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종류별 암/담도암

췌장암만큼 치명적인 담도암, 12년 만에 등장한 새로운 치료법은?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3. 10. 27.

헬스조선 건강똑똑 <담도암> 편을 진행하고 있는 이해나 기자(왼쪽)와 이충근 교수./사진=헬스조선 유튜브 캡처

한국은 전 세계에서 담도암으로 인한 사망률 1위를 기록하는 국가다. 담즙이 흐르는 담도와 담즙을 저장하는 담낭에 발생하는 담도암은 주변 장기로의 빠른 전이와 재발로 인해 5년 상대생존률이 29%, 즉 10명 중 7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후가 나쁘다고 잘 알려진 췌장암 다음으로 낮은 생존율 수치다. 오랫동안 새로운 신약 없이 정체돼있던 담도암 치료환경에 면역항암제 병용요법 사용이 가능해짐에 따라 담도암 환자들에 큰 희망이 생겼다.

지난 5일 오후 4시 헬스조선 건강똑똑 라이브에서는 '담도암'편이 진행됐다. 연세암병원 이충근 교수가 헬스조선 이해나 기자와 함께 담도암의 원인과 증상, 면역항암제 병용요법 등 최신 치료전략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는 시간을 가졌다.

◇지나치기 쉬운 증상으로 나타나는 담도암 신호 
담도암은 암이 발생한 위치에 따라 간내 담도에 생기는 간내 담도암, 두 갈래 담도가 모이는 곳에 생기는 간문부 담도암, 십이지장으로 내려가는 쪽에 생기는 원위부 담도암을 아우르는 간외 담도암, 담즙을 저장하는 담낭에 생기는 담낭암으로 나뉜다. 몸속 깊은 곳에 위치한 담도는 간, 십이지장, 림프절 등과 가까이 닿아 있다.

담도암의 원인으로는 B형‧C형 간염, 담낭 용종, 담석, 민물고기를 날로 먹거나 덜 익혀 먹을 때 감염될 수 있는 간흡충증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담도암 발병률은 전세계 2위를 차지할 만큼 매우 높은 편이다. 이충근 교수는 "민물고기를 섭취하는 음식문화가 있는 한국, 태국, 중국 등 아시아에서 담도암이 더 많이 발생한다"며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민물고기를 많이 섭취하는 낙동강 유역에서 담도암이 많이 발생했다는 통계가 있다"고 말했다.   

대표 증상은 소화불량, 황달 등이다. 지방을 분해해 소화를 도와주는 담즙이 흐르는 담도가 암으로 막혀 원활히 이동하지 못하면 지방 소화가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더부룩함을 느끼거나 소화불량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담즙에 포함된 빌리루빈 색소로 인해 담즙이 고일 경우, 혈액 내 빌리루빈이 많아지면서 눈 흰자나 피부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이 나타나기도 하고, 콜라색 소변을 보이기도 한다.

환자들이 이러한 다양한 증상들을 담도암의 위험신호라고 생각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꾸준한 건강검진이 필요하다. 이충근 교수는 "담도암 고위험군인 60대 이상일 경우, 소화불량, 황달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이를 간과하지 말고 한 번쯤 병원에서 자신의 건강상태를 정밀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 수술 어려운 상태에서 진단, 적극적인 항암치료 필요
담도암 진단 후 치료를 위해 수술의 가능 여부를 우선적으로 살핀다. 이충근 교수는 "대부분의 담도암 환자들은 암이 이미 진행돼 수술이 쉽지 않은 상태에서 발견된다"며 "암이 전이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담도 주변의 십이지장, 췌장, 간까지 수술 범위가 너무 넓은 경우, 국소 범위라 할지라도 고령의 환자라 큰 수술을 견디지 못할 경우 등 환자 삶의 질을 고려해 수술을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말했다. 실제 담도암 진단 시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20~30%에 불과하다.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 항암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 담도암 항암 치료옵션은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세포독성항암제 병용으로 한정돼 있었다. 2010년 치료 효과를 확인한 1세대 세포독성항암제 젬시타빈과 시스플라틴 병용요법이 주로 사용됐다.

1세대 세포독성항암제는 끊임없이 분열하고 증식하는 암세포의 특징에 착안해 빠르게 증식하는 세포를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암세포 외에도 정상세포 중 빠르게 자라는 두피세포, 생식세포, 혈구세포 등이 함께 공격받아 흔히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거론되는 울렁거림, 구토, 탈모, 면역력 저하 등의 부작용을 환자들이 호소하기도 한다.

◇12년 만에 1세대 세포독성항암제에서 나아가 3세대 면역항암제 병용요법 등장 
3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면역항암제는 특성상 체내 면역체계를 강화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매커니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구토, 설사, 탈모 등의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또한 효과가 내성 없이 장기간 나타나고,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면역항암제 더발루맙 및 기존 젬시타빈, 시스플라틴의 병용요법을 담도암 1차 치료로 허가했다. 글로벌 진료지침으로 불리는 미국 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도 더발루맙 병용요법을 표준치료로 권고하고 있다. 

면역항암제 더발루맙 병용요법은 세포독성항암제만 사용되던 상황에서 12년 만에 등장한 새로운 담도암 1차 치료 옵션이다. 그동안 담도암에서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음에도 기존 치료 대비 개선을 확인하지 못하다 세계 최초로 담도암 치료에서 면역항암제의 유효성을 확인한 것이다. 또한 국내 의료진들이 글로벌 임상연구를 주도하여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환자가 전체 임상연구 참여 환자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해  우리나라 담도암 환자들에게 더욱 유의미한 결과를 확인했다.  

이충근 교수는 "더발루맙 병용요법은 기존 항암제 대비 전체 생존율에서 사망위험도를 20% 낮췄다"며 "항암 치료를 시작한지 2년 시점에 기존치료로는 10명 중 1명 환자만이 살아있었지만 더발루맙을 추가해 4명 중 1명이 살아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암이 진행되지 않고 사망하지 않는 기간을 '무진행생존기간'을 기존 치료옵션에 비해 25% 정도 개선해 질병 진행의 위험도를 낮췄다"고 말했다.

면역항암제가 효과를 보이는 기간에 대한 시청자의 라이브 질문에 대해 이충근 교수는 "면역항암제는 장기간 내성이 생기지 않고 암을 통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그래프를 통해서도 시간이 흐를수록 기존 치료와 면역항암제 병용 간 전체생존 차이가 확대되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암은 계속 자라려고 하지만 항암제가 이를 억제해 자라나지 않게 하는 것으로, 흔히 암이 줄어들지 않으면 실망하는 환자가 많은데 암이 비슷하게 유지돼도 치료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면역항암제를 추가하는 치료가 담도암 환자의 장기생존율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그는 "담도암 치료옵션은 젬시타빈, 시스플라틴 병용요법만이 보험 급여 적용이 되고, 병용요법에 새로운 약제를 추가하는 것, 1차 이후 치료에도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다"며 "담도암에 대한 질환 인식 제고와 더불어 국가에서도 담도암의 중요성을 알고 새로운 치료옵션에 대한 급여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3/10/25/202310250189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