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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의 장/쉬어가기

스크랩 쇼핑몰에 ‘저주 인형’ 등장… 못질에 태우기까지? “나중에는 사람 향할 것”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5. 3. 13.



“적개심 해소용이라기엔 위험한 발상”
청소년 때부터 건전한 감정 해소 방법 익혀야

 
저주 인형 판매자가 올린 제품 상세 페이지./사진=온라인 쇼핑몰 캡처
싫어하는 사람을 저주하며 스트레스를 풀 용도로 사용하는 인형이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다. 저주하고 싶은 사람의 이름을 인형에 딸린 부적에 적고, 인형의 혈 자리에 못을 꽂는 방식으로 사용한다. 이후엔 불에 완전히 태워버리면 된다. 판매자는 제품 상세 페이지에서 ‘타인에게 받은 고통, 직장·전 연인에게 느낀 분노 등을 참지 말고 해소하라’고 부추긴다. 한 이용자는 “어떤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받고 되는 일이 없었는데, 자주 인형을 쓰고 나니 속이 다 시원하다”며 “또다시 구매하려 한다”는 후기를 올리기도 했다.

정신 건강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태에 우려를 표했다. 공격적인 방식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것도 습관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인형에 보인 공격적 행동이 사람으로 옮겨갈 위험
저주 인형이 당장은 적개심과 분노 해소에 도움이 될지 모른다. 그러나 그 뒤에 큰 부작용이 기다리고 있다. 동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사공정규 교수(교육부 위Wee닥터 자문의 대표)는 “인형에 물리적 공격을 가하면 일시적으로는 분노와 스트레스가 풀릴지 몰라도, 이런 일이 반복되면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것에 감정이 둔감해진다”며 “나중엔 이 공격성이 사람을 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감정 조절과 충동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어린아이일수록 처음엔 인형을 향해 있던 공격성이 실제 사람으로 옮겨갈 위험이 크다.

이에 정신 건강 전문가들은 “저주 인형을 사용해선 절대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사공정규 교수는 “적개심을 진정으로 해소하는 방법은 용서”라며 “용서가 어렵다면 감정을 해소할 다른 방법을 찾아야지, 저주 인형을 공격하는 방식은 안 된다”고 말했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나경세 교수 역시 “부정적 감정을 공격적인 행동으로 해소하다 보면 이게 습관이 돼, 나중엔 ‘내가 타인을 오해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조차 어려워진다”며 “또 도덕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행동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가치 인식도 훼손된다”고 말했다.

◇감정에 이름 붙이고, 역할 바꿔 보는 게 도움
누군가가 너무 미워 자주 인형을 쓰고 싶을 지경이라도, 일단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봐야 한다. 나경세 교수는 “자신이 단순히 ‘나쁜 감정’을 느낀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그것이 화인지, 짜증인지, 슬픔인지, 불안인지, 감정에 이름을 붙여보라”며 “그다음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내가 이런 감정을 느낄 만한 상황이었다면,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상황에서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그냥 인정해주라”고 말했다. 이것만으로도 억눌린 감정이 어느 정도 해소되지만, 그래도 분노가 남는다면 어떡할까. 나경세 교수는 “부정적인 흥분을 운동 같은 긍정적 흥분으로 바꿔서 표출하는 것을 권한다”며 “복식 호흡으로 횡격막을 자극해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함으로써 자연스레 감정적 흥분이 잦아들도록 유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자녀가 저주 인형을 사용하는 것을 본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공 교수는 일단 자녀가 마음속의 소용돌이를 글로 써보게 하고, 이후에 부모와 자녀가 그 글을 함께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길 권했다. 자녀에게 ‘그래서 네가 화났구나’라는 식으로 무조건 공감하지만 말고, ‘역할극’을 해 보는 게 좋다. 사공정규 교수는 “자녀는 자신이 적개심을 지닌 대상 역할을, 부모는 자녀 역할을 맡아서 분노를 유발한 상황을 재연해보라”며 “자녀가 스스로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보면 상대방이 꼭 나쁜 의도를 지니고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아님을, 그리고 자신에게도 잘못이 있을 수 있음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평소 자녀가 좋아하는 운동이나 취미 생활을 할 시간도 줘야 한다. 부정적 감정을 다른 감정으로 대체할 수단이 없으면, 자녀가 저주 인형 등 그릇된 방법으로 빠질 위험도 커진다. 사공정규 교수는 “공부만 하느라 취미 활동을 할 시간이 없었던 아이들은 남에게서 느끼는 부정적 감정을 취미 활동에서 얻는 긍정적 감정으로 대체하기 어렵다”며 “자녀가 긍정적인 감정 해소 수단을 찾아두도록 평소에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5/03/10/2025031003119.html
 

출처: 크리에이터 정관진 제1군단 원문보기 글쓴이: 니르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