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근 발표된 KB 경영연구소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반려인 44.1%가 ‘수의사와의 화상 상담을 통해 반려동물의 질병, 건강상태를 진단하는 비대면 진료가 필요하다’고 답했단 내용이 실렸다. 비대면 진료가 실제로 제공된다면 이용해 볼 의향이 있다는 사람도 43.2%로 많았다.
반려인들의 이런 바람이 현실화될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최근 AI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한 반려동물 비대면 진료가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이번 비대면 모니터링 사업은 지난해 8월 에이아이포펫이란 업체에 의해 규제샌드박스 규제 특례로 신청됐으나, 대면진료를 원칙으로 하는 수의사법에 위배돼 심의가 지연되고 있었다. 이에 국무조정실의 중재로 에이아이포펫·대한수의사회 등 이해관계 당사자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부처 담당자가 3개월간 6차례의 협의 끝에 합의된 실증사업안을 마련, 이번 심의위원회를 통과하게 됐다.
반려인이 바빠서 반려동물과 함께 병원을 오기 힘들거나, 증상이 가벼운 경우라면 비대면 진료를 통해 ▲증상 대처법 ▲주의해서 지켜봐야 할 부분 ▲병원에 와야 하는 신호 등을 숙지할 수 있다. 그러나 비대면 진료에 수의사가 활용할 수 있는 정보의 가짓수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오진율이 높아지는 것 역시 사실이다. 비대면 진료의 장점만 가져갈 수 있으려면, 앞으로 어떤 개선점이 필요할까?
◇수의사들 “반려인 설명 의존도 높아지면 오진 위험도 커져”
대한수의사회는 사람보다 동물이 비대면 진료에 더 부적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개별 수의사들의 의견도 이와 같다. 비대면 진료에도 나름의 장점이 있겠지만, 섣불리 시행했다간 가장 치명적인 문제인 ‘오진’이 발생할 수 있단 것이다. 동물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보호자의 증상 설명’에 의존하는 정도가 대면 진료 때보다 커져서다.
보호자가 말하는 반려동물의 병력은 분명 중요한 단서다. 그러나 수의사가 보호자의 말만 듣고 동물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긴 어렵다. 예은동물병원 권기범 원장은 “사람은 ‘타는 듯한 통증이 느껴진다’ ‘어떤 자세에서 어떤 부위가 아프다’ 등 자신의 통증을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 있지만, 동물은 이 일을 반려인이 대신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반려인으로서도 동물의 통증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니 보통은 ‘아파한다’는 추상적 표현을 쓴다"고 말했다. 이에 증상 설명을 들었더라도 각종 이학적 검사를 실시해야 상태가 제대로 파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려동물 정보 전문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현철민 수의사 역시 “반려동물의 실제 상태가 있는 그대로 전달되기보다 보호자 주관이 개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비대면 진료를 시행해도 효용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단 의견도 있었다. 오진과 그로 말미암은 책임 위험 탓에 수의사들의 진료 활동이 위축될 수 있어서다. 외국보다 수의사 수가 많아 대면 진료 접근성이 높은 한국 특성상, 비대면 진료가 특장점을 갖기 어렵기도 하다. 권기범 원장은 "미국, 싱가포르 등 수의사의 비대면 진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곳은 수의사 수가 적어 대면 자체가 어렵고 비용도 무척 비싼 곳"이라며 "그러나 한국은 수의사 과잉 국가라 대면 비용이 크게 비싸지 않다"고 말했다. 동물병원 진료비 실시간 조회 사이트 펫트라슈에 의하면, 전국 동물병원의 초진 평균가는 9134원, 재진 평균가는 7675원이다. 에이아이포펫이 기존에 제공하던 반려동물 비대면 증상 상담 서비스는 한 회에 5000원이다.
◇안과 질환 재진 한해 비대면 진료 한시 허용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반려동물 건강관리 서비스 기업 ‘에이아이포펫’이 신청한 ‘AI를 활용한 수의사의 반려동물 건강상태 모니터링 서비스 사업’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ICT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 AI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한 비대면 진료가 2년간 한시적으로 허용되는 대신 몇 가지 제한이 따라붙는다. 우선, 수의사의 대면 진료를 통한 초진을 마친 반려동물의 재진만 허용된다. 여기 더해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질환은 안과 질환으로 한정된다. 수의사를 대면해 초진을 받지 않은 반려동물의 정형외과 질환은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진료가 불가능한 것이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를 시행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과 질환 초진 대신 재진에서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기로 합의했다"며 "안과 질환으로 한정한 것은 ▲규제 샌드박스 신청 업체가 눈 사진으로 질병을 진단하는 AI 기술을 가진 점 ▲안과 질환을 전문으로 보는 동물병원이 다른 과에 비해 비교적 드문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그냥 ‘어플리케이션’이 아니라 ‘AI 어플리케이션’일까.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한 업체가 ‘AI를 이용한 반려동물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인 게 가장 큰 이유지만, 오진 위험을 최대한 낮추려는 수의계 계산도 있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AI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수집된 반려동물 관련 정보를 수의사가 비대면 재진에 활용한다면, 보호자의 주관적 증상 설명에만 의존해 비대면 진료를 시행할 때보단 부작용 위험이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아이포펫에 따르면 실증사업이 시작될 경우 수의사가 AI 프로그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반려인이 어플리케이션에 등록한 반려동물 기본 정보(품종, 나이, 성별) ▲반려인이 촬영한 반려동물 증상 원본 사진 ▲자체 인공지능(AI)이 사진을 통해 분석한 질병 확률 ▲이상 징후의 위치를 표시하는 히트맵 등이다. 현재로선 반려인용 어플리케이션만 있고, 실증사업에 활용한 동물병원용 프로그램은 별도로 제작할 예정이다.
◇비대면 진료 범위 더 구체화하고, 가정용 검사기술 등 발달해야
하지만 비대면 진료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해결돼야 할 과제는 더 있다. 신체 상태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검사 결과 등 수의사가 판단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의 가짓수가 더 많아지는 게 첫째다. 현철민 수의사는 “미래에 기술이 발달해 가정에서도 혈액검사나 영상의학적 검사를 할 수 있게 되는 등 반려동물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방법이 생긴다면 반려동물의 비대면 진료도 충분히 해볼 수 있다"며 "그러나 기술적인 부분이 해결되지 않은 채 비대면 진료를 본격적으로 개방하는 것은 이익보다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동물의 상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AI 이미지 분석 기술만 있다. 가정에서 수의사의 지시에 따라 간단한 신체검사를 할 방법은 아직이다.
비대면 진료에 속하는 행동의 범위부터 규정돼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있었다. 현 수의사는 "어떤 사람은 비대면 진료를 간단한 증상 상담만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또 다른 사람은 병에 대한 진단을 내리고 약을 처방하는 행위까지 진료에 속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또 진료를 증상 상담으로 생각하는 사람끼리도 '동물병원에 직접 와야 할 정도로 심각한지 판단하는 수준'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하라고 지침을 주는 수준'으로 세부적 의견이 갈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비대면 진료의 구체적 범위에 관한 규정이 있는지 국무조정실 규제혁신총괄과에 문의한 결과, "진료는 수의사가 검사 결과 등 반려동물의 각종 신체 데이터를 활용해 반려동물의 질환을 진단하는 것을 말한다"며 "이번 실증사업안에서 말하는 비대면 진료는 안과 질환의 재진에 한정된다"는 원론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반면, 대한수의사회에서 "이번에 허용된 비대면 진료에 처방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3/06/22/202306220082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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