2000년 1.6명으로 4배 가량 증가했고, 남성이 많이 걸리는 암 가운데 5위를 차지했다.

남성ㆍ흡연자 발병률 높아

방광암은 남성이 여성보다 4배 정도 많이 걸린다.한 달 전 방광암 수술을 받은 임(62)씨와 2년 전 수술을 받고 통원치료 중인 권오현(77)씨가 여의도 성모병원 비뇨기과 조용현 교수와 만났다.

임씨 소변에 피가 섞여 나와 피로 때문이려니 하고 병원을 찾았다가 방광암 진단을 받고 몹시 당황했습니다. 방광암의 발생원인은 무엇인가요?

조 교수 방광암도 다른 암처럼 발생 원인이 명확하지 않지만 유전이나 환경이라는 견해가 많습니다. 특히 염료나 고무, 가죽, 도료 등을 다루는 종사자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아 환경적 요인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흡연과 대기오염, 사카린 등 인공 감미료 등도 발병 원인이지요. 특히 담배를 피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방광암에 걸릴 위험이 4배나 높습니다.

권씨 방광암을 자가 진단할 수 있는 증상은 어떤 게 있나요?

조 교수 방광암은 환자의 80~90%가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기 때문에 다른 암보다 조기 진단이 쉽습니다. 가끔 하복부에 통증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피소변이 며칠 나오다가 갑자기 멈추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 피소변이 멈추었다고 방치했다가 나중에 수술도 하지 못할 정도로 병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지요.

또 육안으로는 피소변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건강검진 등을 통해 수시로 검사를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방광암 진단은 방광내시경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지요. 다만 검사에 통증이 따른다는 게 흠입니다. 최근에는 간단한 소변 검사를 통해서 암을 진단하기도 합니다. 일단 방광암이 발견되면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컴퓨터 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가슴X선 촬영, 복부의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암이 다른 곳으로 전이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하지요.

권씨 저는 방광암 초기라서 내시경으로 절제술 치료를 받았는데 병의 정도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기도 하나요?

조 교수 방광암 가운데 진단 당시 70% 정도가 암이 방광 내에만 국한된 초기 방광암(표재성 방광암)이어서 내시경을 통한 절제술로도 암세포를 쉽게 제거할 수 있지요. 수술 결과도 다른 암에 비해 상당히 좋습니다. 방광암이 다른 장기나 임파절에 퍼져 있다면 대개 수술 이외에 항암치료를 하지요. 방광암은 재발률이 70%에 이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방광 내시경 검사와 요세포검사를 받는 게 필요합니다. 내시경 절제술을 받은 환자는 수술 후 2년까지는 3개월마다, 2~5년 사이에는 6개월마다, 그리고 5년 뒤에는 1년에 한번씩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좋지요.

임씨 방광 내시경 수술을 받은 후에 성생활을 해도 상관이 없나요?

조 교수 내시경 수술을 받고 난 뒤에 성생활을 꺼리는데, 초기 방광암 환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임씨 저는 방광암 내시경 수술을 받은 뒤에도 계속 피소변이 나오는데 괜찮은가요?

조 교수 방광암 치료를 위해 약물(BCG)을 주입하면 면역 반응이 높아지는 가운데 염증이 생겨 피소변이 나오기도 하는데 이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치료의 과정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권씨 수술을 받은 뒤 특별히 가려 먹어야 하는 음식이 있나요?

조 교수 특별히 가릴 것은 없지만 야채이든지 고기이든지 신선한 것을 먹는 게 좋습니다. 술은 약간 먹는 것은 괜찮지만 담배는 절대 피우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