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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스크랩) 나누어서 채워지는 가슴이게 하소서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4. 9. 9.

나누어서 채워지는 가슴이게 하소서
 
  
부채하나를 선물 받았습니다.
합죽선을 펼치자 그 위에
아름다운 글귀에 새겨져 있었습니다.
  
 
  
"받아서 채워지는 가슴보다
주어서 비워지는 가슴이게 하소서.
지금까지 해왔던 내 사랑에
티끌이 있다면 용서하시고,
앞으로 해나갈 사랑은
맑게 흐르는 강물이게 하소서."
  
 
  
나는 그 글귀에서 불어오는
맑은 강물이 내는 바람을 맞습니다.
아주 정중하고 고요하게,
그리고 내 마음에 욕심과 티끌을
그 바람으로 지웁니다.
  
 
  
돌아보면 내 사랑에는
언제나 티끌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나라는 티끌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랑은 언제나
분노와 아픔의 흔적을 지닌 채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주는 사람도 없고 받는 사람도 없다는
아름다운 사랑의 진리를
작은 부채 하나가 일깨워줍니다. 
  
사랑은 맑아야 합니다.
그 맑음에 어디 티끌이 있겠습니까?
티끌은 어리석음의 흔적입니다.
오늘 아침 나는 합죽선을 부치며
마음의 티끌을 저 멀리 날려 보냅니다.


(좋은글중에서)
 

출처: 크리에이터 정관진 제1군단 원문보기 글쓴이: 청천고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