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병원 치료/항암

스크랩 [아미랑] 항암 치료를 받아야 할지 고민된다면…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3. 6. 21.

헬스조선DB

“항암 치료를 꼭 받아야 하나요?” 얼마 전 진료실에서 처음 뵌 환자분이 하신 질문입니다. 2년 전에 다리에 생긴 연부조직육종으로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받으셨지만, 정기검진으로 촬영한 CT 영상에서 다발성 폐 전이가 발견됐고 종양내과 의사인 저에게 의뢰돼 오셨습니다.

전이성 암은 원래 종양이 있었던 장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암세포가 혈관을 통해 전신으로 전이되기 때문에 영상에서 관찰되는 병변 외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종양세포가 있다는 전제 하에 치료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당장 종양에 의한 증상이 없는데, 항암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하면 두려움으로 인해 많은 분들이 비슷한 질문을 던지시곤 합니다.

“항암 치료를 통해 이 병을 완치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암의 진행을 최대한 억제하고 생존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이 치료의 목표입니다”

“완치가 어렵다면, 꼭 항암 치료를 받아야 하나요?”

이렇게 물으시는 것은 항암 치료의 부작용에 대한 막연한 걱정, 완치가 안 되는 치료를 받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절망감이 동시에 있어서일 것입니다. 물론 항암제에 따라 여러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어느 정도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 보셨다면 두려움을 느끼시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주로 방송이나 다른 환자분들의 경험담 등을 통해 항암 치료 부작용에 대한 무시무시한 이야기들을 들으신 분들이 많으실 것이라 짐작됩니다.

하지만 많은 환자분들이 간과하는 게 있습니다. 항암 치료는 환자가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부작용을 충분히 견뎌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수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이뿐 아니라 항암제 관련 부작용을 완화시켜주는 여러 약제들도 예전보다 굉장히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러니 항암 치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갖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치료들로 환자분들의 소중한 일상의 시간들을 의미 있게 늘릴 수 있다면, 목표가 꼭 완치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과정이 결코 헛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항암 치료를 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 각각 저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나요?”

전이성 병기의 암으로 진단되신 분들에게 남은 시간이 몇 개월일지, 몇 년일지는 사실 아무도 정확하게 모릅니다. 저희가 알고 있는 것은 이전에 같은 병으로 치료를 받았던 환자분들의 자료에 근거해 생존 기간의 중간 값이나 5년 생존율 등의 통계적인 수치들을 말씀드릴 수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의학적인 예측이나 추정에 있어서 0%나 100%의 절대 값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확률적으로는 낮지만 실제로 항암 치료를 통해 기적처럼 완치가 되는 분들도 계시고, 꽤 오랜 기간 동안 치료를 잘 받으시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설령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항암 치료를 통해 충분히 의미 있는 결과들이 있기에 오늘도 많은 환자분들이 항암 치료를 견뎌내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항암 치료를 받는 분들을 매일 진료실에서, 병동에서 만납니다. 치료 과정이 항상 좋을 수만도 없고 부작용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런 상황까지 모두 도와드릴 방법이 충분히 나와 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시든간에 여러분의 선택은 분명 의미 있고 용기 있는 행동입니다. 만약 혹시라도 항암 치료를 받아야 할지 고민하고 계시는 분이 있다면, 이 글이 여러 분의 마음을 정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3/06/14/2023061401931.html