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은 - 도종환
어떤 날은
아무 걱정도 없이
풍경 소리를 듣고 있었으면
바람이 그칠 때까지 듣고 있었으면
어떤 날은
집착을 버리듯 근심도 버리고
홀로 있었으면
바람이 나뭇잎을 다 만나고 올 때까지
홀로 있었으면
바람이
소쩍새 소리를
천천히 가지고 되오는 동안 밤도 오고
별 하나 손에 닿는 대로 따다가
옷섶으로 닦고 또 닦고 있었으면
어떤 날은
나뭇잎처럼 즈믄 번뇌의 나무에서 떠나
억겁의 강물 위를 소리없이 누워 흘러갔으면
무념무상(無念無想) 흘러갔으면.....
출처 : 루돌프브루스
글쓴이 : 무명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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