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떨 때는 정신질환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해요” 26세 대학생 A씨는 선거철만 되면 집을 나오고 싶은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의 아버지가 시도 때도 없이 정치 얘기를 하기 때문. 평소엔 뉴스를 시청할 때를 제외하곤 정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요즘 같은 선거철엔 툭하면 가족들에게 정치적 신념 설파한다. 엊그제엔 특정 정당에 투표할 것을 강요하는 바람에 그만 좀 하시라고 소리까지 질러버린 A씨. 그는 전혀 상관없는 사안에서도 정치 얘기를 꺼내는 그의 아버지가 정신적으로 취약해진 건 아닌지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모든 사안을 정치와 연결시키며 상황과 관계없이 정치적 신념을 설파하는 사람을 흔히 ‘정치병’에 걸렸다고 표현한다. 당연히 의학적 진단명은 아니다. 주변인 탓에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이 많아 생겨난 용어다. 정치가 정신건강과 어떤 연관성이라도 있는 걸까. 아니면 게임, 도박처럼 사람을 중독 시키기라도 하는 걸까. 대다수 일반인은 정치 얘기에 신중하게 접근하거나 아예 꺼린다. 정치 얘기가 스트레스의 기폭제인 걸 알고 있어서다. 실제 미국의 한 시장조사기관이 2017~2020년, 18세 이상의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40%가 정치를 스트레스의 중요한 원인으로 선택했다. 3분의 1 가량은 정치가 피로감, 분노 그리고 강박감을 유발한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스트레스 탓인지 정치 얘기는 폭력 사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2021년, 정치적 성향을 두고 말다툼을 하다 격분해 친구에게 흉기를 휘두른 50대 남성이 실형을 받는 일이 있었다. 2018년엔 정치적 견해 차이가 살인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연관성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곳에서도 정치 얘기를 꺼내는 사람들이 많다. 따로 연구가 있는 건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가족 구성원 중 한명이 하도 정치 얘기를 해서 손절했다는 사례가 올라온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도 주변인의 정치 얘기나 특정 정당 때문에 흔히 말하는 ‘화병’에 걸렸다며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치병은 의학적으로 정신질환이 아니다. 정신질환의 중요한 요건 중 하나는 사회적, 직업적 어려움이다. 정치에 대한 집착이 기능 영역에서의 장애를 초래하지 않기 때문에 정신질환의 범주로 보긴 어렵다. 정치 얘기에 중독의 요소가 있는 것도 아니다. 중독은 특정 약물이나 행위에 의존하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상태를 뜻한다. 갈망, 내성, 금단현상을 특징으로 한다. 게임, 도박 등이 행위중독으로 분류되는 까닭은 쾌락에 둔감해져 점점 더 큰 자극을 찾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치에서는 애초에 일반인이 쾌락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을 찾기 어렵다. 만약 정치에 집작하는 정도가 망상이나 편집증적인 믿음에 가깝다면 성격장애가 원인일 수는 있다. 자신이 정치적으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거나 사실이 아닌 것에 괜히 집착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특히 자기애적 성격장애나 편집적 성격을 가진 사람은 자신이 가진 믿음이 비합리적이고 현실적이지 않아도 바꾸려하지 않는데 그 믿음에 근거해 주변 사람과 갈등을 일으키고 지나친 행동이나 표현을 서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가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우울증은 인지기능을 떨어뜨리는데 이러면 특정 사안에 집착하게 될 수 있다. 실제 우울증 환자들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면 종교적, 정치적, 성적 피해 사고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고 이는 복잡한 망상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결국 정치는 가치관의 영역이다. 가치관에 대한 집착을 치료 대상으로 보기는 어렵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가 원인이라면 약물을 써볼 수도 있겠지만 성격장애는 치료도 쉽지 않고 애초에 당사자가 병원을 방문할 가능성도 낮다. 결국 스트레스를 받는 주변인의 태도가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요소다. 차라리 심리적 거리감을 두면서 또 한 편으로는 상대방이 왜 정치에 집착하게 됐는지 헤아려 본다면 한 결 마음이 편해질 수 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4/04/04/2024040402520.html |
출처: 크리에이터 정관진 제1군단 원문보기 글쓴이: 니르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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