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버섯 요양원 사일 째 - 약간 오기[傲氣]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아침에 양은 평소와 비슷했지만 아주 묽은 변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끝에 약간 거품 같은 것이 나오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변을 보고 싶은 충동이 조금 세게 있었고 배가 아프거나 다른 증세는 없었습니다. 오전에 산에서도 한 번 묽은 변을 조금 보았고 점심에도 묽은 변을 보았습니다. 저녁에도 약간 묽은 변을 조금 보았습니다. 산에서 변을 보고 난 다음 직원이 묽은 변이 나오냐고 물었고 그렇다고 했고 직원은 오늘 내일 두고 보자고 했습니다.
운동은 세 명이 한 팀이 되어서 출발했습니다. 어제 코스가 아니고 다른 코스였습니다. 직원이 따라 오면서 절대로 무리하지 말라고 신신당부 했습니다. 저분 들은 벌써 보름 한 달 정도 되었다고 했습니다. 과욕은 필히 실패를 동반한다고 했습니다. 돌아오는 장소에서 만날 것이니 무리하지 말고 따라가라고 했습니다. 그 말에 겁도 나고 해서 잠깐 같이 가다가 나는 뒤에 처져서 열심히 따라갔습니다. 오늘 거리도 2km 정도 였습니다. 어제보다 더 쉬운 길 같았습니다. 산 능선을 타고 걸어서 오르내리락이 별로 없었습니다.
직원에게 어제보다 더 쉽다고 했더니 지금의 운동 목적은 인체를 힘들게 하기위한 것이 아니고 오전 3 시간, 오후 4 시간 동안 적당한 부하가 걸린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절대로 너무 힘들게 운동하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어제는 조금 힘들었다고 하니까 현재 체력정도를 알아보려고 조금 힘든 길을 걸었다고 했습니다. 한 시간 조금 지나서 일행과 만났습니다. 그 사람들은 주위를 천천히 혹은 조금 빠르게 걸어 다니며 스트레칭도 하고 나무를 잡고 허리 운동도 하고 숨쉬기도 하고 하면서 휴식 겸 운동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나도 그 틈에 끼어 한 시간 정도 같이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내려 왔습니다.
거의 다 내려와서 보행보조기를 가지고 걷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 사람은 숙소 주변에서 걷기도 하고 쉬기도 하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오전 3 시간 오후 4시간은 지키는 것 같았습니다. 아마 10분 꾸준히 걷고 20분 쉬고 정도를 반복하는 것 같았습니다.
점심 먹으면서 직원에게 나는 운동을 더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지금 하는 운동양이 며칠 지나면 거의 장난으로 느껴질 때가 있을 것이다 그때 500m 정도 더 갈 것이고 한 달 정도 지나면 3km 정도를 별 어려움 없이 소화해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계속 산 능선을 타고 걷게 되냐고 물었더니 심장이나 혈압 등에 전혀 무리가 없을 만큼 체력이 회복되면 그 때는 조금 더 힘이 들어가는 코스를 걷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금이나 나중이나 너무 급속한 체온 상승이나 너무 무리하는 운동은 도움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별 무리가 없는 정도의 부하를 꾸준히 걸어서 걷는 것이 제일 좋다고 했습니다. 오늘 정도만 해도 암 치료에 필요한 체온이 충분히 올라가고 산소도 충분히 공급된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체력이 더 강해지면 강해진 만큼 더 운동을 해야 하고, 운동을 더 해도 체온이나 산소는 지금과 비슷하게 만들어진다고 했습니다. 체력이 강해졌는데도 지금만큼만 운동하면 체온도 필요한 만큼 올라가자 않고 산소도 부족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정리하면 [지금 체력에 맞게 절대로 무리하지 말고 꾸준히 걸어라] 였습니다.
저녁 먹고 직원에게 물어봤습니다. [인체를 계속적으로 한계에 처하게 하라. 인체가 계속적으로 한계상황에 달하게 되면 인체의 생존본능이 강하게 작동하게 되고 암세포를 용인하던 면역력이 정신을 차리게 되고 그리고 강하게 되면 암세포는 며칠 만에 사라질 수 있다.] 라는 말과 지금의 내 운동 사이에는 다른 점이 있다. 나는 지금 약간 힘이 들지만 한계상황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직원이 한참 동안 상세하게 설명했습니다.
너무 조급해 하지마라. 조급함은 과욕을 부르고 욕심이 지나쳐서 무리를 하게 되면 암보다 심장마비로 먼저 죽을 수 있다. 말기 암 환자는 저녁 잘 먹고 같이 얘기도 하고 했는데 아침에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한다. 말기 암 환자는 지금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속은 인체순환이 잘 안되기도 하고 간 기능이 위험수준으로 저하되어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동안 받았던 항암치료의 독성이 어디 숨어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기도 하고 암성 중독증세도 얼마씩은 다 가지고 있다.
지금 하는 운동의 목적은 지금 당장 암을 없애기 위한 것이 아니고 준비 단계다. 우선 암세포의 성장을 중지시키고, 암세포가 성장을 중지하면 암세포는 스스로 약한 부분을 제거해서 크기를 줄인다. 암세포가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다. 암세포가 줄어들면, 남아있는 암세포는 강한 놈들이지만, 일단 인체생리대사가 잘 된다. 그다음 남아 있는 강한 암세포를 충분히 없앨 만큼의 체력을 길러야 한다.
운동하는 단계가 특별히 구분되는 것이 아니고 암의 성장을 중지시키고 완전히 제거할 때까지 계속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체력이 충분히 보완되고 심장이나 혈관계통도 운동을 충분히 견딜만하게 되면 자연히 인체가 한계를 느낄 만큼 운동양은 늘어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인체가 그 한계를 버틸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완치해서 집에 가는 순간까지 절대로 한계를 넘어갈 만큼 힘든 운동은 하지마라. 3 시간 혹은 4 시간 동안 내 힘에 맞게 꾸준히 걷고 움직여서 한계상황에 달하게 해야 한다.
간단히 정리하면 [ 절대로 무리하지 말고 꾸준히, 같은 부하를 걸어서, 걷고 움직여라. 3 시간 동안에 힘을 거의 다 써라. 체력이 먼저 보완되고 그 다음 조금씩 운동 양을 늘려라. ]인 것 같았습니다.
묽은 변에 대해 상의를 하고 차가버섯 복용양을 조금 줄이려 하다가, 그냥 참았습니다. 하루 이틀 더 두고 보기로 했습니다. 도저히 대책이 없을 정도가 아니면 차가버섯 복용 양을 줄이지 않을 생각입니다. 밤마다 몸에서 느껴지는 어떤 힘이 차가버섯의 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묽은 변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한 설명을 들었고 이 정도도 이겨나가지 못하면 암에게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암에게 진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하기에 앞서 지금 막 생기기 시작하는 나 자신의 나약함에 대한 오기의 문제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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