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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별 암/폐암

[의학칼럼] 폐암, 뇌전이와 변이 타입 따라 최적의 치료제 써야 효과 커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4. 5. 2.

부산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엄중섭 교수

암은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의 질병이지만, 의학 기술과 치료제의 발전으로 생존율은 2001년 이후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최근 5년간 72.1%(2017-2021년)로 16년 전 54.2% 보다 17.9%p가 증가했다. 암에서 5년 생존율은 보통 ‘완치’를 의미한다.

암 환자 10명 중 7명 이상(72.1%)이 ‘완치’되는 시대라지만, 폐암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폐암은 암 사망원인 1위로, 폐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38.5%에 그친다. 한국인의 주요 암인 위암(77.9%), 대장암(74.3%), 간암(39.3%), 유방암(93.8%) 등에 비추어도 생존율이 낮다.

폐암의 생존율이 낮은 이유는 초기 자각 증상이 없어 암 진단이 늦은 데다, 전이와 재발 등이 잦기 때문이다. 특히 폐암에서 뇌전이가 빈번한데, 이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도 마찬가지다. 뇌전이 폐암은 진단 시 4기로 간주될 만큼 예후가 불량하다. 완치를 기대하기 어려워, 수명 연장과 삶의 질 개선 등을 치료 목표로 한다.

뇌전이를 동반한 폐암의 치료 옵션은 제한적이다. 혈액뇌장벽(Blood Brain Barrier) 때문에 약제가 뇌에 도달하기 어려워 일반적 항암화학요법, 치료법 등만으로는 뇌전이 치료 효과가 아쉬웠다. 뇌전이 치료에 있어 현재까지 방사선 치료가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지만 뇌 괴사나 위축, 치매 발생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고, 수술을 통한 절제, 감마 나이프 등의 치료가 진행되더라도 기대 여명은 약 8개월 미만으로 짧다.

뇌전이를 동반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온 것이 바로 EGFR-TKI이다.  EFGR-TKI는 폐암을 일으키는 중요한 유전자 중 하나인 ‘표피성장인자수용체(EGFR)’를 저해하여 선택적으로 암세포를 죽이는 표적치료제로, 3세대 EGFR- TKI인 오시머티닙은 기존 EGFR-TKI 보다 9배 낮은 농도에서 EGFR 특정 변이에 작용하는 동시에, 높은 혈액뇌장벽 투과율로 뇌전이 폐암 환자에서도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오시머티닙의 뇌전이 폐암 치료 효과는 다른 항암화학 약제와 병용 시에 더 높게 나타났다. 3상 임상시험 결과, 뇌전이 폐암에서 오시머티닙-항암화학 병용요법의 무진행생존기간은 24.9개월로 오시머티닙 단독요법(13.8개월) 보다 길었다. 뇌전이 외에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L858R 치환 변이 폐암에서도 오시머티닙-항암화학 병용요법의 효과는 긍정적이었다.

폐암은 진행성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전이가 잦아 치료가 까다로운 암이지만 병기와 변이, 전이 부위 등에 따라 표적치료제 단독, 표적치료제 병용요법 등을 비롯해 최적의 치료 전략을 짠다면 생존 기간과 삶이 질 개선을 긍정적으로 기대할 수 있다.

환자와 가족들이 폐암을 진단받으면 두려움을 먼저 호소한다. 물론 폐암 치료 과정이 심리적, 체력적으로 부담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절망보다는 희망을 생각하면서, 환자와 의료진이 함께 노력한다면 폐암에서 좋은 치료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이 칼럼은 부산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엄중섭 교수의 기고입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4/04/30/202404300143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