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버섯 요양원 첫 날
아침 먹고 출발해서, 오다가 한강도 잠시 구경하고 오전 10시 경 요양원에 도착했습니다. 안내된 방에 가지고 온 옷과 세면도구, 몇 권의 책 등을 정리해서 놓고 잠시 요양원 주변을 구경했습니다.
여기서 생을 마감할지 아니면 살아서 나갈 수 있을지... 가자고 해서 오기는 왔는데 잘한 짓인지, 노욕(老慾)이 지나쳐서 흉하게 보이는 건 아닌지 어쨌거나 공기는 좋네.
잡곡밥과 쌀을 갈아 넣은 호박죽, 황태 콩나물국, 미역 냉국, 나물 반찬, 김, 김치, 참치회, 들깨 소스가 들어 간 샐러드, 단호박, 고추두부새우 조림, 마늘과 고춧가루가 왕창 들어간 젓갈부추 무침, 도라지 구이, 브로컬리, 깻잎, 돌미나리, 상추, 양파, 무, 파, 홍당무, 버섯 무침, 어묵 등이 차려진 식당에서 점심을 조금 먹고 신입생(?) 교육받으러 갔습니다.
병원에서 복사해 온 CD를 주고 간단히 나의 상태에 대해 얘기를 하고 한 시간 정도 교육을 받았습니다. 교육하는 내용을 받아 적을 필요는 없고 오늘부터 같이 움직일 것이니 그냥 편한 마음으로 들으라고 해서 열심히 들었습니다.
운동은 이렇게 할 것이고, 운동하면서 호흡은 이렇게 하고, 식사는 이렇게 하는 것이 좋고, 차가버섯은 이렇게 복용해야 하고, 녹즙은 이렇게 복용하고, 하루에 아침저녁 두 번 족욕을 해야 하고, 잘 때는 가슴을 조금 높이고 두한족열을 유지해야 하고, 장(腸)을 하루에 한 번 정도 깨끗이 비워야 식욕이 생기고 인체가 빠르게 활성화 되고 열 가지도 넘는 좋은 것이 있다고 하고, 물은 이렇게 먹어야 하고, 있는 힘을 다해서 항상 가슴을 펴라고 했고, 아침 식사 전에 잠깐 맨발로 자갈길을 걸으라고 했고, 지금까지 설명한 것 중에서 운동과 호흡과 차가버섯 복용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복잡한 것 같이 들리겠지만 해보면 아주 단순하고 이 단순한 노력을 매일 반복해서 할 것이라 했습니다. 반복해서 하다보면 일주일도 가기 전에 스스로 놀라운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며칠 상태를 보고 더 빠른 회복이 필요할 경우는 차가버섯 전신마사지와 물구나무서기, 냉온샤워와 다른 몇 가지를 병행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통증이 있거나 몸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 같으면 혼자 넘어가지 말고 즉시 말하라고 했습니다. 작은 문제라도 꼭 상의하고 15분에서 30분 거리에 큰 병원이 두 개나 있으니 병원도 충분히 써 먹어야 현명하다고 했습니다.
질문을 하라고 해서 장(腸)은 어떻게 비우고 물구나무서기는 어떻게 하는지 물었습니다. 장을 비우는 방법은 관장을 하는 것이라고 했고 관장은 처음 한 번 하기가 조금 망설여지지만 아주 쉽다고 했습니다. 물구나무서기는 그냥 편히 누운 상태보다 머리가 조금 밑으로 간 상태를 5~10 분 정도 유지하는 것이라고 했고 장비가 있다고 했습니다. 물구나무서기는 최하 일주일 정도 차가를 충분히 복용하고 운동도 정해진 방법대로 한 다음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차가버섯 한잔을 먹었습니다. 집에서 먹든 것보다 묽었습니다. 조금 진하게 해달라고 했더니 묽은 이유에 대해서 잠깐 동안 설명을 들었습니다. 아마 모래 정도면 무지하게 진하게 될 것 같습니다.
방에 와서 양치질을 하려고 보니 가지고 온 치약이 없어지고 그 대신 물사랑 치약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썼더니 거품도 안 나고 짜고 이빨 닦는 재미가 없었습니다. 이제 슬슬 시작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시 경 운동을 가자고 직원이 왔습니다. 배낭을 주면서 등에 지라고 했습니다. 묵직해서 뭐가 있냐고 물었더니 차가버섯 탄 물 2리터와 삶은 감자 한 알, 삶은 옥수수 하나가 들어 있다고 했습니다. 감자나 옥수수, 고구마는 탄소화물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 운동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먹으면 인체에서 당으로 바뀌고 암세포의 훌륭한 영양소가 되지만 계속 운동하는 상태에서는 암세포에게 갈 시간이 없이 인체 전체에서 다 소비된다고 했습니다.
항상 약간 배고픈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하루의 거의 전체를 운동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죽기 전에 운동은 실컷 해보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며칠 있다가 깨달았습니다. 왜 힘을 다하는 운동이 필요한지.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강한 자신감이 저절로 생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제는 죽어도 괜찮을 정도로 작은 도를 득한 것 같았습니다.
아주 천천히 걸으라고 했고 조금 이라도 힘들면 앉아서 쉬라고 했습니다. 3 시간 동안 운동을 할 거고 가슴을 활짝 펴고 앞으로 내밀으라고 했습니다. 허파의 공기를 다 바꿀 정도로 깊은 호흡을 하라고 했습니다. 다른 것은 다 잊어먹어도 좋은데 가슴 펴는 것은 절대로 잊지 말라고 했습니다. 방에 [깨어있는 동안 힘을 다해서 가슴을 펴라]는 큰 표어가 붙어 있습니다. 약간 오르막길을 천천히 100m 정도 갔는데 10분 정도 쉬자고 했습니다. 힘들면 30분 정도 쉬어도 된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운동이 되겠냐고 물었더니 며칠 있으면 입에서 단내가 날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같이 웃었습니다. 울창한 숲이 보기 좋았습니다.
3 시간 동안 500m 정도를 갔다가 왔습니다. 감자 옥수수는 다 먹었고, 차가물은 1/4 정도 마시고 나머지는 남겨 왔습니다. 자기 전까지 다 마셨습니다. 차가를 먹으면 30분도 안 돼서 소변이 마려웠습니다. 물어 봤더니 물이 클러스트가 작은 알칼리 이온수라서 그렇다고 했습니다. 며칠 후부터는 운동을 조금 더 강하게 해서 땀으로도 내보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고 어설프게 관장을 하고 녹즙도 세 번 먹고, 녹즙은 맛이 좋아서 물 대신 먹었습니다. TV 조금 보고 족욕을 하고 등에 편하고 낮은 베개를 받히고 큰 고무주머니에 뜨거운 물을 담아 수건으로 싸서 발 위에 놓고 잤습니다.
아마 한참 만에 잠이 들었을 것입니다. 생각이 복잡했는데 기억에 남는 것은 몸 안의 암세포는 지금도 승승장구(乘勝長驅)하고 있을 것인데 이래가지고 살겠나 하는 것과 살 수만 있다면 내일 당장 입에 단내가 났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두 번 정도 깼다가 다시 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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